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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완전함을 넘은 여백의 미, 비움에서 오는 편안함
달항아리에 담은 내면의 결…김선 작가 ‘마음새-몸새-이음새’
- 기사입력2025-10-06 10:23
김현성 기자 (kimhs@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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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 ‘달항아리,마음새-몸새-이음새’, 86.0×75.0cm, Mixed media, 2025오는 25일까지 서울 갤러리나우에서 한국 현대회화의 미감과 정신성을 동시에 사로잡는 작가 김선의 개인전 ‘마음새-몸새-이음새’가 열린다.
마음으로 빚는 달항아리의 미학
“그리지 않는다. 빚는다. 흙이 아닌 색으로, 손이 아닌 마음으로.”
김선 작가는 달항아리라는 전통적 오브제를 평면에 빚어내면서, 도공의 내면에 가까운 전통의 온도와 결을 현대 회화로 재해석한다. 그에게 작업이란 인위와 우연, 통제와 순응이 교차하는 오랜 기다림의 수행이다. 반복적으로 재료를 쌓고, 시간이 빚어내는 빙렬(氷裂)의 결이 드러날 때마다, 달항아리는 제각각의 생명과 울림으로 탄생한다. 작가가 추구하는 ‘마음의 결’이 온전히 화면 위에 새겨지는 순간이다.
김선의 달항아리는 완벽한 원도, 균제도 거부한다. 다소 비틀리고 눌린 듯하지만, 그 비균제와 불완전 속에서 오히려 자연의 깊은 내공과 동양미의 절제를 보여준다. 완전함을 넘은 여백의 미, 비움에서 오는 편안함. 이것이 김선이 수십 년간 몰두해온 창작세계의 핵심이다.
빙렬의 감각, 평면에 스며든 도자기의 온기
김선은 과학적 연구와 예술적 직관을 결합, 캔버스 위에서 도자기의 촉감과 온기를 재현한다. 혼합재료와 레이어링, 마르며 갈라지는 빙렬 효과 등 작가만의 실험적 기법은 “평면인데 도자기 같다”는 감상을 자아낸다. 달항아리 형태를 원전 삼아, 현실과 추상, 전통과 현재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대담함이 돋보인다.
안현정 미술평론가는 김선의 초기 달항아리는 요철(凹凸)이 지금보다 두터워 ‘실제 도자로 제작하느냐’ 혹은 ‘평면에 실제 도자를 붙인 것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작가는 부조 같은 회화가 아니라, 평면을 고수하면서도 ‘얇디얇은 빙렬의 미감’을 자신만의 시그니쳐로 부각시킨 것이라고 평가했다.
충남대학교 미술학과 출신의 김선은 25회의 개인전, 200여 회의 단체전, 국내외 주요 아트페어와 공모전 수상, 다수의 미술대전 심사위원 경력을 갖춘 중견작가다.
김선은 전통 달항아리의 현대적 해석을 통해 이 시대의 풍요와 여백, 그리고 자신만의 독자적 미감을 견고하게 쌓아가고 있다. 그의 작품은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다시 관객 각자의 마음으로 퍼져가는 또 하나의 달이 된다. 중기이코노미 김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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