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금지 확대…불법 사내하도급부터 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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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정책법률 “파견금지 확대…불법 사내하도급부터 막자” 勞, ‘위험의 외주화’ 대책 촉구…經, 제조업 생산공정 파견금지 문제

기사입력2017-01-05 22:00

박홍기 기자 (phk4876@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20대 국회에 계류 중인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의 쟁점 중 또 하나는 ‘파견 절대금지 업무’의 범위다.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된 업무를 파견 절대금지 업무로 명시하는 것에 대해서는 노사정 및 여야 모두 이견이 없다. 그러나 파견 절대금지 업무 범위에 대해서는 여야간 입장차가 있어 입법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파견법 제5조를 보면 ▲근로자파견사업이 가능한 업무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사유 ▲근로자파견이 절대적으로 금지되는 업무가 규정돼 있다. 예컨대 의료인 또는 선원의 업무에는 어떠한 경우라도 근로자를 파견할 수 없다. 파견 절대금지 업무에 사용자는 파견근로자를 사용할 수 없으며, 해당 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

5일 현재 국회에 발의된 파견법 개정안 내용 중 파견 절대금지 업무를 규율하는 법안은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안, 더불어민주당 이인영·송옥주 의원안 그리고 국민의당 박주현 의원안 등 모두 4개다.

이외 새누리당 신보라 의원과 민주당 권미혁 의원이 파견 절대금지 업무로서 ‘공중위생 또는 공중도덕상 유해한 업무’를 구체화한 개정안을 각각 제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른 성매매 행위나 그 밖의 음란한 행위가 이뤄지는 업무는 파견 절대금지 업무에 해당한다. 이들 법안은 적법한 근로관계에 적용되는 사안이 아니고, 헌법재판소의 지난해 위헌결정(헌재 2016.11.24. 선고, 2015헌가23)에 따른 보완입법이란 점에서 여야간 쟁점은 없다.

©중기이코노미

◇파견 절대금지 업무 확대=파견법 제5조와 시행령 제2조에 따르면 ▲건설공사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업무 ▲선원의 업무 ▲의료인의 업무 ▲공중위생 또는 공중도덕상 유해한 업무 등의 경우 파견 자체가 금지된다.

이완영 의원의 개정안은 현행 파견법 제5조 제3항에 명시된 파견금지 업무에 ▲철도사업발전기본법과 도시철도법에 따른 여객운송 업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관리자 및 보건관리자의 업무를 새로 추가한 것이다. “국민의 생명·안전과 밀접하게 관련된 업무에 파견근로자 사용을 제한해, 이들의 고용안정을 통해 대형사고를 예방하고 사고발생시에도 구난활동을 적극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고 개정안 제안이유를 밝혔다.

개정안 검토의견을 제출한 환경노동위원회 김양건 전문위원은 “개정안은 공중의 생명·건강 또는 신체의 안전과 관련된 업무를 중심으로 파견금지 업무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대체인력 또는 일시적·간헐적 인력 필요라는 명목으로 근로자파견이 남용되는 것을 방지하고, 궁극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려는 것으로서 개정취지는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파견 절대금지 업무를 규정하기 위해서는 해당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고용형태나 관행을 고려해야 하며, 해당 업무를 파견 절대금지 업무로 지정하는 경우 사고 또는 재난 발생의 가능성이 유의미하게 낮아지는지에 대한 논의도 이뤄져야 한다”며 “규제의 대상이 되는 업계와 노동계 등의 의견도 수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관련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노동정책본부 유정엽 실장은 “파견금지 업무 확대를 통해 파견이나 기간제 문제는 해결할 수 있지만, 불법 사내하도급은 규제할 수 없는 허점이 있다”고 중기이코노미에 밝혔다. 파견 절대금지 업무를 명시함으로써 일시적·간헐적 인력 필요에 따른 파견은 제한할 수 있지만, 해당 업무 자체를 도급화하는 ‘위험의 외주화’는 막을 수 없다는 얘기다.

전국철도노동조합 양현 법무국장 또한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납득할 수 없는 생뚱맞은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양 국장은 “입법취지가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함이라면, 파견법을 규율할 것이 아니라 생명·안전에 관련된 업무의 외주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절대 파견금지 업무에 철도 종사자를 포함하더라도 민법상 도급으로 규율되는 외주를 이용하면 그만이다. 현재 발의된 법안은 철도산업의 문제점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내놓은 실효성 없는 법안이라는 점에서 달라질 것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파견 절대금지 업무 확대 ‘조금 더’=민주당 이인영 의원안과 국민의당 박주현 의원안은 기본적으로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안과 유사하다. 현행법상 파견 절대금지 업무에 새로운 금지업무를 추가하거나, 시행령상의 절대금지 업무를 법률로 끌어 올린 것이다.

