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필요범위내 대기발령 사용자 재량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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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업무상 필요범위내 대기발령 사용자 재량 인정 근로자 귀책사유 없는 경우 임금 또는 휴업수당 지급해야

기사입력2015-08-05 00:00

박현진 객원 기자 (kpla123@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노무법인 ‘사람과 사람’ 박현진 대표노무사

사용자의 일방적인 대기발령처분에 따라 근로자가 근로제공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경우 근로자는 사용자에게 대기발령 기간에 대한 임금을 청구할 수 있는가? 흔히 출근정지 또는 직위해제 등과 혼용해 사용되는 대기발령처분의 개념부터 먼저 보면, 대기발령은 근로자의 의사에 반해 행해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 법적성격은 원칙적으로 징계처분은 아니다. 그럼에도 재택대기든 출근대기든 근로자 본연의 업무를 금지시킨다는 점에서 근로자에겐 불이익처분으로 징계처분과 유사한 효과를 내포하는 경우가 많다.

대기발령처분의 법적성격 ‘원칙적으로 징계처분이 아니다’

대법원에 따르면 대기발령이라 함은 일반적으로 회사의 사정이 있는 경우 또는 근로자가 종전과 동일하게 작업하는 것이 업무상 지장을 초래하거나 사업장 질서를 문란케 할 위험이 큰 경우에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일정기간 보직을 부여하지 않고 대기시키는 잠정적인 인사처분이다(대법원 1996.10.29. 선고 95누15926). 대법원 스스로 언급했듯이 대기발령처분은 “회사의 사정이 있는 경우 또는 근로자가 종전과 동일하게 작업하는 것이 업무상 지장을 초래하거나 사업장 질서를 문란케 할 위험이 큰 경우” 등과 같이 사용자의 일방적인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 대기발령으로 인해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하는 근로자에게 귀책사유가 전혀 없거나, 있다고 해도 그것은 사용자만의 주관적 판단에 따른 혐의만이 존재할 뿐이다.

민법 제400조 채권자 지체 법리에 따르면 근로자의 근로제공의무 이행에 대해 사용자가 이를 수령할 수 없거나, 거부하는 경우 사용자는 근로제공의무 이행에 대한 반대급부인 임금지급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46조 휴업수당 법리에 따르면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휴업하는 경우 사용자는 휴업기간 동안 그 근로자에게 평균임금의 100분의 70 이상의 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근로자의 귀책사유가 없는 대기명령의 경우에 근로자가 경제적 불이익을 감내해야 할 법적 근거는 전혀 없고, 반대로 민법 제400조와 근기법 제46조에 따라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대법원(사진)에 따르면 대기발령이라 함은 일반적으로 회사의 사정이 있는 경우 또는 근로자가 종전과 동일하게 작업하는 것이 업무상 지장을 초래하거나 사업장 질서를 문란케 할 위험이 큰 경우에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일정기간 보직을 부여하지 않고 대기시키는 잠정적인 인사처분이다. ©중기이코노미

물론 민법 400조와 근기법 제46조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문제가 되는 사업장 내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에 대기발령 기간에 대한 임금지급을 제한하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어야 한다. 취업규칙 등에 대기명령이 징계의 일종이고, 대기발령에 따라 임금지급을 제한하는 규정이 있다면 임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아도 법적인 문제는 없다.

이번에 소개하는 판례는 징계절차 개시와 함께 대기명령을 받은 근로자들이 대기명령 기간에 해당하는 임금지급을 청구한 것에 대해 울산지방법원이 대기명령의 적법성을 이유로 청구를 기각한 사건이다(2015.5.21. 선고, 2014가합4770). 울산지법의 이번 판결은 그간 대법원이 보여줬던 대기명령 사건에 대한 결론과 그 궤를 같이 한다.

대법원은 “기업이 그 활동을 계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하여서는 노동력을 재배치하거나 그 수급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 불가결하므로, 대기발령을 포함한 인사명령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권한에 속한다 할 것이고, 따라서 이러한 인사명령에 대하여는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 사용자에게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하며(대법원2002.12.26. 선고 2000두8011 판결 등)” 나아가 “대기발령 등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라도 취업규칙이나 인사관리규정 등에 징계처분의 하나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면, 이는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권한에 속하는 인사명령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고, 위와 같은 처분은 그것이 근로기준법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단지 징계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3.5.9. 선고 2012다64833 판결)”는 입장이다.

