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생명보험’ 피보험자 동의 없으면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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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타인의 생명보험’ 피보험자 동의 없으면 무효 단체보험은 예외…다른 보험수익자 지정시 피보험자 동의 필요

기사입력2016-03-13 13:30

정인호 객원 기자 (inj1223@gmail.com) ㅣ다른기사보기

법률사무소 ‘참벗’ 정인호 변호사

‘타인의 생명보험’은 생명보험계약에 있어 보험계약자가 아닌 다른 사람을 피보험자로 한 보험을 말한다. 보통 그 다른 사람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것을 타인의 생명보험이라고 한다. 이러한 타인의 생명보험은 보통의 보험계약과는 달리 다른 사람의 사망으로 보험금이 지급되기 때문에 고의로 피보험자의 생명을 해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어 일정한 제한이 가해진다.

각 국은 타인의 생명보험에 있어 피보험자의 상속인이나 일정한 범위의 친족만이 보험의 수익자가 될 수 있게 하거나, 피보험자의 동의를 필수적으로 받아야 보험의 효력이 있는 것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피보험자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다.

서면에 의한 피보험자의 동의 있어야 유효

타인의 생명보험계약에 있어 피보험자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앞서 본 타인의 사망이 보험사고인 경우(타인이 사망해야 보험금이 지급되는 경우)다. 이러한 동의는 서면에 의한 동의를 말하고 그러한 동의가 없다면 생명보험계약은 무효가 된다.

이와 관련 우리 대법원은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의 체결에 있어서 ▲보험모집인은 피보험자의 서면동의 등의 요건에 관해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해, 보험계약자로 하여금 그 요건을 구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유효한 보험계약이 체결되도록 조치할 주의의무가 있고 ▲그럼에도 보험모집인이 위와 같은 설명을 하지 아니하는 바람에 위 요건의 흠결로 보험계약이 무효가 되고, 그 결과 보험사고의 발생에도 불구하고 보험계약자가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됐다면, 보험자는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에 기하여 보험계약자에게 그 보험금상당액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한 바 있다.

판례는 “타인의 생명보험에서 피보험자가 서면으로 동의의 의사표시를 해야 하는 시점은 ‘보험계약 체결시까지’이고, 이는 강행규정으로서 ▲이에 위반한 보험계약은 무효이므로, 타인의 생명보험계약 성립 당시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가 없다면 그 보험계약은 확정적으로 무효가 되고 ▲피보험자가 이미 무효가 된 보험계약을 추인했다고 하더라도 그 보험계약이 유효로 될 수는 없다”고 했다. 또 “▲피보험자의 서면동의 없이 체결된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생명보험계약의 보험자가 수년간 보험료를 수령하거나 종전에 그 생명보험계약에 따라 입원급여금을 지급한 경우에도 위 생명보험계약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고 보았다.

‘타인의 생명보험’ 계약에 있어 서면에 의한 피보험자의 동의가 있어야 유효하다.<자료=비자트>

이와 함께 피보험자와 보험수익자가 같은 사람인 경우라고 하더라도 동일하게 피보험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피보험자인 보험수익자가 사망하면 보험금이 지급되어 결국 그 상속인이 보험금을 수령하게 되므로 피보험자가 보험수익자가 아닌 경우와 실질적으로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단체보험은 예외…보험수익자 다를 경우 동의 받아야

그러나 이러한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되는 예외가 있다. 우리 상법은 단체가 규약에 따라 그 구성원의 일부 또는 전부를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동의를 받지 않아도 보험계약이 유효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단체보험은 정해진 단체의 규약에 따라 그 구성원의 이익을 위해 보험계약을 체결하게 되므로 남용의 위험이 적다는 데 그 이유가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피보험자가 아닌 다른 사람을 보험수익자로 지정할 경우에는 피보험자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일단 유효하게 성립된 생명보험계약의 권리(보험금 수령권)를 보험수익자가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는 경우에도 별도로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보험사고가 발생한 후에 보험금 청구권은 일반적인 금전채권이 되므로 그러한 제한이 없다.

또 보험계약자가 계약을 체결한 후에 보험수익자를 지정 또는 변경할 때에도 피보험자의 동의가 필요한데, 피보험자 자신이 보험수익자가 되는 경우에는 동의가 필요 없다.

15세 미만, 심신상실자 등의 경우 동의 있어도 무효

이러한 동의가 없다면 비록 보험계약이 성립됐다고 하더라도 보험계약으로서 효력이 없다. 그리고 동의의 방식은 반드시 서면에 의하도록 하고 있다. 판례는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 있어서 ▲도박보험(보험계약자가 피보험 이익이 없음을 알고 한 보험 계약)의 위험성과 피보험자 살해의 위험성 및 공서양속(공공의 질서와 선량한 풍속) 침해의 위험성을 배제하기 위해 마련된 강행규정이고 ▲보험계약 체결 시에 피보험자인 타인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도록 규정한 것은 그 동의의 시기와 방식을 명확히 함으로써 분쟁의 소지를 없애려는데 그 취지가 있으므로, 피보험자인 타인의 동의에는 각 보험계약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서면에 의해 이뤄져야 하며, 포괄적인 동의 또는 묵시적이거나 추정적 동의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했다.

그리고 피보험자의 동의는 피보험자가 일단 유효하게 동의를 해 보험계약의 효력이 생긴 후에는 보험계약자, 보험수익자의 동의가 있어야 철회가 가능하다.

15세 미만인 사람, 심신상실자 또는 심신박약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은 그 사람들의 동의가 있더라도 무효다. 이는 위와 같이 정신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상대로 한 사망보험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15세 미만의 사람들이 피보험자가 되는 경우 자유롭고 정상적인 의사에 의한 동의가 사실상 기대되기 어렵고, 자칫 이들의 법정대리인에 의한 동의에 의해 보험계약이 유효하게 돼 보험금 때문에 부당하게 희생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위의 심신상실자 등은 실제로 정신능력이 박약하거나 상실된 상태에 있으면 되고, 반드시 한정치산 또는 금치산 선고를 받았는지와는 무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