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결단하면, 우리 산업생태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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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삼성이 결단하면, 우리 산업생태계 바꿀 수 있다 삼성전자 ‘동반·상생’ 정책…시혜적 방식보다 제도화로 정착돼야

기사입력2018-01-22 18:28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몇몇 언론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올해부터 협력사와 납품단가를 결정할 때 최저임금 인상분을 반영 또는 보전해 주기로 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협력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다. 삼성전자가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이기를 기대한다. 보도내용이 틀리지 않았다면 반가운 정도를 넘어, 삼성전자가 모처럼 ‘글로벌기업’에 걸맞는 ‘결단’을 했다는 점에서 평가받아 마땅하다.

보도내용을 좀 더 들여다보면, 삼성전자는 1차협력사에 대해 최저임금 인상분만큼 납품단가를 올려준다. 삼성전자는 자체 전산시스템을 통해 국내 1차협력사 600여곳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고, 올해 1월부터 순차적으로 납품단가를 조정했거나 조정한다고 했다. 이같은 사실을 보도한 언론은 삼성전자가 재계 ‘맏형’임을 얘기하며, 현대기아차·LG·SK 등 다른 재벌대기업도 협력사 지원대책을 내놓을 것이라 전망했다.

대·중소기업간 ‘동반·상생’ 문화정착은 우리 산업생태계가 선순환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필수 생존조건이다. 지금과 같은 대기업 일방 주도의 ‘수직종속적’ 하도급관계로는 대·중소기업 모두 공멸한다는 진단에 토를 다는 이는 많지 않다. 하도급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일일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하도급관계에서 원사업자의 갑질이 관행화됐음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하도급기업이 모두 망하면, 이들로부터 납품받아 생산·판매·수출하는 대기업 운명이 어찌될 것인가는 불을 보듯 명확하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은 그래서 필요하고, 상생의 궁극적인 목적도 원사업자 자신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있다고 말하는 이유다. 이런 측면에서 지속발전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을 환영하면서 몇가지 제안을 한다. 삼성전자가 시행하는 협력업체와의 ‘동반·상생’ 정책이 우리 산업생태계에 모범적인 사례로 자리잡아, 한국사회가 지금보다 한 걸음 더 전진하기를 기대하는 바람도 담았다.

삼성전자가 올해부터 협력사와 납품단가를 결정할 때 최저임금 인상분을 반영 또는 보전해 주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기이코노미

먼저, 동반·상생 정책에 따른 수혜가 1차협력사 600곳을 넘어 2·3·4차 하도급관계 최하부 단위기업까지 미쳐야 한다. 삼성전자 1차협력사의 경영여건, 모두는 아니겠지만 2·3·4차 하도급기업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동반·상생 정책이 1차협력사만을 대상으로 시행된다면, 하도급기업간 양극화현상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2·3·4차 협력사 모두가 성장해야만, 하도급기업 생산물을 최종 소비하는 삼성전자도 양질의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

구체적인 실행방안으로 삼성전자 1차협력사가 다른 하도급업자와의 관계에서 원사업자 지위를 가진 경우 지원요건을 제한하는 방법이 있다. 2·3·4차 협력사와 ‘동반·상생’ 계획을 수립하고, 실제 이행하는 1차협력사에 한해 삼성전자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1·2·3·4차 협력사의 대외비자료 등 영업비밀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동반·상생 계획 수립 및 이행 여부를 평가할 방법은 많다.

또 삼성전자가 동반·상생 지원요건을 공개하고, 해당조건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해야 한다. 비공개로 제도를 운영하면, 삼성전자 선의와 관계없이 자의적 기준으로 운영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특히 공개된 조건에 따라 투명하게 운영되지 않으면, 가뜩이나 수직종속적인 하도급관계를 더욱 공고하게 하는 기제로 작동될 위험도 있다.

삼성전자의 ‘동반·상생’ 정책을 1·2·3·4차 협력사 모두가 수용할 수 있을 때, 하도급시장내 이들 기업간 공정한 경쟁환경도 만들어진다. ‘인건비 따먹기’ 같은 구태경영을 하도급시장에서 퇴출시켜야만, 글로벌기업이 요구하는 고품질의 고부가가치 제품을 이들 기업이 생산하고 삼성전자에 납품할 수 있다.

쉽지 않겠지만, 시혜적 방식보다는 제도화를 통해 이번 삼성전자 방식이 산업계로 확산되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을 기대한다. 삼성전자 방식과 유사한 제도로 최근 공정위가 표준하도급계약서를 만들어 보급했다. 표준하도급계약서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늘어나면 별도로 계약없이 납품대금 증액이 가능하다. 표준하도급계약서는 법적효력이 없고, 당사자간 합의에 기댈 수밖에 없기에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법을 통한 강제가 어렵다면 삼성전자만이라도 공정위와 협의해, ‘삼성전자 하도급기업에 적용되는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제정해 배포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직간접으로 거래하는 하도급기업 숫자 그 자체도 많지만, ‘삼성전자가 한다’는 의미는 그 이상이다. ‘꿈’과 같은 얘기지만, 대·중소기업간 극단적인 양극화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꿈의 실현’과 고단위 처방이 필요하기에 한 제안이다.

삼성전자는 한국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만한 ‘힘’을 가진 집단이다. 삼성전자가 결단하면 대한민국 하도급거래 관계에서 발생하는 구조적인 불공정행위의 상당부분을 근절할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성공한 기업인, 존경받는 CEO로 거듭나기 위해서 삼성전자에 지금 필요한 것은 ‘결단’이다. 한국사회 산업생태계 혁신을 주도하는 대한민국 대표기업 삼성전자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