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합업종 꽃가게 ‘위기’… 화환 재사용률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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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적합업종 적합업종 꽃가게 ‘위기’… 화환 재사용률 60% 1~4명 사업체 적합업종 보호효과…화환 재활용 따른 대안 필요

기사입력2016-12-21 20:26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김영란법 시행 이후 화훼업계가 힘들다고 하지만, 그 하락세는 사실 이전부터 이어져오고 있었다. 김영란법 시행 이전 화훼시장에 진출한 대기업과 통신판매의 확대추세 그리고 최근 재사용 화환의 증가는 화훼업계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화초 및 산식물 소매업시장은 사업체 수로 보나, 매출액 추이로 보나 한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사업체 수가 2011년 1만6580개에서 2014년 1만6491개로 소폭 하락한 가운데 매출액 또한 같은 기간 1조2340억원에서 1조2007억원으로 줄었다. 사업체 수가 줄고 매출도 줄었지만 특이하게 5~9명 고용 사업체 수는 같은 기간 88개에서 127개로 44.3%가 늘었다. 전체 매출이 줄어든 가운데 5~9명 사업체 수가 증가함으로써 당연히 이들 사업체의 평균 매출은 같은 기간 12억1406만원에서 5억5688만원으로 55% 줄었다.

김영란법 시행 전부터 하락세…적합업종 보호효과 나타나

업계의 전반적인 하락추세에서도 불구하고 1~4명 사업체는 적합업종 지정에 따른 보호효과를 누린 것으로 보인다. 1~4명 사업체 당 매출액은 2011년 6751만원에서 2013년 6439만원으로 하락했지만, 적합업종 지정(2013년) 후 2014년 매출액은 6722만원으로 소폭 늘었다. 사업체 수도 2011년 1만6450개에서 2013년 1만6045개로 줄었다가 적합업종 지정 후 2014년엔 1만6350개로 305개 증가했다.

업계 전체 영업이익률은 2011년 22.4%에서 2014년 23.6%로 다소 올랐지만 큰 변화없이 정체상태다. 1~4명 사업체는 2010년 30.94%에서 2011년 24.46%로 급감한 후 2014년 현재 24.66% 수준이다. 5~9명 사업체는 1~4명 사업체와 비교해 영업이익률 수준이 10%p 정도 낮다. 5~9명 사업체의 영업이익률은 2010년 8.21%에서 2014년 14.2%로 올랐지만 등락을 거듭하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5~9명 사업체의 불안정한 영업이익률에 대해 중소기업연구원 이동주 정책본부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아직은 시장 내에서 적정 수준을 찾아가는 것 같다”며 “사업체 수가 줄어든다면 현재 상황이 일시적인 과포화 상태라 여길 수 있다. 또 매출액과 영업이익률이 줄어드는 가운데 사업체 수가 유지된다면, 사업자들이 퇴로가 없어 유지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5~9명 사업체의 낮은 영업이익률과 관련 이 본부장은 “소매점으로 5~9명 사업체라면 작은 규모가 아니다. 소매업으로 분류되기는 해도, 일반 동네 소매점보다는 중간상 역할과 기능을 더 맡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일반 소매점과 다른 추세를 보이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화초 및 산식물 소매업은 올해 3월 1일 적합업종으로 재지정돼 2019년 2월28일까지 적합업종 보호대상이다. 적합업종 재지정 당시 대기업(공기업 포함)과의 합의 및 권고사항은 ▲공공기관 및 대기업의 신규 진입 자제 ▲소비자 대상 꽃배달 소매업 수수료를 상품가의 20%이하 유지 ▲꽃배달서비스 가맹점은 실제 매장을 운영하고 화훼류 취급 및 화환 자체 제작이 가능한 화원으로 한정한다는 내용이다.

