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차량+합리적 경로’ 사고, 업무상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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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업무차량+합리적 경로’ 사고, 업무상재해 출퇴근중 사고 인정요건…방법·경로 선택가능시 인정안돼

기사입력2014-05-03 00:00

박현진 객원 기자 (kpla123@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노무법인 ‘사람과 사람’ 박현진 노무사

A씨는 2010년 7월 출근을 위해 자가용을 몰고 부산·울산간 고속도로를 주행하던 중 사고를 당해 중상해를 입었다. 이후 A씨는 “자신의 집에서부터 공장까지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이 없어 불가피하게 자가용을 이용하다 사고가 난 만큼,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신청을 했다. 하지만 공단측은 “A씨가 자동차를 타고 출근하다 사고가 난 만큼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요양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B씨는 2011년 11월 퇴근하기 위해 자가용을 몰고 강원도 원주시 소초면 의관리 북원로 5번 국도를 주행하던 중 사고를 당해 중상해를 입었다. B씨는 A씨와 같은 이유(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운 사정)를 들어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신청을 했고, 공단은 A씨와 같은 이유(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지 않은 사정)를 들어 요양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A씨와 B씨는 각각 울산지법 행정부와 서울행정법원에 공단의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A씨는 패소한 반면 B씨는 승소했다. 유사한 사안인데 무엇 때문에 상반된 판결이 나왔을까?

자가용을 이용한 출퇴근 중 사고가 업무상재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출퇴근에 사용한 차량이 회사의 업무에 사용되는 차량임이 입증돼야 하고, 출근경로 역시 합리적이고 통상적인 경로 내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공무원, 공·사립학교의 교직원, 군인 등의 경우에는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관련법에 따라 업무상재해로 인정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의 한 도로 전경.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 ©중기이코노미

출퇴근 방법·경로를 선택할 수 있다면 업무상 재해 안돼

업무상재해란 근로자가 사업주와의 근로계약에 기하여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서 업무에 기인해 발생한 재해를 말한다. 자가용을 이용한 출퇴근 도중 발생한 사고는 비록 출퇴근이 노무의 제공이라는 업무와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하더라도, 그 출퇴근 방법과 경로의 선택이 근로자에게 유보돼 있는 이상 근로자가 선택한 출퇴근 방법과 경로의 선택이 통상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업무상재해로 될 수는 없다.(대법원 2004. 4. 23. 선고 2004두121 판결)

축약하면 출퇴근 방법과 경로가 사업주에 의해 지정되지 아니하고, 근로자가 선택할 수 있다면 자가용을 이용한 출퇴근 중 사고는 업무상재해가 아니라는 말이다.

B, 업무상재해 “개인차량 운행이 불가피”

B근로자의 사건을 심리한 서울행정법원은 공사 현장관리를 위해서는 개인차량의 운행이 불가피했고, 회사가 유류비와 경비를 지원했다는 점 등을 이유로 B근로자에게 자가용을 제외한 대중교통 등 다른 출퇴근 방법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또 사고발생 지점이 B근로자의 주소지와 근무지를 잇는 합리적이고 통상적인 경로 내에 있었고, 업무 및 근무지의 특수성 등으로 인해 출퇴근 방법 및 경로 선택이 B근로자에게 유보된 것이 아니라 사업주에 의해 지정된 것, 즉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A, 업무상재해 불인정 “다른 경로 이용시 사고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A근로자 사건을 심리한 울산지법 행정부는 “원고가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2시간 정도 소요돼 대중교통을 통한 출·퇴근이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다른 출근 경로를 이용했으면 사고를 피할 수도 있었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업무상재해를 인정받은 B근로자의 경우 주소지와 현장을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할 경우 1시간 거리였던 반면 A근로자의 경우에는 2시간 거리로 대중교통 이용이 사실상 불가했음에도 전자는 업무상재해 인정, 후자는 부정됐다. 업무상재해 인정여부에 있어 출퇴근 소요시간이나 물리적인 거리가 관건은 아니란 말이다.

A근로자가 차량운행과 관련 B근로자와 차이가 나는 것은 B근로자는 출퇴근 차량을 업무에 사용할 수밖에 없는 회사의 요구 또는 사정이 존재했고, A근로자는 단순히 출퇴근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점이다.(B근로자 사건은 2014년 3월 선고, A근로자 사건은 2014년 4월 선고한 것으로 전자는 판결전문을 구했고, 후자는 전문을 구하지 못해 신문기사를 근거로 작성되었음. 따라서 A근로자 사건의 경우 판결이유에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그간 판례의 경향에 비춰 큰 차이는 없을 것임)

출퇴근 차량이 업무사용 차량임이 입증돼야 업무상재해

결국 자가용을 이용한 출퇴근 중 사고가 업무상재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출퇴근에 사용한 차량이 회사의 업무에 사용되는 차량임이 입증돼야 하고, 출근경로 역시 합리적이고 통상적인 경로 내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A근로자 사건의 경우 아쉬움은 “대중교통을 통한 출·퇴근이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면 자가용을 이용한 출퇴근의 불가피성 역시 재판부가 인정해 업무상재해로 판단할 수도 있었다는 점이다. A근로자의 교통사고 지점이 합리적이고 통상적인 출퇴근 경로 내에 있었다는 사실을 전제로 말이다.

사족을 달자면 공무원, 공·사립학교의 교직원, 군인 등의 경우에는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관련법에 따라 업무상재해로 인정하고 있다.[노무법인 ‘사람과 사람’ 대표 공인노무사 박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