‘주주간 약정서’ 체결만이 갈등·분쟁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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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정책법률 ‘주주간 약정서’ 체결만이 갈등·분쟁 막는다 투자받거나 동업하는 경우 ‘규범 명문화·법률가 조력’ 필요

기사입력2015-01-20 00:00

이영철 객원 기자 (lawlyc@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법무법인 ‘주원’ 이영철 변호사

여러 사람이 투자를 해 처음 회사를 설립하거나 아니면 기존에 설립돼 운영되던 회사가 새로이 투자자를 받아들이는 경우, 투자자들 사이에 동업관계인 경우가 많이 있다. 주식회사일 경우 주주 사이에 동업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동업관계는 상법 특히 회사법이 정하고 있지 않다. 동업관계는 기본적으로 회사라는 단체를 규율하는 회사법이 규율하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주주들 사이에 별도의 상세한 약정을 해야 한다.

만일 구두로만 하거나 아예 정확한 약정이 없다면 나중에 반드시 동업자 즉 주식회사의 주주들 사이에 분쟁이 생기게 되고, 결국에는 회사가 망가지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따라서 이러한 동업관계를 규율하는 규범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 이런 경우 작성하게 되는 계약서를 흔히 ‘주주간 약정서’라고 한다. 이 주주간 약정서를 얼마나 구체적이고 세밀하며 명확하게 작성하느냐에 따라 주주간의 갈등 또는 분쟁의 유무가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같은 주주간 약정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얼마나 투자할 것이고, 그와 같은 투자에 대해서 얼마의 지분을 인정해줄 것인가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회사 운영과 관련된 사항들이다.

우선 주주간 약정서에서 가장 중요한 투자액과 인정되는 지분에 관한 것을 살펴보기로 한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지분이 몇 퍼센트인가에 따라 회사에 이익이 발생한 경우 그 배당받는 돈의 액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식회사를 기준으로 할 때, 기존에 설립된 회사에 새로이 투자를 하고 기존 주주들과 동업관계를 형성하는 신규 투자자의 경우, 투자하는 돈과 액면금에 취득하는 주식 수를 곱한 금액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기존에 설립과정과 초창기 난관을 뚫고 사업을 궤도에 올려놓은 설립 시 투자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흔히 이것을 ‘몇 배수로 투자했다’라고 표현한다. 즉 1주당 액면금이 5000원인데, 사후 투자자의 경우 1주당 4만원으로 들어올 경우, 그 사후 투자자는 8배수로 들어온 것이 된다. 물론 몇 배수로 할 것인지는 현재 회사의 가치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주식 가치보다 싸면 ‘업무상배임죄’…기존주주 주식 매도는 자유

여기서 회사의 가치라 함은 회사의 자산 예컨대 현금 보유액, 소유 부동산, 특허 등 지적재산권을 비롯해서 구축된 영업망 등을 총괄하는 것이다. 즉 회사의 가치에는 단지 재산권만이 아니라 영업권 그리고 앞으로의 사업 전망(vision)도 포함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회사 가치가 이를테면 몇 배수를 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은 맞지만, 반드시 산술적으로 정확하게 맞아 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 투자자와 신규 투자자 사이에 합의가 있고, 회사가 이를 승낙하는 경우라면 회사 전체 가치보다 더 주고 들어오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다만 회사의 가치를 주당 금액으로 환산한 금액보다 적게 투자를 받고, 그에 해당하는 주식을 주는 것은 안된다. 이것은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할 수 있다. 즉 회사의 주식을 가치보다 싸게 누군가에게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은 회사가 신주를 발행해 신규 투자자에게 주식을 인수시키는 경우만 그러하다. 기존 주주가 자신의 주식을 신규 투자자에게 매도하는 경우에는 자기 자신의 재산을 처분함에 있어 그 가격을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 주주의 자유다.

여기서 이미 설립된 회사가 신규 투자자를 유치하는데 있어 두 가지 방식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기존 대주주가 자신의 주식을 신규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방식과 회사가 새로이 주식을 발행하고, 이에 대해 신규 투자자가 그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이 있다.

이미 밝힌 것처럼 기존 대주주가 자신의 보유주식을 매각하는 것은 일반적인 주식의 양도와 동일하다. 물론 회사 정관으로 주식양도를 제한하는 경우가 있고, 그런 경우 주식양도에 대해 회사 이사회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상법 제335조 제1항 단서) 그런데 주주간 합의로 일정 기간 주식을 양도하지 않기로 약정했으나, 일부 주주가 이를 어기고 다른 사람에게 주식을 양도했는데, 그 주식 양수인이 회사에 대해 명의개서를 청구한 경우 회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는 실제 있었던 사건이다.(이른바 ‘신세기통신 사건’이라고 한다) 법원은 정관으로 정하는 주식양도제한의 경우에도 이사회 승인을 얻으면 가능하도록 하고 있는데, 아예 양도를 금지하는 것은 위 상법 제335조 제1항 단서에 반하여 무효이기 때문에 회사는 양수인의 명의개서 청구를 거부해서는 안된다고 판시했다.