화훼업계는 화훼 소비 대부분이 선물용인만큼, 김영란법으로 인한 업계 위축은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입법보완을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사진=뉴시스>

김영란법 시행에 따라 최근 시장규모가 줄었다고 하지만 반은 맞고, 반을 틀린 말이다. 김영란법에 앞서 시행중인 공직자윤리법과 공무원행동강령에 이미 김영란법과 비슷한 규정이 있다. 공직자윤리법은 10만원을 초과하는 화환수수를 금지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공무원행동강령에 따르면 공무원의 승진이동시 3만원 이상의 화분수수를 금하고 있다. 또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도 위탁선거 및 조합장선거의 후보자, 배우자, 후보자가 속한 기관 등의 경우 선거 180일 전부터 화환, 화분을 선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화훼업계는 이런 상황에서 김영란법이 시행됨으로써 시장이 더욱 축소됐다는 주장과 함께 입법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지난 14일 발표한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한국사회의 변화와 과제’ 자료를 보면, 농·수·축산업과 화훼업계 약 55%에 해당하는 업체가 김영란법 시행 이후 허용금액 이상의 고가제품 매출이 감소했고, 64%가 소비위축 현상을 경험했다고 답변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4년 발표한 ‘2014 화훼, 인삼, 녹차의 소비행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화훼 소비행태는 선물용이 전체의 61.4%, 행사용 화환 16.0%, 집안 장식용 13.6%, 취미생활 3.9%다. 선물용이 전체 소비에서 절반을 훨씬 상회한다는 점에서 김영란법 시행과 매출감소가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화훼업, 네트워크 확보한 공공기관의 진입 제한

화훼업 적합업종 권고사항은 다른 업종과는 차이점이 있다. 신규진입 자제 대상에 대기업과 함께 공공기관이 포함돼 있다. 화훼업 시장에 코레일의 ‘코레일유통’, 농협의 ‘한국화훼농협’, 한국우편사업진흥원의 ‘우체국 꽃배달’, 한국교직원공제회의 ‘티처웰’ 등이 진출해 있다. 이중 코레일유통과 티처웰은 2015년 기준 가맹점 수가 1개지만, 한국화훼농협은 131개, 우체국 꽃배달은 271개다. 이들 공공기관은 직접판매 보다는 소비자와 소매점 중간에서 거래 중개수수료를 취하는 형태다.

통신판매채널에 의존하는 공공기관의 가맹점 수는 한국화훼농협이 2012년 235개에서 2015년 131개로 크게 줄었다. 우체국 꽃배달은 같은 기간 266개에서 271개로 큰 변동이 없다. 공공기관 가맹점 축소 또는 정체 현상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네트워크가 이미 구축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개업만 하는 경우 소매점에 도움이 되지만, 공공기관이 직접판매에 나서는 순간 전국지점들이 동네 소매점의 경쟁상대로 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화훼농협의 직접판매 소매점 브랜드인 ‘플라워마트’의 경우, 일반적인 경매-중도매-2차도매-소매의 4단계가 아닌 경매-소매의 2단계 유통과정을 통해 여타 화원보다 20~30%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또 많은 소매점들이 고정수익 확보를 위해 5~6개의 프랜차이즈에 가입해 있다. 프랜차이즈간 판매단가 인하경쟁과 가맹점본부에 지불하는 수수료와 가입비와 같은 고정비가 다수의 프랜차이즈에 가입한 소매점에겐 부담이다.

대형유통업체 입점 소매점, 특화매장으로 적합업종 피해 가

동네 소매점은 대형마트와의 경쟁, 재사용 화환의 증가 등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 사진은 기사 특정 내용과 무관함. ©중기이코노미

화초 및 산식물 소매업은 업계 전체 매출중 매장판매 비중이 2011년 87.2%에서 2014년 97.0%로 증가해 여전히 오프라인 판매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아직은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에서의 소매점 보호가 필요하다.