이인영·박주현 의원안을 종합하면, 현행 파견법 제5조의 절대금지 업무 이외 다음과 같은 업무가 절대금지 업무에 추가된다. ▲응급의료종사자 업무 ▲항공업무 ▲도시철도 운전 및 정비업무 ▲철도 및 도시철도 종사자 업무 ▲노선버스 정비 및 보수업무 ▲선박직원법에 따른 선박직원 업무 ▲소방활동 업무 ▲방사선작업종사자 업무 등 ▲다중이용시설의 안전관리 및 유지보수에 관한 업무 ▲수도, 전기, 가스, 석유정제 및 공급, 공중위생, 의료, 혈액공급사업 중 공중의 생명, 건강 또는 신체의 안전과 관련된 업무 등이다.

이들 의원의 개정안에 대해 환노위 김양건 전문위원은 “이완영 의원안과 같은 이유로 개정취지는 바람직하다”면서도 “개정안에 의해 파견이 금지되는 업무가 다양한 만큼 근로자보호 강화,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 입법에 따른 영향을 평가하고, 사업주와 근로자 그리고 전문가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결정해야 한다”고 검토의견을 냈다. 또 “업무별로 국민의 생명·안전과 밀접한지, 해당 업무 종사자의 자격요건이 개별법령에 의해 규제되고 있는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지 등을 검토해 파견금지 업무의 범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파견 절대금지 업무의 ‘새로운’ 접근=이완영, 이인영, 박주현 의원안은 파견 절대금지 업무를 열거한 현행 파견법 제5조 제3항에 대한 개정안이다. 그러나 민주당 송옥주 의원 개정안은 제1항(파견대상업무), 제2항(예외사유), 제3항을 전면개정해 파견허용 대상업무 자체를 축소하는 한편 파견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 사유 또한 엄격하게 제한했다.

송 의원안을 보면, 근로자파견 사용사유를 고도의 전문적인 지식기술을 요하는 업무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무로 대상을 한정한다. 그러한 업무라고 하더라도 ‘근로자의 출산육아 또는 질병부상 등으로 인하여 발생한 결원을 대체할 경우’, ‘계절적 사업의 경우’, ‘일정한 사업의 완료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로 사유를 한정해 근로자파견사업의 사용업무와 사용사유를 엄격하게 제한했다.

또 제조업의 생산공정업무 전체를 파견사업의 절대금지 업무로 바꿨다. 현행 파견법에 따르면 생산공정업무의 경우에도 직접생산공정이 아닌 경우에는 파견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

송 의원은 “파견사용업무 및 사유를 엄격히 제한하며, 특히 파견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제조업의 생산공정업무에서 일시·간헐적 업무라는 명목으로 근로자파견이 상시적으로 이뤄지는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절대금지 업무로 규정해 규제하려고 한다”고 개정안 제안이유를 설명했다. 또 “사내하도급으로 위장된 불법파견이 여러 차례 확인됐지만, 불법파견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이와관련 국회를 비롯한 우리사회 각계각층으로부터 강력한 입법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환노위 김양건 전문위원은 검토의견을 통해 “개정안에 따라 파견 허용업무가 줄어들고 파견사유까지 제한하면 파견근로자는 현재보다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성질상 파견근로의 활용이 불가피한 업무가 있다는 점을 들어 파견대상업무를 축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가 있다”고 했다. 또 “현재도 파견근로자 보호를 위한 규제가 강한데 파견사유까지 제한하면 일자리 창출 여력이 감소하고, 제조업 생산공정업무의 경우 예측하지 못한 결원이 발생하거나 계절적 요인 등으로 인력수요가 발생한 경우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가 없어 기업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는 일각의 주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 이형준 노동법제연구실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파견법 개정안의 절대적 파견금지 업무 범위와 관련, 가장 문제되는 것은 제조업 생산공정을 절대적 파견금지 업무로 규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 일본 및 유럽의 각 선진국에서는 제조업 생산공정에 파견을 금지하는 경우가 없다”면서 “제조업 생산공정에 파견을 금지하면 우리나라 기업은 저임금 국가로 빠져 나간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실장은 “후진국에서 100원에 생산된 물건을 200원에 팔 때와 우리나라에서 1000원에 생산된 물건을 2000원에 팔 때, 소비자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생각해보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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