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극본 유사한데, 저작권을 침해한 것인가

프린트

경영정보 ㅣ 특허변리 뮤지컬 극본 유사한데, 저작권을 침해한 것인가 실질적 유사성 있지만, 고의·과실 등 불법행위 있어야 손해배상

기사입력2020-01-15 14:33

김범구 객원 기자 (bkk0909@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김범구 변호사(김범구 법률사무소·특허법률사무소, 전 엔터테인먼트법·저작권법 겸임교수)

어린이 뮤지컬 ○○○○의 극본 권리자인 A는 B의 □□□□이라는 뮤지컬 극본 및 공연이 자신의 것과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다며, B에게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B는 자신이 공연한 극본의 줄거리는 C가 작성하고 D가 캐릭터를 정하는 등의 공동작업을 통해 완성됐으며, 자신은 D를 통해 C의 허락을 얻어 공연했고, 이 사건의 소송 전까지는 A가 극본을 작성하고 공연한 사실조차 알지 못했음을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나아가 A의 극본은 출판되지도 않았고 저작권 등록도 이뤄지지 않았다. 즉 B는 A의 극본에 대한 존재 내지 공연 등의 사실을 알지 못하고 B의 극본을 공연하고 있었기에 고의 내지 과실이 없음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B의 주장은 이유 있는가?

◇쟁점=저작권법으로 보호받는 공연권의 침해를 인정하려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기존의 저작물과 대비대상이 되는 공연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다는 점 외에도 공연이 기존의 저작물에 의거해 이루어졌다는 점이 인정돼야 한다(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5다35707 판결 등 참조).

우연한 사정에 의해 실질적 유사성이 있다는 이유로 행위자의 고의·과실 등 불법행위요건이 없어도 되는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저작권법으로 보호받는 공연권의 침해를 인정하려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기존의 저작물과 대비대상이 되는 공연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다는 점 외에도 공연이 기존의 저작물에 의거해 이루어졌다는 점이 인정돼야 한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규정=저작권법 제125조(손해배상의 청구)에 따르면, 저작재산권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보호되는 권리(저작인격권 및 실연자의 인격권을 제외한다)를 가진 자(이하 ‘저작재산권자등’이라 한다)가 고의 또는 과실로 권리를 침해한 자에 대하여 그 침해행위에 의하여 자기가 받은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 그 권리를 침해한 자가 그 침해행위에 의하여 이익을 받은 때에는 그 이익의 액을 저작재산권자등이 받은 손해의 액으로 추정한다.

또,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를 보면,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판례=판례는 이 사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 놓은 바 있다.

갑이 을의 어린이 뮤지컬 극본 및 공연이 자신의 어린이 뮤지컬 극본과 실질적 유사성이 있어 갑의 공연권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을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를 원인으로 하여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을이 제3자의 극본에 의거하여 공연한 것인지, 제3자가 갑의 극본에 관한 복제권 등 저작재산권을 침해한 것인지, 을이 제3자의 (갑의 저작권에 대한) 침해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를 살펴본 다음 비로소 을에게 갑의 극본에 관한 저작권을 침해하였음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대법원 2014. 9.25. 선고 2014다37491 판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