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공간 제공, 입주민에게 휴게시간 공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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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독립공간 제공, 입주민에게 휴게시간 공지해야 대법원, 원심과 동일한 사실관계 이유로 경비직 ‘임금지급의무’ 판결

기사입력2018-02-18 09:30

이동철 객원 기자 (leeseyha@inochong.org) ㅣ다른기사보기

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원심판결인 항소심재판부는 1심과 동일하게 원고들이 피고의 지시로 야간휴게시간에 순찰업무를 수행한 것은 초과근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원고들의 휴게시간(6시간) 임금청구에 대해 재판부는 순찰업무 1시간만 근로시간으로 인정, 1시간에 대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서울중앙지법 2016.7.21. 선고, 2015나46101).

그러나 재판부는 점심시간(1시간), 저녁시간(1시간) 그리고 4시간의 야간휴게시간 중 순찰업무 1시간을 제외한 3시간에 대해서는 “원고들이 피고의 실질적인 지휘·감독 아래 초과근무를 했다고 할 수 없다”며 원고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피고의 실질적인 지휘·감독이 존재하지 않았던 휴게시간의 운영 및 실태에 대해 다음과 같이 확정했다.

①피고가 관리소장을 통해 경비원들에게 문서로 지시한 특별지시(1호), 직원 중요 숙지사항 등에 ‘24:00~04:00 가면상태에서 급한 일 발생시 즉각 반응(별도 취침시간, 장소 없음)’이라고 기재돼 있기는 하지만, 이는 원고들이 야간휴게시간 중 긴급상황으로 불가피하게 근로에 착수해야 하는 근무형태에 기인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②관리직원 6월 조회교육내용에 ‘근무간 휴식, 잠자는 것이 아니라 휴식(가면)상태 유지’, 주요지시사항에 ‘심야시간 초소 불 끄고 취침’이라고 기재된 것은 민원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원고들의 식사휴게시간 및 야간휴게시간에 관해 피고의 실질적인 지휘·감독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③피고 소속 경비반장, 팀장 등이 야간휴게시간에 순찰을 돈 사실은 있으나, 이는 주로 주변 보안등 점멸상태점검, 지하실 시건상태 점검, 옥상출입자 감시, 도난방지, 화재사고 예방 및 시설물 안전관리, 우범예방 등을 위한 것으로, 경비원들의 가면 여부, 초소이탈 여부 등 근무실태까지 감시·감독했다고는 보지 않았다.

④경비원들 중 일부가 지하실에서 식사를 하거나 휴식을 취한 경우도 있다는 점도 피고가 휴게실을 제공하고 원고의 휴게시간을 보장했다는 근거중 하나로 판단했다.

결국 항소심재판부는 순찰업무 1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휴게시간 성격에 대해 “감시적·단속적 근로자의 경우 긴급상황 발생 등 비상연락체계 유지를 위해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사업장 밖으로 나가는 것을 제한할 수 있다고 봐야 하고, 원고들이 휴게시간 중 긴급상황으로 불가피하게 근로에 착수해야 할 경우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이는 근무형태의 시간적, 장소적 제약에 의해 불가피한 영향을 받는 것에 불과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요약하면, 휴게시간 운용실태와 원고들이 휴게시간에 행한 ‘근로’는 감시단속 근로의 특성에 따른 불가피한 것으로서 피고의 실질적인 지휘·감독이 없기에 원고들에 대한 임금지급의무가 없다는 결론이다.

대법, 원심과 동일한 사실관계 이유로 ‘임금지급의무’ 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이 눈을 치우고 있다.<사진=뉴시스>

원심은 피고 사업장 휴게시간 운영실태(①②③④)에 근거해 ‘휴게시간의 실질은 근로시간’이란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지만, 대법원은 동일한 사실관계를 이유로 달리 판단했다.

