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쏘는 페북, 팔아버린 KT…韓, 갈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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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미래 ㅣ 기술로드맵 위성쏘는 페북, 팔아버린 KT…韓, 갈길 멀다 위성 활용 서비스업 비중 93%…기술장벽 높아 중기 참여 쉽지 않아

기사입력2016-09-06 00:00

#1. 지난 1일 미국의 우주선 개발업체 스페이스X의 로켓 ‘펠컨9’이 시험 도중 폭발했다. 발사를 이틀 남긴 시점이었다. 이 로켓에는 페이스북의 첫 번째 인공위성인 ‘아모스6’도 탑재돼 있었다. 페이스북과 제휴를 맺은 프랑스 통신사 유텔샛은 3억달러짜리 이 위성을 이스라엘의 한 위성회사로부터 빌려왔다. 페이스북은 위성을 궤도에 올려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지역에 무료로 와이파이를 보급할 계획이었다. 이번 폭발로 차질이 생기기는 했으나 “무료로 인터넷으로 보급해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겠다”는 계획은 멈추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2.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은 무궁화위성 3호를 해외에 매각한 KT 전 임원들에게 벌금형 2000만원을 선고했다. 위성은 전기통신회선설비이면서 전략물자로, 매각이나 수출을 하려면 방송통신위원회 인가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KT 임원들은 2011년 9월 홍콩 위성서비스업체 ABS사에 위성을 팔아 넘기며 정부 승인을 받지 않았다. 공식적으론 헐값에 매각하고 비공식 커미션으로 거액의 수입을 올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1999년에 발사된 이 위성은 적도 3만6000km 상공 정지궤도에서 방송·통신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2011년 9월부터 향후 10년간은 무궁화위성 5호와 6호의 백업위성으로 활용할 예정이었다.

최근 미국과 한국에서 벌어진 위성 관련 사건이다. 위성은 우주개발에서 핵심적인 산업이다. 각국은 저마다의 위성을 쏘아올리며 우주에서의 통신 쟁탈전을 벌인다. 위성이란 방송·통신, 지상관측, 기상관측, 해양관측을 위해 지구 주위를 돌거나 우주를 비행하는 기기를 말한다. 한국의 위성산업은 덩치도 작고 기술력도 높지 않은 편이다. 중소기업청이 발행한 중소기업 전략기술 로드맵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한국의 우주예산은 연간 4억5900만달러, 중국은 45억6900만달러, 미국은 347억4200만달러다. 중국이 한국의 10배, 미국은 76배 규모다. GDP 대비 우주예산도 미국은 0.2%인데 반해 한국은 0.03%에 불과하다.

<그래픽=이혜원 기자> ©중기이코노미

정부가 수요를 창출하고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산업으로, 민간에서 육성되기는 어려운 영역이다. 로드맵에 따르면 인공위성 산업과 관련된 기업의 매출은 2013년 기준 2조420억원이다. 위성정보활용 서비스 분야가 전체 매출의 93.4%를 차지하고 지상장비 분야는 3.1%, 위성체 제작은 2%다. 위성 제조보다는 이를 활용하는 서비스 분야가 시장의 대부분인 셈이다.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의 우주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국내 우주산업 참여 기업은 전년보다 101개 늘어난 248개로 조사됐다. 규모별로 보면 300인 미만인 중소기업 비중이 88.7%였고 나머지 11.3%가 300인 이상 대기업이었다.

대학(56개)과 연구기관(37개)까지 더하면 국내에선 총 331개 기관이 우주산업에 참여하고 있다. 다른 산업과 견주면 적은 규모다. 분야별로 보면 위성활용 서비스 및 장비 분야에 참여하고 있는 기관이 152개로 가장 많았고 발사체 제작 78개, 지상 장비 68개, 위성체 제작 66개 순으로 나타났다. 위성활용 분야에서는 KT샛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KT의 위성사업단에서 갈라져 나온 위성서비스 전문기업으로 2012년 12월에 세워졌다. KT샛은 올해 말 동경 113도에 코리아샛-5A, 동경 116도에 코리아샛-7을 발사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필리핀, 인도네시아, 인도차이나반도, 인도, 파키스탄에 위성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중소기업이 신규 진출하기는 쉽지 않은 분야다. 로드맵은 “인공위성 기기 제작, 지상 장비와 같은 우주산업은 기술 진입장벽이 높고 제품을 소량만 생산해 중소기업이 참여하는데 리스크가 존재한다. 중소기업이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얻기도 쉽지 않다”면서도 “어렵지만 일단 진입하면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시장이다. 미국·유럽 등 우주산업 선진국은 민간을 중심으로 우주 산업을 육성 중이다. 한국 역시 민간 중심의 중소기업 참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도 이같은 필요성을 절감하고 주도적으로 우주개발사업을 키우고 있다. 미래부는 올해 우주개발사업 예산으로 전년 대비 19.5% 증가한 7464억원을 확정했다. 지난해 20.9% 증액한데 이어 올해도 높은 증가율이다. 우리 스스로 발사능력을 확보하고 인공위성을 개발하며, 달 탐사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홍남기 미래부 1차관은 “오늘날 우주기술개발은 단순히 국력과 기술수준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머지 않은 미래에 실제 먹거리가 될 것”이라며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정부가 우주개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는만큼 철저하게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