징계처분 확정없이 대기명령으로 근로자는 불이익 감수

대법원의 법리에 따르면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근로자의 경우 징계처분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 즉 징계혐의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행해진 사용자의 단순한 인사명령인 대기발령처분으로 경제적·사회적·정신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이번 사건의 경위를 보자. 2013년 10월경 불법파업 여부를 둘러싸고 노사간 충돌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근로자들은 취업규칙 위반 등의 사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됐으며, 이로 인해 현장출입이 정지됐다는 통보(대기명령)를 사용자로부터 받았다. 대기명령 통보 이후 근로자들의 출근시도가 있었지만 사용자의 출입카드 정지로 인해 출근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대기명령을 받은 근로자들 중 63명은 징계위원회 결정 등 징계절차를 거쳐 정직 15일의 징계처분을 받았다. 대기명령을 받은 시점과 대기발령 이후 정직처분이 확정된 시점 사이에는 적게는 3일 많게는 9일간의 간격이 있었다.

정직처분을 받은 근로자들은 “이 사건 대기명령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의 ‘직장폐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인데, 직장폐쇄로서 갖춰야 할 절차와 요건을 갖추지 못했으므로 위법한 직장폐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부당한 직장폐쇄로 인해 근로자인 원고들이 근로를 제공하지 못한 것이고 전적으로 피고들의 귀책사유에 의한 것이므로, 피고들은 원고들에게 각 평균임금의 100%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임금청구의 소를 제기한 근로자들은 대기명령의 위법성을 전제로 대기명령을 받은 날로부터 정직처분의 효력이 발생한 날 이전까지 그 대기명령이 없었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을 법원에 청구한 것이다. 이 사건의 쟁점은 두 가지다. 이 사건의 대기명령이 직장폐쇄에 해당되는지 여부와 이 사건 대기명령의 적법성 여부였다.

징계혐의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사실관계에 대한 확정없이, 근로제공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귀책이 사용자에게 있음에도, 징계처분이 아닌 인사명령(대기발령)이란 이름으로 근로자에 대한 불이익처분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법리가 사회통념에 비춰 합리적인가는 의문이다.<자료=비자트>

대기명령의 직장폐쇄 해당 여부에 대해 울산지법은 “직장폐쇄라 함은 근로자들의 쟁의행위에 대항하는 사용자의 쟁의행위로서, 사용자가 근로자들의 노무제공을 집단적으로 거부함으로써 근로자들의 집단적 투쟁행위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직장폐쇄는 집단적 노무제공거부를 개념요소로 가진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징계절차 회부 대상자인 특정 근로자에 대한 상대적 노무제공거부는 직장폐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근로자의 주장을 기각했다. 이상 언급한 내용은 울산지법이 이 사건 대기발령처분이 직장폐쇄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밝힌 이유 전부다.

노조법상 직장폐쇄 해당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직장폐쇄의 개념 및 요건, 그에 따른 효과 그리고 사업장 전체가 아닌 일부 또는 특정인에 대한 직장폐쇄 가능 여부 등 많은 쟁점이 있다. 그럼에도 직장폐쇄의 정당성 요건 등에 대한 구체적인 법리를 전개함이 없이 징계절차 회부를 이유로 ‘특정 근로자에 대해 상대적 노무제공거부가 직장폐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짧게 결론낸 것은 아쉽다.

남은 쟁점, 이 사건 대기발령처분의 적법성 여부다. 이에 대해 울산지법은 대법원이 제시했던 기존의 법리를 반복했다.

요약하자면, 대기발령을 포함한 인사명령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고유권한이고, 이러한 인사명령에 대하여는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 사용자에게 상당한 재량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대기명령은 사용자의 인사명령권 재량 범위 내에서 행해졌기 때문에 적법하다. 이 사건 대기명령처분의 적법성을 뒷받침하는 사실관계로 울산지법은 다음의 내용을 언급하고 있다. ‘①대기명령이 징계절차에 회부되었음을 이유로, 일시적으로 직무에서 배제하는 잠정조치로서 대기발령의 일종이라는 점 ②대기명령의 원인이 된 징계절차는 실제 절차가 진행되었고, 그 대상자 중 일부가 징계처분을 받았다는 점 ③그 기간도(3일 내지 9일) 지나치게 장기간이라고 볼 수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이사건 대기명령이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징계혐의 있다는 것만으로 불이익처분 정당화 “비합리적”

이번 판결에 대해 사족을 좀 달자면 대기명령 처분의 적법성을 뒷받침한다면서 울산지법이 제시한 사실관계가 다소 부실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근기법 제23조 제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여기서 ‘그 밖의 징벌’이란 사용자에 의해 정당한 이유없이 행해지는 근로자에 대한 경제적·사회적·정신적인 불이익처분 일체를 의미한다. 따라서 근로자에 대한 불이익처분에 대해 법원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리기 위해서는 근기법상 ‘정당한 이유’에 합당할 만한 구체적 사실(입증)을 밝혀야만 한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대기발령 기간에 자신의 의사에 반해 출근을 하지 못해 발생한 근로자의 경제적 불이익(임금)은 명백하다. 그럼에도 법원이 불이익처분 정당성의 근거로 제시한 것은 이 사건 근로자들이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는 사실, 이후 징계처분이 확정됐다는 사실 그리고 대기명령 기간이 ‘지나치게 장기간’이라고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