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상사 성폭력 ‘적극 조치’ 안한 회사도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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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직장상사 성폭력 ‘적극 조치’ 안한 회사도 책임 피해자 보호, 가해자 징계조치하고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기사입력2017-07-27 13:47

이동철 객원 기자 (leeseyha@inochong.org) ㅣ다른기사보기

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회사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회사 인사팀에 신고했는데 3개월이 지나도록 감감 무소식입니다. 횟수는 줄었지만 가해자는 계속해서 추파를 던집니다. 당시를 떠올리기만 해도 몸서리 쳐지는데 계속해서 가해자를 봐야 합니다.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어요. 가해자도 가해자지만, 고충처리 요구를 무시하는 회사의 태도가 짜증납니다.”

성희롱·성폭행 사건에 대한 회사 책임을 묻는 상담 증가

‘노동OK’를 운영하는 한국노총 부천상담소에는 직장내 성희롱·성폭행 등의 문제로 고통받는 여성 노동자들의 고충이 차고 넘친다. 과거에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방법을 질문하는 상담이 주를 이뤘다. 그런데 최근에는 피해를 방치한 회사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상담이 늘고 있다.

사실, 이런 상담을 접할 때마다 문제해결에 미온적인 사업주의 배짱이 놀랍다. 직장내 괴롭힘은 회사경영의 새로운 위협요소다. 대표적인 직장내 괴롭힘은 여성노동자에 대한 남성 상급자의 성폭력이다. 이는 조직 내에서 권력을 이용해 지속·반복적으로 이뤄져 근로환경을 악화시키고, 직장에서 노동자를 이탈시켜 회사 경쟁력에서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

과거에는 피해자가 모든 것을 감수하고 회사를 떠나면 그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여성노동자들은 향상된 권리의식으로 적극적으로 권리구제 기관의 도움을 받아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물론 피해를 조장하고 방치한 회사에 대해 책임을 묻는다.

“업무수행과 시간적·장소적으로 밀접…회사도 손해배상책임”

올해 초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업무수행과 시간적·장소적으로 밀접한 상황에서 직장상사가 부하 여직원을 성폭행했다면 회사에도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가단5172087)을 내렸다.

해당 사건에서 가해자는 직장내 부하직원인 피해자를 세차례에 걸쳐 강제 추행하고 강간했다. 피해자의 신고로 가해자는 강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추행)으로 기소돼 징역 5년형을 받았다.

직장내 성희롱·성폭행 등의 문제로 고통받는 여성 노동자들의 고충이 차고 넘친다. 과거에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방법을 질문하는 상담이 주를 이뤘다. 그런데 최근에는 피해를 방치한 회사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상담이 늘고 있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특이점은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회사를 공동피고로 해 책임을 물었다는 점이다. 회사입장에서는 ‘죄를 지은 놈은 따로 있는데 왜 우리한테 그래?’라고 억울해 할 수 있으나, 피해자는 민법 제756조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삼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점을 들어 회사의 책임을 추궁했다.

가해자는 회사를 대신해 피해자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던 상사였으며, 가해자의 강제추행 행위는 업무수행 장소인 회사내에서 업무시간에 이뤄졌다.

재판과정에서 회사는 가해자의 추행과 강간이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책임을 부인했다. 또 “설령 회사의 사무집행과의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회사가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성희롱 방지교육을 매년 실시해 오고 있고, 가해자의 불법행위를 알게 된 후 즉시 경위를 조사하고 징계처분을 하는 등 사용자로서의 모든 주의의무를 다하였으므로 회사에게는 사용자책임이 없다”고 항변했다.

사용자가 적극적으로 조치하지 않으면 법적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재판부는 가해자의 행위가 “근무장소에서 회사의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였고 가해자가 피해자를 채용하는데 직접 관여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승진, 근무평정 등에도 관여할 수 있는 상급자의 지위에 있었다는 점을 들어 사무집행행위와 연관되어 가해행위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피해자가 성추행 피해를 당한 후 회사에 퇴사 의사를 밝혀 회사가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알게 되었음에도 가해자에게 경고를 하는데 그치고,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회사가 피해자와 가해자 함께 폐쇄된 회사 특정 사업장 내에서 계속 근무하도록 방치한 점을 들어 사용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이번 판결은 성희롱이나 성폭행과 같은 직장내 괴롭힘은 가해자만이 아니라 회사 역시 사용자의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법적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일깨웠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한 성희롱 방지교육 등의 소극적 의무조처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성희롱·성폭행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관련법에 따라 ▲가해자로부터 피해자의 보호 ▲가해자에 대한 징계조치 그리고 ▲수사기관에 신고 등의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