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정책 집행단계…사후 아닌 사전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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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ㅣ 아메리카 “美 관세정책 집행단계…사후 아닌 사전준비” 트랜십먼트 제재 확대…공급망 관리와 원산지 증빙이 관건

기사입력2025-08-19 11:3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미국의 관세 정책이 집행 강화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한국 기업들이 대미 수출과정에서 훨씬 엄격한 검증과 제재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단순 사후 대응으로는 피해를 막을 수 없고, 공급망 관리와 원산지 증빙 등 사전 준비가 필수라는 조언이 나왔다.

김수미 관세청 사무관은 관세청과 한국무역협회가 18일 개최한 ‘한미 관세협상 타결 관련 수출기업 설명회’에서 “한미 FTA 체결국인 우리나라도 이제 미국 보호무역주의의 직접적인 표적이 될 수 있다. 앞으로 미국의 관세 정책은 집행 단계로 들어가면서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며, “우리 기업들이 ‘사후 대응’이 아니라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야만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사무관은 최근 미 상원 인준을 거쳐 취임한 관세국경보호청(CBP) 청장이 “세수 확보를 위해 원산지 검증과 품목 분류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점, 그리고 미국 법무부가 원산지 위반·허위신고 사건을 민사에서 형사사건으로 전환하고 전담조직까지 신설하겠다고 발표한 점 등을 언급하며, “향후 우리 기업이 미국 시장에서 훨씬 까다로운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CBP는 원래 테러 이후 안보와 국경 관리가 주목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원산지 규정과 품목 분류를 내세우며 관세 집행기관으로서의 성격이 강화되고 있다. 미국은 지금까지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위험관리 차원에서 부분적인 검증을 실시했지만, 앞으로는 품목 분류와 원산지 검증을 본격 강화하면서 세수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미국의 관세행정 변화에 주목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트랜십먼트’ 제재 확대=가장 주목할 부분은 ‘트랜십먼트(Transshipment, 환적·우회수출)’ 제재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이 한국이나 제3국을 거쳐 단순 환적 또는 라벨 변경만으로 ‘한국산’으로 둔갑해 수입되는 것을 불법 환적으로 규정하고 강력히 제재하고 있다.

적발 시 단순히 관세를 조금 더 부과하는 수준이 아니라, 40% 이상 고율의 보복관세와 함께 벌금·추징금 등 재정적 제재가 뒤따른다. 최근에는 민사사건을 넘어 기업 경영진까지 처벌할 수 있는 형사사건으로 전환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또한 공공조달시장 참여 제한, 신용도 하락 등 장기적인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어, 기업은 단순 포장·라벨 변경이 아닌 실질적 가공 여부를 입증할 수 있는 원산지 증빙과 공급망 관리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김 사무관은 “미국은 단순 환적뿐만 아니라 중국산을 들여와 단순 재포장하거나 실질적 변형 없이 제3국을 거쳐 수출하는 경우까지 문제 삼을 수 있다”며, “적발 시 기본 15%가 아니라 40%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추가로 벌금·과태료·추징금·공공조달 제한까지 뒤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이 조만간 세부 지침을 발표할 예정인 만큼, 향후 어떤 행위까지 제재 대상이 되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미 FTA는 여전히 유효=상호관세 부과로 FTA 효과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김 사무관은 “한미 FTA는 여전히 살아 있다”고 못 박았다. 그는 “FTA 협정이 폐기된 적이 없기 때문에 세율 차이가 큰 품목은 반드시 FTA를 활용해야 한다”며, “예컨대 냉동김밥의 경우 14% 세율 차이가 발생하는데, 이런 품목은 FTA 효과가 여전히 크다”고 설명했다.

관세청과 한국무역협회는 18일 ‘한미 관세협상 타결 관련 수출기업 설명회’를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다만 “FTA 원산지 기준 충족과 미국의 비특혜(BTK) 원산지 기준 판정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한국산으로 신고했더라도 미국이 BTK 기준에 따라 중국산으로 판정하면 고율 관세 부과는 물론 형사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사무관은 미국 수입자에게 요구되는 ‘합리적 주의 의무(Reasonable Care)’를 언급하며, 우리 기업도 이에 대비한 철저한 서류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BP의 검증 요청은 이메일로 오기 때문에 담당자 이메일 관리부터 점검해야 하고, 검증 시 30일 이내에 영어로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를 놓치면 방어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검증 과정은 단계별로 진행되지만, 이의제기와 변호사 선임 등으로 갈수록 비용이 커진다”며, “가장 좋은 대응은 평소 원산지 증빙자료를 영문으로 준비해 초기 단계에서 문제 없이 종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함께 김 사무관은 “앞으로 한국 기업의 대미 수출 지속 여부는 결국 ‘공급망 관리’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공급망 전 과정에서 원재료를 누구에게서 조달했는지, 철강·알루미늄·구리 등의 함량이 얼마인지, 그 과정이 중국산과 얽혀 있지 않은지 명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발효하는 상호관세를 포함한 모든 추가 관세는 수출국이 아닌 원산지를 기준으로 부과된다. ‘원산지’ 결정은 우리 기업에 익숙한 한미 FTA 원산지 기준이 아니라 생소한 미국 자체 기준인 비특혜 원산지 기준으로 판정되는데, 김 사무관은 “FTA 시절과 달리 비특혜 원산지 기준은 훨씬 복잡하고 불확실하기 때문에 더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 사무관은 “한미 FTA 검증 경험에서 보듯, 결국 핵심은 우리 기업이 평소에 얼마나 투명하게 공급망과 생산 공정을 관리하고 이를 문서화 했는가에 달려 있다”며, “미국 수출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이러한 준비는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