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화장품 시장, 디지털·O2O 전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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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ㅣ 아시아·오세아니아 “베트남 화장품 시장, 디지털·O2O 전략 필요” 가격경쟁에서 성분·품질 중심으로 고도화되는 베트남 뷰티 시장

기사입력2025-08-25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베트남 화장품 시장이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성분·품질·브랜드 가치를 중시하는 단계로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베트남 시장 진출을 위해 정상적인 허가 절차와 광고 라이선스 확보, 그리고 틱톡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O2O 전략이 핵심요인이 될 것이라는 조언이 나왔다.

조안나 코스앤코비나 대표는 최근 한국무역협회가 주최한 ‘베트남·인도·인도네시아 화장품 시장 진출전략 세미나’에서, 베트남 뷰티 시장을 “가격 경쟁에서 성분·품질·브랜드 가치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고도화의 한가운데”라고 규정했다. 그는 “베트남은 동남아에서 가장 역동적인 소비재 시장 가운데 하나”라며, “정상적인 허가와 광고 라이선스, 그리고 틱톡을 축으로 한 디지털 집행 역량이 성패를 가른다”고 강조했다.

◇2033년 32억 달러 시장…K뷰티 ↑=조 대표에 따르면, 베트남 화장품 시장은 2024년 약 20억 달러 규모로 집계됐고, 현 추세가 유지될 경우 2033년 32억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카테고리 비중은 스킨케어가 약 60%, 색조가 40% 수준으로 스킨케어 쏠림 현상을 보인다. 세부적으로는 스킨케어가 2024년 12억 달러에서 2034년 27억9000만 달러까지, 색조가 2024년 8억5900만 달러에서 2029년 16억7000만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관측됐다. 특히 색조 부문은 연평균 7.9%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K뷰티의 존재감도 크다. 2024년 기준 베트남으로의 한국산 화장품 수출액은 약 5억4000만 달러이며, 베트남 전체 수입 화장품 시장에서 K뷰티 점유율은 37%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거시지표 역시 소비 여력을 뒷받침한다. 2025년 베트남의 1인당 GDP는 4800~5000달러로 전망되며, 도시화율 상승과 함께 중산층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평균 연령은 약 32세로 젊은 인구층이 두텁다.

조 대표는 “젊은 소비층의 구매력이 눈에 띄게 커지는 가운데, ‘나에게 맞는(Personalized) 프리미엄’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저렴함만으로는 선택받기 어렵고, 비건·무방부제·친환경 패키지 같은 가치 요소와 성분 투명성, 제조 공정의 신뢰성이 실제 구매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틱톡·O2O가 주도하는 유통·마케팅=베트남 유통·마케팅의 핵심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엮는 O2O(Online to Offline) 전략이다. 쇼피, 라자다, 틱톡숍 등 전자상거래 플랫폼 이용률이 70~80%에 달하고, 라이브커머스와 리뷰 기반 구매가 일상화됐다.

조 대표는 특히 틱톡을 ‘검색과 쇼핑이 결합된 핵심 허브’로 지목하며, “베트남 Z세대는 정보를 네이버 같은 포털이 아니라 틱톡에서 먼저 찾는다”고 말했다. 이들에게는 10~15초 내외의 숏폼이 가장 효과적이며, 해시태그 챌린지와 사용자 참여형 콘텐츠가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전환 모두에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인플루언서 전략은 ‘체험형 마이크로 → 확장형 메가’의 단계적 접근을 권했다. 처음부터 대형 인플루언서를 활용하기보다는 일반인 리뷰와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체험으로 신뢰를 쌓은 뒤, 메가 인플루언서로 확장하는 편이 투자 대비 효과가 높다는 것이다. 특히 베트남에서는 일반인 리뷰의 신뢰도가 높고, 페이스북 비공개 커뮤니티를 통한 구전 확산이 강력하게 작동한다.

또한 초기 진입 브랜드는 독립몰보다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를 ‘준 독립몰’처럼 운영하며 타깃 광고, 메시지 상담, 라이브 방송 등을 통해 전환을 설계하는 방식을 추천했다. 동시에 쇼피 오피셜몰을 개설해 검색·프로모션 트래픽을 흡수하고, 틱톡숍에서는 리뷰·라이브·숏클립을 하나의 구매 여정으로 엮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허가·서류·수수료 구조 대응이 관건=베트남의 규제 환경도 과거와는 달라졌다. 조 대표는 “이제 베트남에서는 화장품을 포함해 먹고 바르는 대부분의 소비재가 사전 허가와 위생 인증 없이 테스트 판매되는 관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베트남 보건부는 광고가 붙은 화장품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고 있으며, 한국 내 허가나 기능성 인정이 있더라도 베트남에서는 별도로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온라인 판매나 라이브커머스를 진행하려면 광고 라이선스를 반드시 확보해야 하며, 인플루언서들도 허가 없는 제품은 콘텐츠 제작 자체를 기피하는 추세다. 조 대표는 “이제는 ‘시장 탐색 단계’라는 이유로 인플루언서 체험을 먼저 진행하는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허가부터 받는 게 순서”라고 했다.

화장품 수출 시에는 CFS(자유판매증명서), MoA(제조 및 판매 허가서·위임장), MSDS(물질안전보건자료)가 필수 서류다. CFS는 해당 제품이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판매되고 있음을 증명하는 서류로, 수입국에 안전성을 보증하는 역할을 한다. MoA는 제품의 제조자와 수출자의 권한·관계를 명확히 보여주는 문서이며, MSDS는 제품에 포함된 성분의 화학적 특성과 안전성, 취급 시 주의사항을 정리한 자료로 수입국의 안전 규정 충족 여부를 판단하는 데 활용된다.

조 대표는 “한국 측에서 CFS, MoA, MSDS 등 기본 서류를 구비해 주한 베트남 대사관 공증을 거친 뒤 베트남으로 송부하면, 현지 접수 이후 약 2~3개월, 전체적으로는 4개월 안팎의 소요를 예상할 수 있다”고 했다. 업계 일각의 ‘요즘은 허가가 안 나온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 지금도 정상 발급되고 있다”며 확인된 절차를 밟을 것을 강조했다.

가격 전략과 유통 마진 설계도 현지 수수료 구조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조 대표는 “커머스 플랫폼 수수료만 20%가 넘는 경우가 흔하다. 여기에 인건비, 광고비, 인플루언서 체험 비용까지 더해지면 초기 B2C 단계에서 높은 이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유통 파트너에게 충분한 마진이 남도록 공급가를 설계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현장에서 판매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B2C를 통해 브랜드를 ‘보이게’ 만든 후, B2B로 확장하는 B2C2B 전략을 기본 진입구도로 제시했다. 소비자 접점을 먼저 확보하면 이후 오프라인·온라인 바이어와의 가격 협상력도 커진다는 시나리오다. 또, 인디 브랜드라면 최소 3년의 장기 전략을 권고했다. 그는 “한국에서의 성과를 그대로 베트남에 투영하기보다, 체험·리뷰·커뮤니티를 통해 천천히 스며드는 마케팅이 적합하다”고 조언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