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노조 생기면 ‘교섭창구 단일화’ 다시 거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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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새노조 생기면 ‘교섭창구 단일화’ 다시 거쳐야 대법, 대표노조 지위 보장 제한 판결…신설노조 단체교섭 길 열릴 듯

기사입력2017-11-23 12:08

이동철 객원 기자 ( leeseyha@inochong.org) ㅣ다른기사보기

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교섭대표노조 지위 보장㊤]노동조합이 이미 결성돼 있는 사업장에 기존 노조와 다른 노조를 새로 만들고 싶다는 상담을 해오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이 노조내 파벌간 의견갈등으로 기존 노조를 부정하며 새노조를 만들고자 하는 경우다.

상당을 할때, 가급적 기존 노조 내에서 총회 등 대의체계를 통해 집행부의 독선적 운영을 견제하라고 권고한다. 그리해도 노조가 마음에 안들면 세력을 키워 차기 노조선거에서 집행부를 교체하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기존 노조에서 뛰쳐나와 복수노조를 만들면 의도하지 않게 노동자간 갈등이 발생하고, 노조의 단결력이 약화돼 조합원의 피해가 크기 때문이다.

“힘과 세력을 키워 노조 내부에서 개혁하라”는 답변에 “당신이 지금 노조 행태를 몰라서 그런다”고 하소연을 하면, 사실 더 이상 설득할 명분도 이유도 궁색해진다. 기존 노조가 독선적 운영으로 조합원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지 못하거나, 위원장 비리행위가 문제가 된 경우에는 방법이 없음을 알고 있어서다. 내부에서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썩었다면, 외부적 충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교섭대표노조’ 지위 유지기간에는 신설노조 교섭권 제한 원칙

이때는 상담자의 뜻을 존중해 노조설립 절차를 알려준다. 그러나 새로 노조를 만들더라도 기존 노조의 ‘교섭대표노조’ 지위가 유지되는 기간 동안에는 신설노조의 단체교섭권이 제한된다는 사실을 설명할 때, 실망을 하게되고, 상담하는 필자 또한 무력감을 느낀다.

살펴보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에 따르면, 노동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다(제5조). 또한 노조는 조합원을 위해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제29조 제1항).

그러나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에서 노조가 그 조직형태와 관계없이 2개이상 병존하는 경우, 즉 복수노조가 있으면 각 노조는 원칙적으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따라 교섭대표노조를 정해서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해야 한다(제 29조의 2 제1항).

쉽게 말하면, 복수노조일 경우 여러 노조중 대표노조를 선발해야 한다. 물론 여러 노조가 합의해 1개의 교섭대표노조를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교섭을 요청한 여러 노조에 소속된 조합원 전원을 기준으로 과반수이상 조합원이 소속된 노조가 있으면, 해당노조가 교섭대표노조가 된다. 교섭대표노조가 일단 선정되면 나머지 노조는 사용자가 개별적으로 교섭에 응해주지 않는 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없다.

거기에 더해 노사가 합의한 단체협약에 달리 정하지 않았다면, 교섭대표노조 지위는 최대 2년까지 보장된다는게 지금까지의 행정해석 및 판례 입장이다. 이에 따르면 상담사례에서 기존 노조가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보유하고 있는 기간까지 신설노조는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없다.

교섭대표노조 지위 보장기간(2년) 중임에도 신설노조가 만들어졌다면, 새로운 단체교섭을 체결하기 위해 다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신설노조의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기존 노조가 외면하는 조합원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노조를 새로 만든 것이고, 그 유일한 수단이 단체교섭임에도 교섭대표노조 지위 보장기간 중에 신설노조는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없다. 신설노조가 단체교섭에 참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기존 노조의 교섭대표노조 지위 보장기간(2년)이 끝나는 날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시작되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하는 것뿐이다.

교섭대표노조 지위 보장을 이유로 신설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임금교섭을 매년하는 노사관계 관행을 생각하면 가혹하다. 신설노조가 생기기 이전에 기존 교섭대표노조가 체결한 임금협약은 그렇다고 해도, 교섭대표노조 지위 유지기간중 한번 더 진행하는 임금교섭에도 신설노조 목소리를 반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법, 대표노조 지위 보장 제한…신설노조 단체교섭 길 열릴 듯

하위법인 노조법에 명시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때문에 헌법상 기본권인 근로자(노조)의 단체교섭권이 부정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노조법상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그 자체가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제한함으로써 위헌이란 소수견해도 있지만 논외로 하자.

신설노조 발생 이전 복수노조 상황에서 교섭대표노조를 선정됐다면, 교섭대표노조 이외 다른 노조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과정에서 자신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다. 단체교섭권이 제한되긴 했지만,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함으로써 교섭대표노조 이외 노조도 단체교섭권의 일부를 행사했다.

그러나 애초부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할 수 없었던 신설노조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신설노조는 교섭대표노조 선정에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교섭대표노조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정한 단체협약을 수용해야만 한다. 헌법은 신설노조에 단체교섭권을 보장했지만,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보장한 노조법으로 신설노조가 단체교섭권을 전혀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판례에 변화가 발생했다. 대법원은 최근 교섭대표노조 지위 보장을 제한하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신설노조가 단체교섭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대법원 지난 10월31일 “사업 또는 사업장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노동조합은 형식적으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쳤더라도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지위를 취득할 수 없다(대법 2017.10.31. 선고, 2016두36956)”고 판결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교섭대표노조 지위 보장기간(2년) 중임에도 신설노조가 만들어졌다면, 교섭대표노조가 새로운 단체교섭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다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신설노조의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