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법 적용제외 대상’도 갱신기대권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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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기간제법 적용제외 대상’도 갱신기대권 인정 갱신기대권 있는 기간제근로자에 대한 계약해지 정당성 판단기준㊦

기사입력2017-12-12 19:16

이동철 객원 기자 (leeseyha@inochong.org) ㅣ다른기사보기

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응시자격을 갖추지 못해 응시하지 못한 ‘원고 2’를 비롯해 응시후 탈락한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법원에 해고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서울고법 2015. 5.15. 선고, 2015누30533)은 원고들의 갱신기대권은 인정되나, 피고의 재위촉 거부가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며 피고의 손을 들어줬다.

◇원심의 판단=원심은 갱신기대권의 근거가 되는 “전형위원의 전형을 거쳐 재위촉할 수 있다”라는 조례의 내용이 재위촉 가능성을 환기하고 있을 뿐, “재위촉에 대한 기대권을 넘어 전형방법까지 규정하는 것으로 해석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전형위원의 전형’의 구체적인 실시방법에 대해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피고의 신규전형 과정에서 재위촉 방법은 시장의 권한이며, 이 과정에서 “시민의 정서함양 및 지역문화 창달을 목적으로 피고의 예산을 재원으로 운영되는 이 사건 교향악단의 특성을 고려하면, 피고가 이 사건 공개전형 응시자격을 대구·경북지역에 거주하는 연주자로 제한한 점도 부당하다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의 판단과 법리=이 사건 최종심인 대법원은 기간제근로자의 갱신기대권 배제시 합리성 기준의 법리를 제시하면서, 피고가 기간제근로자 등에 대해 재위촉을 거부한 것은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될만한 합리성이 있다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근로자에게 이미 형성된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이를 배제하고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데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 여건,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 직무의 내용 ▲근로계약 체결 경위 ▲근로계약의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와 그 운용실태 ▲근로자에게 책임있는 사유가 있는지 여부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해 갱신거부의 사유와 그 절차가 사회통념에 비춰볼 때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며, 그러한 사정에 대한 증명책임은 사용자가 부담한다고 설시했다.

2년 이상 사용금지 예외대상인 고령근로자나 전문직 종사자의 경우에도 실제 근로계약이나 노동관행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근로계약을 해지할 경우 부당해고의 문제가 될 수 있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또한 “사용자가 기존 직원들의 동의절차를 거치지 않음은 물론 기존 직원들에게 가점을 주는 것에 대해 구체적인 기준도 마련하지 않은 채,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근로자에게 재계약절차가 아닌 공개채용절차를 통해 선발돼야만 계약갱신을 해주겠다고 주장하면서, 공개채용절차에 응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것은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으로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인 판례(대법원 2012.6.14. 선고 2010두8225 판결)가 밝힌 기준을 다시한번 제시한 것이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기존의 평가방식 때문에 교향악단의 수준이 하락하였거나 또는 그러한 방식만 가지고는 그 수준을 유지시키기 어렵다는 등 재위촉 거부를 해야 할 경영상 또는 운영상의 필요가 있었음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한 사정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 ▲재위촉 절차와 관련한 이 사건 조례의 내용과 그 취지, 그간 재위촉 제도가 운영되어 온 실태, 원고들이 재위촉에 대하여 가지는 갱신기대의 내용 및 2010년 11월8일 개최된 예술단운영위원회 의결 내용 등을 살펴보더라도, 이 사건 조례나 시행규칙 등에 피고가 갱신기대권을 가지는 기존 단원에 대하여 일제 신규전형을 실시할 수 있다는 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 ▲이 사건 교향악단의 설립취지가 그와 같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이 사건 공개전형을 실시하면서 그 응시자격을 주민등록상 특정지역 거주자로 제한한 것은 국민의 거주이전의 자유 및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아도 합리적이고 공정한 절차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피고의 원고에 대한 신규채용 실시를 통한 재위촉 거절이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본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판결의 의의=이번 판결은 갱신기대권을 가진 기간제 근로자에 대해 사용자가 이를 배제하고, 계약갱신을 거절한 행위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한 기간제법의 2년 이상 사용금지 예외가 적용되는 비정규근로자의 갱신기대권이 보호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노동현장에서는 2년을 초과하는 장기간의 기간제근로 계약 갱신과정에서 갱신기대권을 두고 사용자와 다투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원고들은 전문적 업무종사자로서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에 따라 2년을 초과해 기간제로 사용할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해 2년 단위로 수차례 계약 갱신이 가능했다.

정년 퇴직 후 촉탁직으로 일하는 고령자나 휴직자를 대체하거나 프로젝트 업무에 투입되는 사무원, 그리고 전문직 종사자들은 기간제법의 2년 이상 사용금지 예외대상이다. 사용자들은 이들과 2년을 초과해 근로계약을 할 수 있다. 몇 개월, 혹은 1년 단위로 수차례 근로계약을 갱신해 2년을 초과하더라도 마지막에 가서는 근로계약 만료만을 이유로 근로계약을 해지하면 그뿐이다.

그러나 이제는 2년 이상 사용금지 예외대상인 고령근로자나 전문직 종사자의 경우에도 실제 근로계약이나 노동관행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근로계약을 해지할 경우 부당해고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수차례의 계약갱신과 상시지속적 업무 등으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근로기준법 제23조에 따른 해고의 법리를 유추해 그 정당성을 면밀하게 따져야한다는 것이 이번 판결이 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