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제 개편…방법보다 인식의 전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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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전기요금제 개편…방법보다 인식의 전환 필요 국민혈세로 대기업공장 돌려선 안돼…기업보다 국민이 우선돼야

기사입력2019-04-19 17:16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감사원은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구간이 잘못 설정됐다는 감사결과를 내놨다. 2016년 산업부가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개편하면서, 에어컨 등 계절성 가전기기 전기사용량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사실 2016년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안도 이전 누진제에 비하면 많이 개선된 편이었다.사용량 100kWh 초과분부터 누진제를 적용했던 2016년 이전 누진제는, 냉장고조차 변변히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의 전기사용량을 기준으로 했다. 2016년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은 1단계 누진구간을 200kWh로 늘였음에도, 에어컨 등 계절성 가전기기를 사용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게 감사원의 감사결과다.

상당히 진일보한 지적이다. 감사원은 2013년에도 ‘산업용은 낮게 주택용은 높게’ 전기요금을 부과했다고 지적했지만, 주택용 누진제에 대한 구체적인 접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다. 에어컨 등 전기기기 사용에 따른 가구의 전기요금 부담을 덜어주는 측면이 있지만, 국민 1인당 적정한 전기사용량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다. 한 주택이 사용할 전기량은 가구 구성원 숫자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현행 주택용 누진제는 전기를 사용하는 가구 구성원에 대한 고려가 없다.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국민 개개인의 ‘전기사용권’이 기업보다 후순위여선 곤란하다. 백번을 양보해 국가경제 차원에서 주택용 전기요금이 산업용보다 싸진 못하더라도, 국민혈세로 대기업공장을 돌린다는 비난은 듣지 말아야 한다.<사진=이미지 투데이>

또다른 문제는 주택용과 산업용 간 전기요금 불평등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가 완화되더라도 산업용 전기요금과의 불평등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많이 쓸수록 비싸지는 주택용 전기와 달리 산업용은 기업규모가 클수록, 사용량이 많을수록 싸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국민이 낸 전기요금으로 대기업공장을 돌린다는 얘기도 이런 불평등한 요금체계 때문에 나온다.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와 산업용 전기의 원가이하 공급은 반드시 함께 풀어져야 할 과제다.

이제 공은 산업부와 한국전력으로 넘어갔다. 감사원이 지적한 에어컨 등 계절별 전기기기의 사용을 현행 요금체계에서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는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해야 할 숙제다. 감사원 지적에 대해 산업통상부는 계절별요금제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계절별·시간별 요금을 차등화하는 ‘계시별요금제’도 추진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 또한 가구의 전기요금 부담을 줄인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 한 여름 폭염에 에어컨을 틀지 못하는 전기요금 공포에서는 벗어날 수 있지만, 주택용 전기요금이 산업용보다 왜 비싼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해소하지 못해서다.

산업화 시대에 전기는 공장을 돌릴 동력이었고, 수출을 위해 국가가 기업에게 우선적으로 제공해야 할 에너지였다. 국민이 쓸 수 있는 전기는 공장을 돌리고 남은 전기였던 셈이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국민세금을 바탕으로 생산·공급되는 공공재인 전기는, 공장이 아니라 국민에게 우선적으로 편리하게 제공돼야한다. 수출을 한다는 이유로 산업용 전기가 주택용보다 싸게 공급돼야 할 이유는 없다.

전기요금제 개편은 방법보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국민 개개인의 ‘전기사용권’이 기업보다 후순위여선 곤란하다. 백번을 양보해 국가경제 차원에서 주택용 전기요금이 산업용보다 싸진 못하더라도, 국민혈세로 대기업공장을 돌린다는 비난은 듣지 말아야 한다. 원전을 축소하고 석탄발전도 지양하는 추세에서 전기를 아껴 써야 하는 건 비단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다.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원가 이하로 공급되는 산업용 전기요금, 원전 축소와 석탄발전소 폐쇄 등 얽히고설킨 문제들은 전기사용량을 조금 늘려준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촉구한다. (중기이코노미=안호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