대법원의 이같은 판단은 지금껏 대법원이 일관되게 유지했던 휴게시간 법리를 재확인한 것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근로자가 작업시간 도중에 현실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수면시간 등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휴게시간으로서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아래 놓여 있는 시간이라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대법원 2006.11.23. 선고 2006다41990 판결). 취업규칙에 휴게시간으로 정했더라도, 해당휴게시간에 노동자의 자유로운 이용권이 보장되지 않고, 사용자의 지휘·감독이 존재했다면 근로시간으로 본다는 말이다.

이같은 법리에 근거해 대법원은 사실관계(①②③)의 내용은 대기시간 또는 근로시간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야간휴게시간에 근무초소(경비실) 내의 조명을 켜 놓도록 한 점 ▲야간휴게시간에 피고의 지시로 시행된 순찰업무는 경비원마다 매번 정해진 시간에 이뤄지지 않았고, 이로 인해 나머지 휴게시간의 자유로운 이용이 방해된 것으로 보이는 점을 이유로 대법원은 “(야간휴게시간 4시간은) 원고들의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되는 휴식·수면시간으로 보기 어렵고, 혹시 발생할 수 있는 긴급상황에 대비하는 대기시간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대법원은 ▲야간휴게시간에 경비실에서 불을 끄고 취침하는 경비원들에 대해 입주민의 지속적인 민원이 제기된 점 ▲경비원들의 근무평가에서 입주민들의 민원사항 중 지적사항을 그 평가사유로 삼고 있고, 이와 같은 경비원들의 근무평가 결과는 경비원들의 재계약 여부에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이는 점을 이유로 “피고가 관리소장을 통해 야간휴게시간 등에 관한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했다고 볼 여지가 크다”며 원고들의 야간휴게시간이 휴게시간이 아닌 근로시간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독립된 휴게공간 제공하고, 입주민에게 휴게시간 공지해야

대법원은 원심이 인정한 휴게시간 운영실태(④)에 대해서도 피고가 원고들을 포함한 경비원들에게 휴게장소를 제공했다거나 휴게장소의 자유로운 이용을 보장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로 대법원은 ▲경비원들 일부가 사용한 지하실은 피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방공호로 사용되는 공간으로 휴식을 취하기에 적당한 장소가 아닌 점 ▲경비원들 중 일부가 별도의 휴게장소가 없어 부득이 피고의 징계 등을 무릅쓰고 지하실에서 식사를 하거나 휴식을 취한 점을 지적했다.

이외에도 대법원은 피고가 입주민들에게 휴게시간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경비원들의 휴게시간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도 원고들이 자유로운 휴식·수면시간을 보장받지 못했다는 근거로 제시했다.

결국 대기시간이나 휴식·수면시간 등이 근로시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대법원은 ▲근무초소(경비실)외에 독립된 휴게공간을 제공받았는지 ▲독립된 휴게공간이 아닌 근무초소에서 휴게시간을 보낸 것이 원고들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한 것인지 ▲원고들이 휴게시간에 피고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휴식이나 수면을 취하였는지 ▲피고가 휴게시간에 원고들에게 경비 또는 순찰을 지시하거나 원고들의 근무상황을 감시하거나 보고를 받은 적이 있는지 ▲피고의 휴게시간 중 경비 또는 순찰의 지시로 인하여 원고들의 나머지 휴게시간이 방해받았는지 여부 등 ▲이와같은 휴게시간의 방해가 불가피한 사정에 의한 것인지 등을 심리해 원고들이 휴게시간에도 피고의 실질적인 지휘·감독 아래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설시했다.

이같은 법리에 따라 대법원은 원고일부 승소를 선고한 원심의 패소부분을 깨고,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대기, 수면, 휴식시간이 근로시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사용자의 지휘·감독권을 넓게 포섭했다. 또 경비노동자의 휴게시간 자유이용권에 대한 사용자의 제한범위를 근기법 제63조 입법취지에 맞춰 축소했다. 아울러 경비노동자의 휴게시간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입주민에게 ‘휴게시간 공지’ 역시 사용자의 ‘의무’로 지적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이 갖는 의미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