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경량차 소재, ‘슈퍼’플라스틱 만들기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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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미래 ㅣ 기술로드맵 초경량차 소재, ‘슈퍼’플라스틱 만들기 전쟁 전기차수요 껑충…원천기술미비, 성형·가공중심에서 R&D투자要

기사입력2016-05-31 14:00

이가영 기자 (young@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BMW가 최근 공개한 전기차 i3. 차체 대부분을 탄소섬유강화 플라스틱으로 구성, 무게와 강성을 모두 만족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자료=BMW홈페이지 캡쳐>

최근 각국정부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자동차 연비기준 강화와 전기차(EV), 하이브리드 전기차(HEV) 등 차세대 자동차 보급의 대중화에 따라 연비개선이 주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가솔린차나 디젤차만큼 멀리가려면 배터리를 많이 실어야하기 때문에 배터리 경량화는 필수다.

2016년 중소기업청이 발간한 ‘중소기업 전략기술로드맵 2016~2018’에 따르면 승용차 1.5톤 기준으로 10%를 경량화 할 경우 연비성능은 약 3.8% 개선된다. 또 일산화탄소, 탄화수소, 이산화질소와 같은 온실가스도 2.5~8.8%까지 저감된다.

이에따라 주목받고 있는 것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 수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Super EP), 탄소섬유강화 플라스틱(CFRP) 등 자동차용 플라스틱 소재다. 높은 투자비용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미 경량 소재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BMW는 지난 2010년 CFRP 개발을 위해 유럽 최대의 탄소섬유 제조업체 SGL 그룹과 함께 Automotive Carbon Fiber LLC를 설립했다. 폭스바겐도 SGL 그룹 지분에 8.18% 출자해 CFRP를 공동개발하고 있다. GM은 일본 섬유회사 테이진, 포드는 다우 오토모티브 시스템즈와 함께 CFRP를 개발하고 있다.

CFRP 부품 시장규모 2014년 268억달러…연평균 8.2% 성장 2024년 595억달러

글로벌기업들이 기술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탄소섬유강화 플라스틱은 강도와 탄성률이 높은 탄소섬유와 고분자인 수지가 더해진 재료다. 철보다 75% 가볍고, 강도와 탄성은 7~10배 우수한 특성을 지니고 있어 철을 대체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소재다. 가볍고 단단해 항공우주분야와 스포츠레저용품에 주로 사용하고 있다. 2014년 기준 CFRP 부품의 시장규모는 268억달러. 향후 10년간 연간 성장률 8.2%를 기록, 2024년에는 595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문제는 가격이다. 최근 공개된 BMW 전기차 i3은 차체 대부분을 탄소섬유강화 플라스틱으로 구성, 무게와 강성 모두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가격은 5000만원을 넘어 비슷한 사양의 국내 전기차보다 1000만원 이상 비싸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의 김익수 PD도 지난해 펴낸 ‘탄소섬유강화 복합재(CFRP)산업의 동향과 기술개발 방향’ 보고서에서 ‘CFRP 성형품의 무게는 초고장력 강판부품의 1/2이나 가격은 4.4배, 알루미늄 대비 무게는 30% 가벼우나 가격은 3.8배에 달하는 고가’라 지적한바 있다.

현재 탄소섬유의 가격은 1kg당 10달러 이상, CFRP의 가격은 1kg당 20달러 이상이다. 김PD는 CFRP의 제조원가를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면 이러한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CFRP 차체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탄소섬유 자체 가격이 1kg당 7달러 이하, CFRP 가격은 1kg당 10달러 이하로 내려가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가격장벽이 해결될 경우 2025년에는 차량 바디 소재 중에서 CFRP가 45%까지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기술개발투자도 부족한 실정이다. 국내기술은 일반 사출성형과 같은 생산기술 분야에서 비교적 많은 경험이 축적돼있지만 원천 소재 개발 및 신공법 성형장비 등 전반적인 기술 인프라는 부족하다. 특히 CFRP는 현재 국내에서의 원천소재 제조기술 개발이 미비하다. 김 PD는 “CFRP 소재는 시장규모가 크고 성장성도 밝지만 국내 산업기반은 부족한 상태라 제품개발과 기반기술 확보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CFRP 시장의 진입장벽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어 자동차, IT기기 등 국내 수요가 큰 산업과 연계한 분야의 기술개발과 투자를 우선 추진하는게 효율적”이라고 전했다.

“자동차, IT기기 산업부문 기술개발과 투자를 우선 추진하는게 효율적”

플라스틱은 가볍고 설계와 제조에 유연성이 있다. 또한 가공에 따라 내구성이 향상될 수 있어 자동차부품의 상당수를 대체하고 있다. 금속재료보다 가공성이 높아 내장부품 뿐만 아니라 동력전달 장치, 엔진부품이나 외장부품에도 확대 적용되는 추세다. 현재 자동차 1대당 사용되는 플라스틱은 약 10~20%내외다. 그러나 열에 약하고 깨지는 특성이 있어 이런 특징을 보완할수록 고기능, 고가의 플라스틱으로 분류한다. 일차적으로 범용 플라스틱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나뉘고,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견디는 강도와 온도에 따라 범용 엔지니어링 플라스틱과 수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구분한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차체 적용

<자료=한국투자증권>

자동차 경량화에 사용할 수 있는 소재는 범용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다. 내열성과 강도가 우수해 기존 금속의 영역을 대체할 수 있다. 또한 금속과 달리 투명한 성질을 가진 소재도 존재해 유일하게 유리를 대체할 수 있는 소재로 꼽힌다. 종류는 다양하나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것은 폴리카보네이트(PC), 폴리아미드(PA), 폴리부틸렌테레프탈레이트(PBT), 폴리아세탈(POM), 변성폴리페닐렌옥사이드(mPPO)다.

기술로드맵에 따르면 전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시장규모는 2014년 기준 800만톤 규모로 추정된다. 폴리카보네이트(PC)는 전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시장 가운데 43%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그 뒤로 폴리아미드(PA) 29%, 폴리아세탈(POM) 12%, 폴리부틸렌테레프탈레이트(PBT) 11% 순이다. 주요 수요국가별로 살펴보면 중국이 30%로 가장 높았고 북미 20%, 유럽 20%로 그 뒤를 이었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미국, 유럽, 일본계 대형 석유화학업체들이 독과점하고 있으며, 중동업체들이 풍부한 원유와 자금력으로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미국은 소재·가공에 대한 원천기술, 유럽은 특수소재에 대한 기술, 일본은 소재응용 기술에서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플라스틱 산업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구조를 낼 수 있는 PP, ABS 등 범용 플라스틱 성형산업에 치중해있다. 반면 부가가치가 높은 금속 대체용, 친환경, 기능성 플라스틱에 대한 연구는 선진국과 비교하여 열악한 수준이다.

자동차 경량화엔 범용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원천기술 확보위한 정책 지원해야’

해외특허 주요 출원인의 출원현황을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일본 특허의 비중이 높고 일본국적의 출원인 활동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일본 화학회사 도레이는 152건으로 최상위 출원인으로 꼽혔다.

국내특허의 경우 해외 출원인 특허비율이 40%로 가장 높았고, 대기업 35%, 대학·연구소·공공기관 11%, 중소기업 10%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기술기반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자동차 부품가공업체들은 중소형 규모로 인해 생산기술과 소재개발에 대한 여력이 낮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소재 기술력은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노하우 등이 복합적으로 축적돼야 하므로 정부의 R&D투자가 확대되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