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법상 파견기간 초과한 사용사업주는?

프린트

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파견법상 파견기간 초과한 사용사업주는? 파견근로자 직접고용·차별적 처우에 대한 차액 보상해야

기사입력2016-01-26 00:00

박현진 객원 기자 (kpla123@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노무법인 ‘사람과 사람’ 박현진 대표노무사

공기업 A사 위탁업체에서 일했던 근로자 8명이 A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 정한 파견기간을 초과했다는 등의 이유로 이들의 사용자는 위탁업체가 아닌 A사라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유지했다.(대법원 2015. 11. 26. 선고, 2013다14965)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구 파견법이 적용된 7명의 근로자는 위탁업체 소속 근로자가 아닌 A사 근로자이고(직접고용 간주), 개정된 파견법이 적용된 1명의 근로자의 경우에는 A사가 고용의무를 부담(직접고용 의무)해야 한다.

A사 위탁업체에 입사한 8명의 근로자들은 발전 및 변전소 업무 보조, 화학시료 채취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A사는 위탁업체를 매년 교체했지만 근로조건은 동일했고, 이들에 대한 업무지시 및 노무지휘·명령권은 사실상 A사가 행사했다. 그러던 중 8명의 근로자 모두 2010년 6월 위탁업체로부터 해고통보를 받았고, 이들은 같은 해 12월 A사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했다.

이들 근로자들은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권한을 행사한 A사가 근로기준법상 자신들의 사용자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A사가 근기법상 사용자는 아니더라도 파견법상 사용자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A사와 위탁업체 그리고 위탁업체 소속 자신들 사이의 법률관계는 근로자파견관계이고, A사가 파견법에 정한 파견기간을 초과해 자신들을 사용했기 때문에 파견법 위반에 따른 법률효과로서 자신들의 사용자는 위탁업체가 아닌 A사라는 것이다.

A사-위탁업체-근로자 사이의 법률관계 ‘근로자파견관계’

이 사건 1심 서울중앙지법은 A사가 근기법상 사용자라는 근로자들의 청구는 기각했다. 그러나 이들 8명의 근로자와 A사 그리고 위탁업체간 법률관계를 근로자파견관계로 판단했고, 이같은 법리는 서울고등법원 원심(2013. 1.25. 선고 2012나10302 판결)에서도 인용됐으며 이번 대법원 판결을 통해서 확정됐다.

1심과 2심 그리고 대법원 최종판결에 이르는 심리과정에서 근로자파견에서 업무의 내용에 대한 판단, 근로자파견의 요건 내지 도급과의 구별, 파견기간 제한 등 다양한 쟁점이 있었다. 근로자파견에서 업무, 근로자파견 요건 그리고 도급과의 구별 등의 쟁점에 대해서는 앞선 기고에서 수차 언급한 바 있다. 위탁업체 변경과 관련된 파견기간에 대한 쟁점만 살펴본다.

구 파견법 제6조 제3항에 따르면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2년의 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날부터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본다’라는 내용의 규정을 둬 사용사업주가 파견기간 제한을 위반한 경우 곧바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직접고용관계 성립이 간주되도록 했다.

A사 “파견사업주가 매년 변경됐기 때문 파견기간 2년 초과 안해”

대법원 최종판결을 통해 8명의 근로자들은 해고통보 이후 5년6개월 만에 자신들의 사용자가 위탁업체가 아닌 A사였음을 확인받았거나, A사에 자신을 직접 고용할 것을 청구할 수 있는 사법상의 권리를 확보했다. 반면 근로자파견에서의 업무 내용에 대한 오해 또는 무지 그리고 파견과 도급의 차이를 간과했고, 불필요할 수도 있었던 업무지시 및 노무지휘·명령권을 행사했던 A사로서는 상당한 수준 이상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자료=비자트>

그런데 2006년 개정된 파견법은 직접고용 간주 규정을 대체해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직접고용 간주 규정이 직접고용 의무 규정으로 개정됐다.

“파견기간이 2년 이상 초과했다”는 근로자들의 주장에 대해 A사는 “위탁업체(파견사업주)가 매년 변경되었기 때문에 파견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않았다”며 구 파견법상 직접고용 간주 규정과 개정 파견법상 직접고용 의무 규정은 적용될 수 없다고 항변했다.

