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중기, 워크아웃 前 채무조정절차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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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지금 중기에선 위기의 중기, 워크아웃 前 채무조정절차 필요 전례없는 코로나19…멀티도어 방식의 사적 조정제도로 보완해야

기사입력2020-05-12 09:21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코로나19 이후 도산 위험에 직면한 중소기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행 중소기업구조조정 제도가 중소기업 회생을 신속하게 지원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법원에 의한 파산·회생 절차 개시 이전에, 멀티도어(Multi-Door) 방식의 채무조정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뒤따른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중소기업연구원이 11일 발표한 ‘포스트 코로나 선제 대응을 위한 중소기업 회생지원 방안’ 보고서에서 최수정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의 회생절차는 대기업의 회생절차와 다른 특성이 있다”며 “기업회생절차를 진행하기 위한 대리인 선임비용, 절차비용을 위한 예납금 등이 커다란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기업회생을 위해서는 부실징후를 조기에 발견해 회생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중소기업 대부분은 보유한 자금을 거의 소진한 이후 최후수단으로서 회생절차를 검토한다. 회생절차를 신청한 경우에도 정보 부족, 적절한 회생계획 미수립 등 전문가 자문을 제때 받지 못해 회생에 실패할 확률도 높다.

현행 구조조정제도, 중소기업 회생에 한계

현행 기업구조조정제도에는 ‘기업구조조정 촉진법’과 채권은행협의회 운영협약 등에 근거한 사적 구조조정제도(워크아웃), ‘채무자회생법’을 근거로 한 공적 구조조정제도(법정관리)가 있다.

위크아웃은 채무자와 채권자 사이의 협의를 금융기관이 주도하기 때문에 중립성이나 공정성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 반면 법정관리는 법원이 주도하기에 공정성과 투명성이 보장된다. 하지만 절차진행이 공개돼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유발되고, 절차진행의 신속성이나 유연성이 떨어진다.

최 연구위원은 채무자와 채권자, 그리고 법률에 근거한 위원회 등 제3자가 관여하는 중소기업 맞춤형 사적 구조조정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본 중소기업재생지원협의회 설치, 중소기업 채무조정 지원

일본은 ‘산업경쟁력강화법’에 근거해 중소기업에 특화된 제3자인 ‘중소기업재생지원협의회’를 설치 운영한다. 중립적 입장에서 중소기업의 채무조정 및 재생계획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자, 신속하게 코로나 특례 채무조정프로그램을 통해 중소기업 도산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중소기업재생지원협의회 절차는 기업의 재무개선과 동시에 사업개선에 중점을 둔다. 중소기업의 기업회생을 위한 전문가 조언, 재생계획 수립, 재생계획 이행상황 모니터링 등 재기 의지를 가진 중소기업을 전방위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중소기업재생지원협의회는 1차 대응으로 창구 상담단계에서, 기업이 제출한 자료와 대표 면담을 통해 중소기업 실태를 파악하고 가장 적합한 지원절차를 결정한다. 재생계획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제2차 대응으로 주요 채권자에게 채무자, 기업현황 및 재생 가능성을 설명한 후 채권자의 의향을 확인한다.

중소기업재생지원협의회는 2003년 2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4만3851개 기업과 상담했고, 1만4730개 회사의 재생계획 책정 지원을 완료하는 등 활발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중소기업지원협의회 절차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어 일본에서의 사적 정리절차 건수도 증가하는 추세다.

제3자 중소기업 채무조정절차 마련 필요

국내에서도 중소기업의 신속한 회생을 위해 회생·워크아웃 또는 도산절차로 가기 이전, 멀티도어 개념에 기반한 ‘제3자 중소기업 채무조정절차’를 마련해야한다는 게 보고서의 주장이다.

제3자가 주도하는 중소기업 맞춤형 채무조정절차는 ▲공정성 ▲신속성 ▲유연성 ▲비용부담 완화 ▲비공개성 등의 장점을 바탕으로 제도설계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파산으로 몰리기 전, 조기에 중소기업 회생 전문가의 체계적 지원을 받고 차입금 상환조건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 연구위원은 제3자 중소기업 맞춤형 채무조정 절차를 도입하면, 중소기업이 다양한 방식으로 채무조정이 가능한 멀티도어 체계를 구축하고, 회생절차와 워크아웃의 장점을 융합한 유연하고 신속한 중소기업 회생지원방안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3자 중소기업 맞춤형 채무조정절차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사업전환 촉진에 관한 특별법’의 전부개정 또는 별도 법률을 제정해 관련 부처가 가칭 ‘중소기업 재기지원 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최 연구위원은 이러한 법적 근거 마련을 통해 절차적 신뢰성이 향상된다면, 추후 법원의 도산절차까지도 연계될 수 있어 법원의 부담 완화 등의 경제적 효과도 발생한다고 전망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