회사를 경영하면서 몇 사람이 공동으로 투자를 해 동업을 하는 경우, 주주간 약정을 얼마나 정치하게 체결하느냐에 따라 갈등과 분쟁의 유무 또는 다소가 결정된다. ©비자트

정관에 ‘제3자 배정’ 규정있어야 신주발행 가능

하지만 신주를 발행해 신규 투자자를 동업자로 끌어들이는 경우는 기존 주주가 주식을 매각하는 경우와는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 법은 신주발행의 절차와 요건 등에 대해 매우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절차와 요건을 지키지 않을 경우, 여러 가지 제한이 따른다. 왜 이와 같이 신규 투자를 받기 위해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 그 요건과 절차를 엄격하게 규정하는 것일까? 주식회사는 물적 회사이므로 회사의 재산만으로 채권자에 대해 책임을 질 뿐, 주주들이 자신의 재산으로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주발행에 따른 자본금 증가만큼 실제 회사재산도 증가해야 한다. 이를 자본충실의 원칙이라고 하는데, 이는 회사법 특히 주식회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다.

또 하나는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에 변동이 생긴다. 따라서 기존 주주와 신규 투자자의 이해가 상충되기 때문에, 여러가지 장치들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차후에 신주발행과 관련한 상세한 얘기를 할 기회가 있겠지만, 중요한 대목만 언급하자면 신주발행은 이사회가 결정해야 하고, 액면금 이상으로 출자금을 받아야 한다. 다만 엄격한 요건 하에서 액면미달발행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기는 하다. 회사 설립 시와 마찬가지로 현물출자의 경우 그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검사, 감정을 거쳐 이를 법원에 보고하게 해 심사를 받는 절차 등을 두고 있다.

그런데 신주발행에 의한 신규 투자자 유치에 있어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그냥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정관에 제3자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신규 투자자 유치를 위한 신주발행이 가능하다. 왜냐하면 상법은 원칙적으로 주주에게만 신주인수권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관에 제3자 배정이 가능하다는 규정이 없다면 정관을 개정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대표이사 ‘1인 독단’ 우려된다면 공동대표이사 제도를

다음으로 주주간 약정에 있어 중요한 부분인 회사의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떤 시스템을 갖출 것인가, 누가 경영권 또는 대표권을 가질 것인가 등에 대해 살펴본다.

회사 설립 과정에서 동업을 하는 경우, 주주간 약정에서 우선적으로 정해야 하는 것이 바로 경영권을 누가 가질 것인가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투자하는 쪽이 경영권 또는 대표권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예를 들어 A, B, C 세 사람이 투자를 하는데 A는 40%, B와 C는 각 30%를 투자해 그러한 지분을 갖게 되는 경우, 흔히 A가 대표이사를 하게 되지만 B와 C도 A의 지분과 큰 차이가 나지도 않으며, 게다가 B와 C가 연합하게 되면 A의 지분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A의 경영권 행사를 상당부분 제한하려고 할 수 있다.

그 제한 방법으로는, 물론 상법상 회사의 중요한 사항들은 이사회 결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지만, 이를 더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정하고 그에 해당하는 사항은 반드시 이사회 결의를 거치도록 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결국 이사회 결의는 다수결에 의하게 돼 있기 때문에 결국 어느 쪽 이사의 수를 얼마로 할 것인가가 중요하게 작용하게 된다. 예를 들어 위 케이스에 있어서 이사의 총원이 3명이고 A, B, C가 각자 이사로 되는 경우, A가 자신에게만 유리하게 결정하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된다.

한편 경영권자 즉 대표이사는 아무리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야 하는 사항을 상세하게 규정하더라도 상당히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그 자체를 제한하려면 공동대표이사 제도를 두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공동대표이사 제도는 법인등기부에 등기를 하게 돼 있고, 이 제도를 둘 경우 공동대표이사 모두의 결재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대표이사 1인이 독단적으로 어떤 사항을 결정할 수 없게 된다. 다만 이렇게 공동대표이사 제도를 운영할 경우,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결국 어떤 회사를 경영함에 있어서 몇 사람이 공동으로 투자를 해 동업을 하는 경우, 주주간 약정을 얼마나 정치하게 체결하느냐에 따라 갈등과 분쟁의 유무 또는 다소가 결정된다고 할 것이다. 흔히 일반적으로 이와 같은 주주간 약정을 약정서 형태로 체결하지 않고 구두 상 그것도 지분과 배당에 관해서만 대충 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동업관계의 규범이 명문화 돼 있지 않기 때문에 동업자 즉 주주들 상호간에 어느 한 쪽이 욕심을 내는 경우 결국 충돌과 분쟁이 발생하게 되고, 결국 그 사업이라는 배가 침몰하게 되고 만다. 따라서 공동투자 또는 동업을 하는 경우 반드시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상세한 규범, 즉 주주간 약정을 체결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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