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생산기지 넘어 신소비시장으로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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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ㅣ 아시아·오세아니아 “베트남, 생산기지 넘어 신소비시장으로 주목” ‘China+1’ 전략 부상…인프라 유망하고, K브랜드 ‘차별화’ 시켜라

기사입력2025-06-24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미·중 갈등 심화로, 중국 중심의 생산기지 전략에서 벗어난 ‘차이나 플러스 원(China+1)’ 전략이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베트남이 생산기지를 넘어 전략적 소비시장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데, 우리 기업 역시 진출 전략을 전환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준규 코트라 호치민무역관장은 최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개최한 ‘통상환경 변화에 따른 대체시장 진출 전략 설명회’에서 “베트남은 급속한 중산층 성장과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인해 기존의 생산기지를 넘어 소비시장과 신산업 측면에서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저임금, FTA, 정치안정성=베트남은 2023년 7.09%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아세안 국가 중 최고 수준의 성장세를 보였다. 같은 해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도 380억 달러에 달해 생산기지로서의 매력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16개의 자유무역협정(FTA), 저렴한 인건비, 정치적 안정성 등은 제조업 중심 외국계 기업 유치에 유리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며, 실제 베트남의 수출 가운데 약 73%, 수입 중 63%는 외국계 기업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정 관장은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만 해도 베트남 전체 수출의 약 14~15%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 기업의 존재감이 크다”며, “전자, 기계, 섬유 외에도 바이오, 화장품, 소비재 등 신규 산업 진출 가능성도 높다”고 분석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美 관세 위협속 ‘유연한 외교’=베트남 무역구조는 외자 의존도가 높아, 미국의 고관세 등 통상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예컨대, 미국은 올해 4월 베트남산 태양광 패널 등에 대해 최대 46%의 고관세를 예고했으나, 베트남 정부는 보편관세 10% 수준으로 조정받는 데 성공했다.

이는 ▲FTA 재협상 및 관세 감면 ▲원산지 규정 강화 ▲미국산 제품 수입 확대 등 유연한 다자외교 전략의 결과로 평가받는다.

정 관장은 “미국은 무역적자뿐만 아니라, 중국산 부품의 베트남 경유 우회수출 구조에 대한 경계심도 크다”며, 한국 기업 역시 공급망 재편과 원산지 증명 강화 등 리스크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건설기자재·전력 인프라 유망=베트남은 최근 행정구역 개편을 통해 중앙정부 부처를 기존 30개에서 22개로 통합하고, 63개 성·시를 34개로 재정비하는 등 행정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 이는 외국기업의 대관업무 간소화와 규제 예측 가능성 제고로 이어질 전망이다.

또한 총 연장 3000km에 달하는 남북고속도로, 동나이성 롱탄국제공항, 닌투언 원자력발전소, 북부 박장성 산업단지 등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정 관장은 “지금 베트남 전체가 ‘공사판’이라 할 만큼 도로·철도·항만 등 개발이 활발하다”며, “건설기자재, 스마트 교통, 전력망 구축 분야에서 우리 기업 진출 기회가 크다”고 봤다.

◇녹색성장·디지털 전환 가속화=베트남은 2050년 탄소중립 목표 실현을 위해 국가녹색성장전략을 수립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현재 26%에서 2050년 60~7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그러나 송전망 부족과 법·제도 미비 등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정 관장은 “신재생에너지 생산은 빠르지만, 배전 인프라가 미흡해 ESS(에너지저장장치), 전력 기자재 등 기술 경쟁력이 있는 우리 기업의 진입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분야에서도 베트남 정부는 ‘메이크 인 베트남(Make in Vietnam)’ 전략을 통해 AI, 반도체, 로봇 등 첨단 제조업 육성에 나서고 있으며, 2030년까지 디지털 경제 비중을 GDP의 30%로 확대, ICT 기반 스타트업 1만개 육성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디지털 인프라, 클라우드, 플랫폼 솔루션 수출 전략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19일 ‘통상환경 변화에 따른 대체시장 진출 전략 설명회’를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K브랜드, ‘가성비’에서 ‘차별화’=총인구 1억명, 평균 연령 33세의 젊은 인구구조는 베트남을 유망 소비시장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특히 온라인 쇼핑 확산, 스마트폰 보급률 증가, 교외 대형 쇼핑몰 확대 등으로 유통채널 현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정 관장은 “베트남은 더 이상 ‘가성비’만으로 공략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며, 소득 수준과 연령대에 따라 소비의 질이 다층화되고 있다”며, K-뷰티, K-푸드, 교육 콘텐츠, 반려동물 용품 등 분야에서 차별화된 마케팅과 브랜드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ESG 인식 확산 속에서 친환경 제품과 윤리적 소비 기반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장기적인 ESG 기반 브랜드 구축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했다.

정준규 관장은 “베트남은 기회가 많은 시장이지만, 동시에 규제와 행정 장벽도 존재하는 복합적 진출지”라 평가하며, 우리 기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FTA 활용 ▲원산지 검증 체계 강화 ▲현지 인재 확보 ▲정부 정책 변화에 대한 민첩한 대응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