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건축 ‘건물에너지 통합관리’ 유망하다

프린트

기술미래 ㅣ 기술로드맵 친환경건축 ‘건물에너지 통합관리’ 유망하다 고성능 BEMS, 선진기술도 초보…대·중소 협력통해 기술력 확보해야

기사입력2016-10-04 17:33

이가영 기자 (young@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에코건축’은 유해물질 발생이 적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친환경 건축소재를 사용,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한 건축기술을 말한다. 친환경건축이라 불리기도 하며, 건축자재부터 건물구현을 위한 시스템기술까지 모두 포함한다.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효율화 방침에 따라 시장 성장잠재력이 크다. 중소기업청이 발간한 ‘중소기업 전략기술로드맵 2016-2018’은 2014년 세계 녹색 건축자재 시장규모를 1572억달러로 추정했다. 앞으로 개발도상국의 건설업이 성장하고, 전 세계적으로 에코건축 수요가 증가하며, 에코건축 인증 강화로 관련시장은 커질 전망이다.

미국의 시장조사그룹 맥그로힐 파이낸스(S&P글로벌)가 2009년 61개국 녹색건축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13%만 건축시장의 60%이상이 녹색건축 프로젝트를 적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지난해 설문조사에서는 51%의 응답자가 건축시장의 60%이상이 녹색건축을 적용할 것이라고 했다. 건축시장에서 녹색건축이 차지하는 비중을 60%이상으로 전망한 녹색건축 종사자가 지난 6년간 4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99%가 중소·영세상공인…중국 추격에 입지 좁아져

국내 에코건축 산업은 중소기업과 영세상공인이 99%를 차지하며, 출혈경쟁이 심각하다. 기술로드맵의 에코건축 분야 사업체 규모를 보면, 소기업이 2만1867개로 전체 사업체수의 98%다. 또 품질이 낮았던 중국산 제품이 기술력을 갖추면서 우리 중소기업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국내기업의 핵심기술도 선진국에 비해 뒤쳐진다. 정부주도의 연구투자와 시범사업 등으로 기초연구, 설계 및 시제품 제작 등은 일정한 수준에 도달했으나 건축자재를 비롯해 설비, 기기, 장비 등 관련 산업의 핵심기술은 부재하다. 설계, 시공, 감리, 평가 등을 수행할 전문인력도 모자란다. 제품개발에 성공해도 일례로 제품 인허가 관련 기준이 미비해 상용화에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또 2010년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을 제정했으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지방공사 등 ‘공공’만을 의무대상으로 하고 있어 민간부분과 시장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ICT기술 접목한 건물에너지 통합관리시스템(BEMS) 유망

기존 에코건축에 ICT기술을 접목한 ‘건물에너지 통합관리시스템(BEMS)’ 등 융·복합 기술이 유망할 전망이다. ICT 관련 분야에서 한국은 세계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건축기술, 에너지기술, 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한 건물에너지 관리시스템에 대한 국가기술표준안이 2014년 제정되면서 기술개발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또 에너지 절감과 온실가스 감축 요구에 따라 BEMS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건축물은 온갖 자재·설비 등이 혼합돼 있는 복합체인 탓에 엄청난 에너지를 사용하는데, 국토부에 따르면 연간 에너지 사용량의 40％ 정도가 건축물에서 발생한다. 세계 각국이 건물에서 소비하는 에너지를 줄이려는 정책과 산업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BEMS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 건축물 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파이크리서치는 전 세계 BEMS 시장을 2012년 18억 달러 수준에서 매년 14％씩 성장, 2020년에는 60억달러 규모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BEMS는 건물내 각종 에너지 사용정보를 센서·계측기로 수집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이를 분석해 에너지사용 효율성을 높인다. 획득·수집한 건물에너지 소비 및 관련 데이터를 알기 쉽게 컴퓨터 화면 등을 통해 보여주며, 운영자가 원하는 기간의 건물에너지 소비와 관련한 데이터와 정보를 표 또는 그래프로 제공한다. 또 운영자가 에너지 소비에 관한 기준값이나 운전범위 등을 직접 입력할 수 있어, 그 이상의 에너지를 소비하면 시스템이 운영자에게 입력값과 운영값을 비교해 알려준다. 건설기술(CT)과 정보통신기술(IT), 에너지기술(BT)이 융복합된 새로운 시장 분야로, 시장잠재력이 높아 국내외 정보통신 및 건설 기업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내 대기업 참여 활발, 기술력 부족한 中企는 한계

1980년대부터 미국과 EU를 중심으로 BEMS 초기시장이 형성됐다. 현재도 미국의 하니웰·존슨컨트롤즈·ALC, 독일의 지멘스·슈나이더, 일본의 아즈빌 등 다국적 기업이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자동제어 기능과 에너지성능 최적화 프로그램을 모두 갖춘 고성능 BEMS 분야에서 선진국 기술수준 역시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국내에서는 처음에 전문 중소기업들이 다국적 기업의 시스템을 도입, 시장에 참여했다. 그러나 고부가가치를 예견한 대형 통신·전자·시스템통합 업체 등 대기업의 연구개발이 활발하다. 삼성전자와 삼성SDS, LG전자, SK텔레콤, 포스코ICT, 한화S&C, KT 등이다.

건설업체들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SK건설을 비롯한 몇몇 대형업체들은 BEMS 전문인력을 채용하려 한다. 아파트나 오피스빌딩 신축사업에 BEMS를 적용하면 에너지 절감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향후 BEMS가 신축건물의 기본적인 운영시스템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BEMS의 경우 수요자인 건축주의 요구에 따라 서비스의 사양이 결정되기 때문에 표준화된 기술을 제공하기 어렵다. 각 건물특징에 따른 시스템 구축 기술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다양한 건물을 수주해 기술력을 축적한 대기업에 유리하다. 따라서 국내시장에서는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대기업과 소수의 중소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부품제조 중소기업은 시장 진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국토부는 ‘건물에너지 관리시스템(BEMS) 보급 활성화 방안’ 보고서를 통해 “시스템 보급 및 활성화를 위해서는 가격대비 성능이 우수한 계측·계량 장치가 필요하나, 국내 기술기반이 취약해 해외기업 제품에 의존하고 있다”며 “중소기업과 대기업 협력을 통해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고 국내외 시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각 건물별로 다양한 사용환경과 에너지설비를 고려한 에너지절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전문지식과 경험을 갖춘 기술인력 양성이 시급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