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전력’에 집중…철도차량 제작 기술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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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미래 ㅣ 기술로드맵 ‘궤도·전력’에 집중…철도차량 제작 기술 낮아 가격, 기술, 정부지원…中에 밀려 낭떠러지行 “해외시장 개척 필수”

기사입력2016-08-26 00:00

“한국 철도산업은 존폐 위기에 처했다. 해외수주도 급격히 감소했다. 중국 등 각국이 철도산업을 기간산업으로 지정해 ‘1국 1사’를 육성하고, 외국업체에 대해선 각종 장벽을 치면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

국내 최대 철도차량 제조업체인 현대로템㈜의 장현교 창원공장장이 지난해 말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 다수 매체에 보도됐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기준 세계 13위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장 공장장에 따르면, 2014년 현대로템의 철도부문 매출 총 1조7000억원 가운데 해외수주는 6000억원에 그쳤다. 2012년 1조7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해외수주가 3년만에 65% 감소한 것이다. 해외입찰에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싼 가격으로 밀어붙이는 중국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게 장 공장장의 설명이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철도 신흥국 中…가격 경쟁력·기술력에 정부 지원까지

중국은 철도 신흥국으로 부상했다. 2014년 기준 중국의 총 고속철도 길이는 1만6000㎞(전 세계 60%)로 세계 1위다. 2005년 고속철도 기술을 도입한지 10년만이다. 과거에는 가격경쟁력이 전부였다면, 최근에는 기술력까지 갖춰 세계시장에서 적수가 없다는 게 업계종사자들의 전언이다.

중국의 고속철 관련 기술경쟁력은 수준급으로 평가한다. 국내 철도 전문가들은 2~3년 전부터 중국이 가격뿐 아니라 품질경쟁력에서도 한국을 앞지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근 시속 250㎞와 350㎞ 등 2개 등급의 기관차 양산체제에 돌입했다. 또 세계 최고수준의 성능을 갖춘 전기기관차와 내연기관차 연구개발에도 성공했다. 영토가 넓은 탓에 각종 지질조건과 기후조건에 맞는 철도건설 및 차량제조 능력도 보유하고 있다. 가격경쟁력도 갖췄다. 중국의 고속철도 건설비용(설비, 토목건축비 포함)은 1㎞당 154~228억원. 유럽과 미국의 2/3 수준이다. 고속철 건설속도와 관련된 기기 비용도 미국과 유럽의 3/4 수준이다.

내수를 기반으로 다양한 기술을 축적하면서 수출도 크게 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 ‘2015년도 중국경제의 상징, 고속철도의 대외경쟁력 현황과 시사점’에 따르면, 2014년 철도 관련 중국의 총 수출액은 43억2000만달러다. 전년대비 19.48% 증가했다. 수출 대상국도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 80개국에 달한다.

다양한 지역에서 고속철도 프로젝트를 잇따라 수주하면서 철도차량 단일 품목 수출액은 2014년 37억4000만달러로 2010년(16억8000만달러)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건설공사와 철도기술표준 등을 포함한 철도분야 패키지 수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나이지리아, 에티오피아, 케냐 등에 새로 건설된 철도는 모두 중국의 철도기술표준을 참조해 시공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경전철 운영권도 따냈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중국 정부는 철도분야 수출을 뒷받침하기 위해 마케팅, 금융, 해외네트워크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했다. ▲철도 국제표준제정 참여 ▲공정한 국제경쟁 환경 조성 ▲진출국 법규준수 및 고용증대 ▲기업의 해외리스크 관리강화(해외리스크의 정기적 평가) ▲해외마케팅 지원(AS 및 R&D센터 설립, 해외거점 확대) 등이다.

한국무역협회 최용민 북경지부장은 “금융지원 등 해외 고속철 시장진출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책은 중국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면서 “중국기업과의 공동시공·공동R&D 등의 협력을 통해 제3국으로 공동진출을 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한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국토면적이 작고, 남북이 분단돼 섬나라에 가까운 우리나라에서 철도차량 수요는 많지 않아, 해외철도 시장을 반드시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철도시스템의 해외진출은 프로젝트 성격으로 각 국가별 규격 및 규정상 애로사항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안전성 및 신뢰성이 강화된 선진국 규정, 비관세 장벽 등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토좁아 해외진출 필수…기술 국산화, 전문인력 육성해야

철도산업은 철도운송·철도시설·철도차량 관련 산업과 철도 기술개발 관련 산업, 그 밖에 철도의 개발·이용·관리와 관련된 산업을 포괄한다. 일정한 부지를 점유하고 궤도에서 기계적·전기적 동력을 이용해 여객 또는 화물을 운송하는데 필요한 철도시설과 철도차량 그리고 이와 관련한 운영·지원체계가 유기적으로 구성된 운송기술 및 기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철도는 차량·전기·시설 및 운영기술이 상호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통합시스템이다.

철도는 세계적인 선도기업들이 과점하고 있는 시장이다. 특히 유럽연합(EU)의 지원을 등에 업은 유럽업계는 유럽철도연합(UNIFE)을 중심으로 유럽표준(EN)을 국제표준화하고 있다. 프랑스의 지멘스는 도시철도, 경전철 산업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캐나다 봄바르디에는 도시철도, 신호설비 ATC(자동열차제어장치), ERTMS(유럽 철도 관제시스템)를 개발해 세계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철도시스템은 다품종 부품산업이다. 중소기업에 적합한 측면이 있지만, 공공재 특성을 가진데다 수요자도 한정돼있어 민간사업자에겐 수익성 측면에서 불리하다. 이에따라 사업영역을 다각화하고 적극적인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다양한 시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소기업청이 올해 발간한 ‘중소기업 전략기술로드맵(2016-2018)’에 따르면, 국내 철도산업 분야 사업체는 총 260개사다. 이중 253개 업체는 철도인프라(궤도 및 전력), 나머지 7개 업체는 철도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사업체 규모는 소기업이 247개로 가장 많다.

철도산업은 철도운송서비스를 지원하는 후방산업으로서 파급력이 크다. 그럼에도 국내 철도 관련업체 대부분이 규모가 영세하고, 기술개발능력도 취약해 성장에 한계가 있다. 업계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특히 철도산업 관련 사업체의 주력 생산물이 궤도 및 전력에 집중돼 있어 철도차량 제작과 직접 연관된 기술수준은 낮다. 국내업체는 완성품 조립생산 위주의 중급기술은 지니고 있으나 자체 고급기술은 없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기술로드맵’ 또한 우리나라 철도기술 수준은 70~80%라고 진단하고, 세계시장에 진출하려면 기술경쟁력을 강화하고 전문기술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철도차량의 완성차나 부품에 대한 사양과 규격을 표준화하고 공용화하는 연구가 필요하며, 차량품질이나 성능향상 그리고 차량제작 신공법에 대한 투자도 시급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