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왈리何必曰利, 경제 뒷전 이익만 챙긴 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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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하필왈리何必曰利, 경제 뒷전 이익만 챙긴 MB 우리 스스로 경제 망치는 것을 살리는 것으로 여기고 있지는 않은지

기사입력2018-03-20 12:03

김준모 객원 기자 (gubtree@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사회적기업 ㈜청솔노인요양센터 김준모 대표

저는 작은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아 누군가의 보살핌이 없이는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의 가정을 방문해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 회사가 주로 하는 일입니다. 100명이 넘는 직원을 고용하고 있어 제법 탄탄한 회사처럼 보이지만, 일대일 대인서비스 업종의 특성상 매출의 대부분을 인건비로 지출해 빠듯하게 운영됩니다.

그러니 사업한지 10년이 다 되어가도록 자본을 축적하지 못해, 사업을 확장하려고 궁리하려면 먼저 대출부터 알아봐야하는 형편이지요. 은행대출이라도 필요한 만큼 나오면 좋겠지만, 대출도 재정규모에 비례하는 것이라 사업 확장을 위한 자금마련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그래도 창업 이후 2년을 넘기지 못하고 폐업하는 회사가 90%에 달한다고 하니 10년 동안 버텨낸 것만도 대단하다고 자부해야겠죠.

제가 만나는 작은 회사의 대표들도 대부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몇 천만원은 고사하고 급할 때는 몇 백만원도 융통하기 어려워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됩니다. 이런 우리들에게 비즈니스맨의 신화로 알려진 이명박 전 대통령이 100억원 이상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기 위해 포토라인에 선 모습을 뉴스에서 보는 심정은 참담합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22조원이 넘는 세금은 ‘녹차라떼’만을 남긴 채 4대강 강바닥으로 사라져 버렸고, 에너지 안보를 내세우며 35조원이 넘는 돈을 펑펑 쓴 자원외교는 파산선고를 받은 광물공사를 비롯한 공공기관의 부실만을 남겼습니다. 경제를 살리겠다며 대통령이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가재정과 국민경제에 끼친 피해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규모입니다.

사업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끼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런 대통령을 선출한 것도 우리들입니다. 정권을 잡은 것이 아니라 이권을 잡았다는 말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지만, 그에게 이권을 쥐어준 이들도 다름 아닌 우리들입니다. 10년 전에 이명박 후보에게 투표한 이들 뿐만 아니라 투표를 하지 않은 이들, 다른 후보에게 투표한 이들까지,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우리는 모두 국가권력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운 대통령을 만들어낸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우리는 어떻게 개인의 이익을 챙기려고 국가의 이익을 저버리는 대통령을 선출했을까요? 10년 전에 이명박 후보는 경제를 살리겠다고 했습니다. 10년 전 대한민국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그의 방식대로 경제를 살릴 수 있도록 그에게 권력을 넘겨주었습니다. 이명박 후보에게 표를 준 유권자들도 그가 정의롭고 도덕적인 대통령이 될 것으로 기대한 이들은 별로 없었을 것입니다. 비록 도덕적이거나 정의롭지 못해도 경제를 살려 이익을 주는 대통령을 바라는 마음이 표심에 담겨있었나 봅니다.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횡령·배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5일 오전 피의자 조사를 마치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사진=뉴시스>

국민들이 정의보다 이익을 선택했다면, 그 배경에는 민주와 정의를 강조한 이전 두 정권을 거치는 동안 IMF 사태를 맞아 대기업을 살리는 대신 대량해고가 일상화되고, 구조화된 비정규직 차별과 갈수록 더해지는 양극화를 겪은 공동경험이 자리 잡고 있었을 것입니다. 정의보다 이익을 선택한 10년 전 국민들의 선택에는 도저히 견디기 어려운 생활고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절박함이 담겨있었던 것 같습니다.

‘맹자(孟子)’라는 책은 “하필이면 이익을 말합니까?(何必曰利)”라는 맹자의 말로 시작합니다. 맹자를 초빙한 위나라(양나라)의 왕, 양혜왕은 맹자를 영접하며 “불원천리하고 오셨으니 장차 우리나라에 어떤 이익이 있겠습니까?”라고 묻습니다. 그에 대한 맹자의 대답이 “하필이면 이익을 말합니까?”하는 반문이지요.

위나라는 전국 7웅 중 하나로 나중에 전국을 제패하는 진나라와 맞설 만큼 강성했던 나라였죠. 그러던 것이 양혜왕 대에 이르러 동쪽 제나라와의 전쟁에서 패하면서 태자까지 잃고, 서쪽의 진나라와 남쪽 초나라와의 전쟁에서도 패해 많은 국토를 빼앗겼습니다.

맹자를 스승으로 모셔와 이익을 묻는 양혜왕의 목소리는 큰아들마저 전장에서 잃고 국가존망의 위기에 처한 절박함으로 떨리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 사정을 모두 알고 있었을 맹자는 하필이면 이익에 대해서 묻느냐고 반문합니다.

맹자는 오직 인의(仁義)만이 있을 뿐이라고 단언합니다. 왕이 나라의 이익을 말하면 대부들은 자기 가문의 이익을 말할 것이고, 선비와 백성들은 자신의 이익을 말할 것이니, 모두가 이익만 말하면 나라가 위태로워진다고 설명하지요. 대국의 왕을 시해하는 건 바로 제후국의 군주이며, 그 군주를 시해하는 것 역시 제후의 측근 중에서 나온다면서요.

그렇다고 맹자가 도덕만 강조하고 경제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오해입니다. 조선 개국 시기 정도전은 경제개혁을 위해 맹자가 주장한 정전제(井田制)를 도입하려했고, 항산(恒産)이 있어야 항심(恒心)이 있다며 누구보다 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한 성현이 맹자이지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살린다고 했던 경제는 경제가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가 살리고자 했던 건 경제가 아니라 이명박 개인의 이익이었던 것 같습니다. 10년 전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우리가 살리고 싶어 했던 것도 경제가 아니었나 봅니다. 우리가 살리고 싶어 했던 것도 우리들 개개인의 이익뿐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려운 이웃을 도우려 하지 않고 잘못을 고치려 하지 않는 경제, 인의(仁義)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 경제는 경제가 아닙니다. 이익추구일 뿐이지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만 많이 벌면 된다는 식을 가리켜 경제를 살린다고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경제를 망친다고 해야 하겠죠. 힘이 있고 약삭빠른 이들만이 돈을 많이 버는 사회를 가리켜 경제가 발전한 사회라고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경제가 퇴보한 사회라고 해야 하겠죠. 그런데 우리는 최근까지, 아니 어쩌면 지금도, 경제를 망치는 것을 살리는 것으로, 경제가 퇴보한 사회를 발전한 사회로 여기고 있지는 않나요? 저마다 자신의 이익을 갈구하면서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