온라인유통이 주력인 공공기관의 시장 진입 또는 확대보다 먼저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 오프라인판매망을 가진 대기업의 진출이다. 화초 및 산식물 소매업은 업종 자체가 유동인구와 상권변화에 민감해 화훼점포가 마트나 백화점에 위치할 경우 그 규모에 비해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형유통마트나 백화점이 생기면 해당 상권의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마트와 백화점 한 곳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경우가 늘어 주변 소규모 사업체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롯데마트의 ‘페이지그린’의 경우 카페와 서적판매 그리고 원예가 결합한 형태로, ‘화초 및 산식물 소매업’이 아닌 특화매장으로 분류돼 적합업종을 피해가고 있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대기업 한 곳이 진출하기 시작하면, 여타 다른 대기업들도 이와 유사하게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의 이벤트성 화훼판매도 영세 소매점에겐 큰 타격이다. 화훼업은 시기에 민감한 업종이다. 특히 어버이날, 스승의날, 어린이날 등 행사가 많은 5월, 졸업식, 입학식 등의 연초, 연말 등 특정 시즌에 화훼수요가 높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경우 화훼판매가 늘어나는 시기에 대량으로 매입해 저가로 판매하고 있다. 소매점으로서는 이들 대형유통업체로 인해 대목을 놓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화훼업계의 최대 고민은 화환 재사용이 늘어가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을 만들지 못한다는데 있다. 보통 결혼식이나 장례식장에서 사용된 화환을 재사용업자가 다시 거둬가 사용하는 경우로, 많게는 4~5회에 걸쳐서까지 사용되고 있다. 전체 화환시장에서 재사용 규모는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사용되는 화환은 적게는 새 제품의 절반, 많게는 70%까지 싼 가격으로 공급된다. 이 경우 처음 화환을 판매할 때만 적합업종 보호대상인 화원 또는 소매점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화환이 판매된 이후 재사용에 따른 수익은 재사용제작업체-운송업체-수거업체-소비자 등 유통망 안에서만 발생한다. 적합업종 보호대상 이외 제3자에게 돌아가는 수익을 적합업종 보호대상 업체로 돌리는 방안이 필요하다. 문제는 적합업종 지정을 통한 화훼업계 보호라는 측면과 소비자의 편익을 조정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 나올 수 있느냐다.

화초 및 산식물 소매업은?

화초 및 산식물 소매업은 꽃이 피는 풀 또는 관상용, 장식용, 미화 등으로 재배하는 식물을 소매하는 산업을 말한다. 꽃을 가공하는 형태에 따라 크게 화환, 분화, 절화류로 나누며, 이에 따라 사용하는 꽃의 종류 및 용도도 달라진다. 화환은 결혼식이나 장례식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 장식이며, 절화는 꽃꽂이, 꽃다발, 꽃바구니 등의 형태로 우리가 선물용으로 많이 구입하는 형태다. 분화는 화분에 꽃을 심은 형태로 승진이나 개업 등의 축하용으로 쓰는 난류 등이 분화의 일반적인 예다.

판매 방법에 따라서는 점포형과 노점형이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형태며, 농장에서 하나 내지 두개의 품목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농장형, 전화·인터넷 등을 통한 무점포형으로 나눠진다. 무점포형은 주로 회사 및 관공서 등을 대상으로 비중이 크며, 농장형 소매업체인 농원, 꽃식물원의 경우 관엽, 분화, 동서양란, 화환 등을 주로 취급한다. 점포형은 직접 판매와 근거리 배달을 주 대상으로 하고 있다.

화초 및 산식물 소매업은 꽃이라는 생물을 취급하는 업종이기 때문에 물류비 뿐만 아니라 관리비도 많은 몫을 차지하고 있다. 도매로 구입한 꽃은 보통 2~3일안에 판매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도매로 꽃을 구입하는 비용은 크지 않지만, 꽃 수명 연장을 위한 냉장고나 수명연장제, 스프레이 등의 제품과 난방을 위한 기름비와 같은 관리비가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