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재 시장 日에 뺏길라…TPP 합류 ‘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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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중간재 시장 日에 뺏길라…TPP 합류 ‘잰걸음’ EU 넘보는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 연내 타결될까

기사입력2015-01-27 14:00

이혜원 기자 (dipsy@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12개국이 참여한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 TPP에 가입하지 않으면 중간재 무역 시장을 일본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산업통상자원부 여한구 TPP대책단 부단장은 26일 열린 TPP 설명회에서 “한국과 일본은 TPP 내에서 중간재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면서 “2013년 일본이 TPP 대열에 합류하면서 우리에게도 중요한 이슈로 다가오고 있다. TPP에서 제외될 경우 시장을 일본에 뺏길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TPP란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의 줄임말로 뉴질랜드, 칠레, 싱가포르, 브루나이, 미국, 호주, 페루, 베트남, 말련, 멕시코, 캐나다, 일본 등 12개국이 참여한 복수국 간 FTA다.

TPP는 지난 2010년부터 총 19번에 걸쳐 공식협상을 가졌으며, 산업부는 올해 안에 타결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우리 정부는 TPP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가 지난 2013년에 일본이 합류한다는 소식에 뒤늦게 가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양새다.

각국의 對세계 수출 구조

단위:%, 기준:2011년 <자료=일본경제산업연구소> ©중기이코노미

산업부는 “한국과 일본은 무역에서 중간재 수출의 비중이 크다”면서 일본만 TPP에 가입할 경우 우리 수출전략에 타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산업부가 인용한 일본경제산업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기준 한국의 수출 구조는 중간재가 67.6%, 최종재가 31.6%, 원료·소재가 0.8%다. 일본도 중간재가 58.9%, 최종재가 39.6%, 원료·소재가 1.5%로 중간재의 비중이 가장 크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미 TPP에 속해있는 12개 국가 중 일본과 멕시코를 제외한 10개국과 FTA를 체결한 마당에, 굳이 TPP에 들어갈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국무역협회 박천일 통상연구실 실장은 “기존의 양자 FTA로는 기업의 해외 생산, 여러 국가에 걸친 생산 네트워크를 뒷받침하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TPP는 양자간 FTA보다 높은 수준의 개방을 지향하고 개방 분야도 다양하다는 것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TPP에서 상품 분야는 전 품목을 협상 대상으로 삼으며 서비스·투자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협상이 진행된다. 네거티브란 개방에서 제외시킬 대상만을 정하는 방식으로 포지티브 방식에 비해 개방의 폭이 넓다. 박천일 실장은 “지식재산권과 환경, 노동, 국영기업 이슈, 중소기업, 개발과 같은 분야도 TPP에는 포함돼 있다”고 했다.

베트남은 TPP를 참여를 계기로 국영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개선하고 외자 유치를 확대할 방침이며, 일본 역시 농업 분야 개혁 등 구조 개선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박 실장의 말이다.

TPP와 EU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자료=IMF, UNCTAD 기반으로 한국무역협회가 정리> ©중기이코노미

TPP 협상이 타결된다면 EU에 대적할 대규모의 경제블록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IMF와 국제연합무역개발협의회(UNCTAD) 통계에 따르면 TPP 소속국가들의 총 GDP는 전 세계의 37.1%, 무역 비중은 25.7%, 인구는 11.4%다. EU의 경우 GDP는 전 세계의 23.4%, 무역 비중은 31.5%, 인구는 7.2% 수준이다.

TPP에는 칠레·페루 등 자원부국, 일본 등 중간재 생산국, 베트남·멕시코·말레이시아 등 조립 및 가공 제조국, 미국·캐나다·호주 등 구매력이 높은 소비국이 고루 분포돼 있어 역내에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창출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TPP 합류 언제쯤? 미국 내 정치상황도 변수

한국 정부는 지난 2013년 11월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TPP에 대한 관심을 표명해 놓은 상태다. 지난해 1월부터 현재까지 TPP와 예비 양자협의를 실시했으며 공식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12개 국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다.

산업부는 우리 정부의 TPP 합류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가입여부 보다는 가입 시기가 문제라는 입장이다.

산업부 우태희 통상교섭실장은 “12개 회원국들과 예비 양자회담을 진행한 결과 한국은 충분히 자격을 갖추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TPP에 들어갈 것인가 말 것인가 보다는 언제 합류해 국익을 극대화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가 TPP 기업 설명회를 지난 26일 오후 서울 트레이드타워에서 개최했다. (왼쪽부터) 섬유산업연합회 김부흥 국제통상팀장, 한국무역엽회 박천일 통상연구실장, 산업통상자원부 여한구 TPP대책단 부단장,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하몽열 국제통상팀장. ©중기이코노미

TPP 가입에 손을 놓고 있던 정부가 일본의 합류로 뒤늦게 가입 의사를 밝혀 협상에 불리하게 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여한구 TPP대책단 부단장은 “일본이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TPP가 실제로 타결될 거라고 예측하기는 어려웠다. 최근에 와서야 TPP의 타결가능성과 한국에 미칠 영향력이 현실로 다가왔다”며 우리 정부의 뒤늦은 합류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우 실장은 “미국, 중국과 양자간 FTA를 타결한 것은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중국과의 FTA 타결로 TPP 협상을 하는데 있어 한국정부의 몸값이 올라간 측면도 있다”며 “TPP 이전에 중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와 양자간 FTA를 체결하며 차근차근 준비를 해 왔다”고 해명했다.

TPP 가입이 FTA의 실익과 충돌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성균관대 김영한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언론 기고를 통해 “한국은 FTA 체결건수, 경제영토 면적과 같은 외형적인 면에 매달리기 보다는 FTA를 통한 실익을 높일 수 있는 질적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TPP에 속한 국가 중 10개는 이미 한국과 FTA를 체결해 국내기업의 특혜관세 수출이 보장돼 있다. 다자간 FTA가 발효될 경우 기존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FTA 허브국가로서의 전략적 우위가 소멸된다”면서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TPP 타결 시기도 문제다. 산업부는 연내 타결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으나 미국 내 상황이 밝지만은 않다. 미국 하원 민주당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TPP는 실패한 무역협정인 한·미 FTA를 닮았다. TPP가 체결되면 미국은 저임금 베트남 근로자들과 경쟁해야 할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 같은 지적에 여한구 TPP대책단 부단장은 “미국이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있어 TPP 타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확한 타결 시점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