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승계 예정인데…M&A 방식이 낮은 이유는

프린트

Live 중기 ㅣ 지금 중기에선 사업승계 예정인데…M&A 방식이 낮은 이유는 불확실한 이익과 성공사례 부족에, M&A 중개서비스 신뢰도 부족

기사입력2025-05-30 11: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중소기업의 절반 이상이 향후 10년 내 사업승계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이를 인수합병(M&A) 방식으로 추진하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조사됐다.

IBK경제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사업승계형 M&A 활성화를 위한 고려사항’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들은 승계 수요는 많지만 매각이라는 대안을 선택하지 않는 복합적인 이유가 존재한다.

이에 따르면, 중소기업 실질경영자들의 은퇴희망 나이는 평균 73세로, 이를 바탕으로 계산한 결과 10년 이내에 절반 이상(51.7%)이 승계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응답기업의 대부분(72.9%)은 승계를 위한 계획·세무 컨설팅, M&A 자문 및 중개주선, 금융지원 등 외부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실제로 매각을 가장 선호한다고 응답한 기업은 불과 5.9%에 그쳤다. 매각을 승계 유형으로 선택한 비중이 20%인 일본과 달리 국내 기업은 아직 승계 방법으로 매각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불확실한 이익에 매각 선호도 낮아=보고서는 국내 기업들이 기업승계에서 매각을 선호하지 않는데는 후계인식, 불확실한 이익, 주변사례 부족 등의 기업인식과 M&A 인지도 특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후계인식=일본과 달리 국내 중소기업은 아직까지 후계 공백을 체감하지 못한 상태라는 것이 보고서의 분석이다.

일본의 매각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2011년 전후 일본 기업의 후계자 부재율은 65%를 상회했다. 국내 기업은 현재 후계자가 있다는 응답이 지배적(77%)이며, 대부분 자녀(92.5%)가 승계할 것으로 가정하고 있었다. 후계자가 없는 기업도 매각예정이라는 기업이 12.4%인데 반해, 전문경영인 도입을 응답한 비율은 33.1%로 매각보다 다른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확실한 이익=경제적 이득을 예측하기 어려운 특성도 매각에 대한 선호를 제약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경제적 이득은 승계방법 선택에 있어, 경영 안정성 유지, 기업가정신 계승에 이어 중소기업이 세번째로 중요시하는 핵심기준이다.

그러나 자문 경험 유무에 따라 매각 선호도에 뚜렷한 차이가 발생했다. 경제성을 중시하는 기업 중에서도 자문 경험이 없는 기업은 매각 선호 비율이 7.2%에 불과했지만, 자문 경험이 있는 기업에서는 33.3%로 4배 이상 높아졌다.

▲주변사례 부족=주변의 매각 성사사례가 부족하다는 점도 대안으로서 매각 인지도가 낮은 원인이었다.

설문에 참여한 기업 중 실제 매각을 검토한 경험이 있는 곳은 8.4%에 불과했다. 주변에서 유사 사례를 접하지 못한 기업은 매각이라는 선택지를 떠올리지 못하는 것이다. 후계자가 없는 기업이라 해도, 매각 성공사례에 노출된 집단에서는 매각 선호도가 확연히 상승했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M&A 중개서비스에 대한 신뢰 부족=보고서는 기업 내부의 인식 문제 외에도, M&A 중개서비스에 대한 신뢰 부족 역시 사업승계형 M&A가 확산되는데 걸림돌이라고 지적한다.

‘중개업체를 신뢰할 수 있다’는 응답은 8.8%, ‘가치평가 방법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19.9%에 불과했다. 매각 과정의 핵심인 가치 산정과 협상 중재과정에서 신뢰 부족은 거래를 성사시키기 어려운 구조를 만든다.

보고서는 사업승계형 M&A를 촉진하려면 인식개선 등 다방면의 노력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기업승계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2025년까지 기업승계형 M&A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정책과 제도가 아무리 정비되더라도, 이를 수용할 기업 현장의 인식과 수요가 따르지 못하면 제도는 무용지물이라는 것이 보고서의 진단이다.

◇사업승계형 M&A 활성화 위해서는=따라서 사업승계형 M&A를 활성화하기 위해 단순한 제도 마련을 넘어 현장의 인식 개선과 환경 조성이 병행돼야 한다며, 다섯 가지 정책적 방향을 핵심과제로 제시했다.

첫째, 정부와 금융기관이 유망 중소기업을 조기에 발굴하고, 이들이 M&A 자문 경험에 자연스럽게 노출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자문을 받아본 경험이 있는 기업일수록 M&A에 대한 이해도와 선호도가 높게 나타난 만큼, 자문 기회를 제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 후계자 부재 문제를 사회적 차원에서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사례처럼 후계 공백은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지역 경제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아직 후계자가 있다는 이유로 위기감을 체감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다수인 만큼, 후계자 문제를 조기에 점검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여론 환기와 정책 홍보가 필요한 것이다.

셋째, 성공적인 사업승계형 M&A 사례를 적극 발굴·축적하고, 이들이 널리 공유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매각이 마치 ‘패배’나 ‘불가피한 선택’처럼 여겨졌지만, 실제로는 기업의 생존과 도약을 위한 전략적 결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넷째, M&A 중개시장의 신뢰도와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은 중개업체에 대한 신뢰가 낮아 M&A 자체를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정확한 기업 가치평가, 공정한 중개절차, 전문성과 윤리성을 갖춘 중개기관 인증제 도입 등을 통해 신뢰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끝으로, 매각 이후의 안정적인 기업 운영을 지원하는 ‘사후 통합(PMI, Post-Merger Integration)’ 서비스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매각 이후 경영의 연속성과 조직 안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인수 이후 통합 관리, 조직문화 조정, 내부 커뮤니케이션 지원 등 맞춤형 사후 지원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