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3000 유니콘 40…회수시장 재편을”

프린트

Live 중기 ㅣ 지금 중기에선 “코스닥 3000 유니콘 40…회수시장 재편을” 창업→성장→회수 선순환 사슬 끊겨…벤처생태계 회복전략 필요

기사입력2025-06-17 11: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벤처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회수시장을 근본적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성인 가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16일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과 한국벤처창업학회가 공동 주최한 ‘코스닥 3000, 유니콘 40 중소벤처기업 성장방안 세미나’에서 ‘벤처 투자,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제목의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지금의 벤처생태계는 이미 25년 동안 정체돼 있었다”며, “2000년 이후 붕괴된 회수시장을 복원하지 않고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은 어렵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1999~2000년 국내 벤처생태계가 맞이했던 급성장의 순간을 되짚으며, “닷컴 열풍 속에서 매달 500개 이상의 신규 기업이 창업되던 시기였고, 코스닥 지수는 60포인트에서 2834.4포인트까지 치솟았다. 그야말로 ‘벤처의 시대’였다”고 했다.

하지만 이 열풍은 채 1년도 유지되지 못했다. 2000년 3월 정점을 찍은 후, 코스닥 지수는 1년 만에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나스닥 하락의 영향과 함께 국내에서는 묻지마 투자, 비현실적 상장기준, 기술력보다 ‘닷컴’이라는 키워드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무너진 탓이었다. 연쇄적인 상장폐지와 도산이 이어졌고, 투자자들의 신뢰는 완전히 붕괴됐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이후 벤처는 대중적으로 ‘사기’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정부는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벤처특별법, 기술보증기금 확대 등 건전화 정책을 펼쳤지만, 이는 오히려 생태계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이 시기를 기점으로 우리는 빙하기에 진입했다”고 표현했다.

◇“투자회수 한계로 구조적 병목”=2000년대 중반 이후 정부는 ‘기술성 평가 특례상장’ 제도 도입(2005년), 코넥스→코스닥 이전을 유도하는 성장성 특례 등 다양한 조치를 시행했다. 그 결과, 2020년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20개사 중 13개가 벤처 출신으로 확인되며 성과도 일부 나타났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셀트리온, 알테오젠, 크래프톤,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이 꼽힌다.

하지만 전 교수는 이를 두고 “벤처생태계 전체의 회복이 아니라, 일부 스타기업에 자원이 집중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회수 수단이 여전히 코스닥 IPO에 편중돼 있고, 민간 M&A 시장이나 유연한 비상장 거래 시장은 부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스타트업 리서치 기관인 CB Insight에 따르면, 글로벌 유니콘 기업 수는 2021년 959개에서 2024년 1248개로 30% 정도 증가한 반면, 한국은 2021년 18개에서 2024년 13개로 오히려 30% 정도 감소했다.

전 교수는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일부 기업은 코스닥 문턱을 넘었지만, 유동성 부족과 낮은 투자 매력도는 개선되지 않았다”며, “고성장 기업이 진입하기에는 여전히 장벽이 높고, 상장 후에도 투자 회수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구조적 병목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회수→글로벌→민간주도 전략”=전 교수는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회수시장 재정비, 글로벌 연계 확장, 민간 중심 혁신 생태계 복원 등 3단계 회복 프레임을 제시했다.

▲회수시장 재정비=우선 회수 인프라 전반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했다. 코스닥 시장의 기능을 ‘단기차익 시장’에서 ‘중장기 성장 기업 회수시장’으로 재정의하고, 중간 단계 회수수단으로 제3시장(장외 플랫폼, 사설 주식 거래소 등)의 활성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크라우드펀딩과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과의 연계, Web3 기반 회수 모델(예: DAO, 토큰 이코노미) 도입 등 디지털 자산 기반 실험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연계 확장=두 번째 전략은 글로벌 벤처생태계와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식 액셀러레이터 모델을 국내에 유치하고, 초기 창업자들이 기술 검증과 시장 매칭을 통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글로벌 VC(벤처캐피털)와의 연계, 해외 IR 시스템 구축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순한 창업 보육을 넘어 실질적 성장과 자금 유입으로 이어지는 ‘글로벌 동반 성장 모델’을 마련하자는 제안이다.

▲민간 중심 혁신 생태계=민간 VC의 역량 강화를 위해 운용사 출자기준 완화, 펀드 조성 시 정책적 인센티브 확대, 글로벌 펀드와의 공동투자 환경 조성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 교수는 동시에 IR, 딜소싱, 기술실사(DD) 등 민간 투자 생태계 전반에 걸쳐 전문성과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우리가 ‘코스닥 3000, 유니콘 40’을 외치기 전에, 왜 지난 25년 동안 코스닥은 800에 머물러 있었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고 했다. 특히 “현재의 벤처생태계는 창업→성장→회수라는 선순환 사슬이 끊겨 있는 상태”라며, “정부 주도의 단기적 자금 투입만으로는 회복이 어렵고, 민간이 회수 가능성을 체감할 수 있도록 회수 인프라 중심의 구조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