이에 재판부는 “직접고용 간주 규정이나 직접고용 의무 규정은 사용사업주가 파견기간의 제한을 위반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행위에 대하여 행정적 감독이나 처벌과는 별도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의 사법관계에서도 직접고용관계의 성립을 간주하거나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의무를 부과함으로써 근로자파견의 상용화·장기화를 방지하면서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을 도모할 목적에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발생하는 법률관계 및 이에 따른 법적 효과를 설정하는 것(대법원 2008. 9.18. 선고 2007두22320 전원합의체 판결)”이라고 전제하고 “그 내용이 파견사업주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그 적용 요건으로 파견기간 중 파견사업주의 동일성을 요구하고 있지도 아니하므로, 사용사업주가 파견기간의 제한을 위반하여 해당 파견근로자로 하여금 대상 업무를 계속 수행하도록 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파견기간 중 파견사업주가 변경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직접고용 간주 규정이나 직접고용 의무 규정의 적용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 “파견사업주 변경시 파견기간은 최초 파견시점부터 기산”

대법원의 이번 최종판결을 통해 8명의 근로자들은 해고통보 이후 5년 6개월 만에 자신들의 사용자가 위탁업체가 아닌 A사였음을 확인받았거나, A사에 자신을 직접 고용할 것을 청구할 수 있는 사법상의 권리를 확보했다.

반면 근로자파견에서의 업무 내용에 대한 오해 또는 무지 그리고 파견과 도급의 차이를 간과했고, 불필요할 수도 있었던 업무지시 및 노무지휘·명령권을 행사했던 A사로서는 상당한 수준 이상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A사가 감당해야 할 손해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봄으로써 노무 관련 리스크를 사전에 제거 또는 최소화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알아보자. 임금 및 복리후생 등 근로조건과 관련 개정 파견법은 파견 및 사용사업주 모두에게 파견근로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 금지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파견 및 사용사업주가 사용사업주의 사업장 내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에 비하여 파견근로자에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적은 임금을 지급하는 경우 이는 불법행위가 된다. 불법행위로 인한 파견근로자의 손해는 그러한 차별이 없었더라면 파견근로자가 받았을 적정한 임금과 실제로 받은 임금과의 차액 상당이다.

A사, 파견근로자 신분 유지기간 동안 차별적 처우에 대한 보상해야

따라서 이 사건 재판에서 승소한 8명 근로자들은 A사에 최초 파견된 날로부터 2년이 되는 기간 동안(파견근로자 신분을 유지하는 기간 동안) A사 직접 고용 근로자들이 받았던 임금과의 차액을 청구할 수 있다. 임금 이외 복리후생에서 차별적 처우가 있었던 경우 이 역시 청구대상이 될 수 있다. 또 A사에 최초 파견된 날로부터 2년이 만료된 날 다음날부터 직접고용 간주 규정이 적용된 7명의 근로자들은 고용간주일로부터 파견근로자 신분에서 A사의 직접 고용 근로자 신분으로 전환되고, 그에 따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그리고 직접고용 의무 규정이 적용된 근로자의 경우에는 A사에게 직접 고용해 줄 것을 청구할 수 있다.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근로자는 A사를 상대로 고용 의사표시에 갈음하는 판결을 구할 사법상의 권리를 행사하고, 그 판결이 확정되면 직접고용관계가 성립한다. 또 직접고용 의무 규정이 적용된 근로자는 A사의 직접고용의무 불이행에 대해 직접고용관계가 성립할 때까지의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금도 청구할 수 있다. 나아가 직접고용 간주 및 직접고용 의무 규정에 따라 A사가 이들 8명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한 경우 A사는 부당해고기간 중에 이들이 정상적으로 근로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다.

“파견근로자가 고용간주 또는 고용의무 발생 이후 사용사업주에 대하여 근로제공을 중단한 기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일률적으로 그 기간 동안의 임금청구권이나 고용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상실한다고 볼 것은 아니고, 근로제공 중단 사유, 고용간주 또는 고용의무 발생 시기, 사용사업주의 고용간주 또는 고용의무 발생 및 그 효과에 대한 인식 여부 등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파견근로자의 근로제공 중단이 사용사업주의 책임 있는 사정으로 말미암은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라면 파견근로자로서는 민법 제538조제1항에 따라 근로제공 중단에도 불구하고 사용사업주에 대하여 중단 기간 동안 근로제공을 계속하였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또는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서울중앙지법 2014.09.18. 선고, 2010가합112481)”

A사, 부당해고기간 중 임금 상당액 지급해야

이들 8명의 근로자들은 2010년 6월에 해고통보를 받았기 때문에 A사로서는 최소 5년6개월에 해당하는 이들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불법파견에 따른 A사의 금전적인 손해는 이들이 파견근로자 신분을 유지했던 기간 동안의 차별적 처우에 따른 차액 보상 그리고 A사 직접 고용 근로자 신분으로 전환된 이후 즉, 부당해고 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이다. 금전적인 손해도 상당하지만 더 큰 손해는 공기업 최초 불법파견 인정사례라는 오명이다. A기업이라곤 했지만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공기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