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디 중국’ 기업등급 ‘A류’면 통관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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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ㅣ 중국 ‘만만디 중국’ 기업등급 ‘A류’면 통관 유리 [해외통관제도 ①중국] 절차 일관성 결여…견해차 존재

기사입력2014-06-04 00:00

‘만만디’로 유명한 중국과 무역을 하는 한국 업체들은 특유의 느린 일처리에 때문에 애를 먹기 일쑤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중국 특유의 일관성 없는 일처리다. 특히 시간이 곧 비용인 무역에서 복잡한 통관절차와 지나치게 긴 업무처리 시간은 무역업체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수입상품의 모니터링을 위해 주요 품목을 수입하고자 하는 업체에게 자동수입허가증을 발급해주고 있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발간한 ‘무역장벽 보고서’에 따르면 법규상 30일이면 허가증 발급이 가능하지만, 발급과정에서 실제로 한 달 내에 발급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심지어 지역마다 규정이 상이하고, 규정이 자주 변경되며 이것이 지방정부에 하달되는데도 오랜 시일이 소요된다.

중국의 대표적인 인증제도인 CCC(강제인증제도)의 경우에는 심사 종료 이후 인증 발급까지만 90일이 소요되기도 한다. 이밖에도 중국과 교역하는 업체들이 시간과의 전쟁을 벌이는 사례를 다양하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빠른 통관을 위한 각종 제도를 이용하면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다. 지난달 29일 관세청이 개최한 ‘해외통관제도 설명회’에서 중국 정부가 빠른 통관을 위해 시행중인 각종 제도를 설명한 황충조 상하이 관세관에 따르면 기업관리 등급을 높여 A류 이상만 되면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이 지난달 28일과 29일 이틀간 각국 주재 관세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한 ‘해외통관제도 설명회’ 모습. ©중기이코노미

한국의 AEO제도와 같이 중국의 해관기업분류관리방법은 높은 등급의 기업에게 각종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이 제도는 모든 기업을 AA류, A류, B류, C류, D류의 5개 등급으로 분류한다. 법규를 준수해 우수한 평가를 받으면 상위등급을 받을 수 있다.

A류기업이 되면 ‘소재지 신고, 소재지 통관’의 혜택을 볼 수 있다. 이것은 기업이 수출입 상품의 수취나 발송인 또는 대리인 소재지의 세관 가운데 한 곳을 자유롭게 선택해 세관신고와 통관수속을 처리할 수 있는 제도다. 지난해 11월부터 AA류 기업을 대상으로 시범실시된 이 제도는 지난 5월1일부터 A류기업까지 확대 적용되기 시작했다.

B류기업의 경우에는 ‘소재지 신고, 항만 통관’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이 제도 역시 지난해 11월부터 B류기업으로 확대 시행된 제도다. 기업이 소재지에서 신고해 서류심사를 거치면, 항만에서는 실지검사와 통관만을 진행할 수 있다. 항만에서 신고와 통관을 동시에 처리하는 경우에 비하면 시간과 비용이 크게 단축된다.

종전에는 A류기업에게만 허용되던 P/L통관 역시 5월1일부터 B류기업에게 확대 적용된다. P/L통관은 중국의 전자통관시스템을 이용한 통관방식이다. 통관에 전자서류 형식의 신고데이터를 전송해 이를 토대로 통관수속을 처리하고, 필요 서류를 사후에 제출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허용되지 않던 수출입검역대상 물품, 항공화물, 타지역 등록기업에 대해서도 P/L통관이 허용되기 시작했다. 중국은 2015년부터 P/L통관을 전면 시행할 방침이다.

중국의 해관기업분류관리방법 제도에 대해 소개한 황 관세관은 이와 함께 중국에서 수출을 진행하는 기업들의 애로점을 예시를 들어 설명했다.

중국 현지에서 안경렌즈 원료를 수입하는 한 업체는 가격심사에서 타 수입상에 비해 현저히 낮은 가격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정상적인 가격보다 낮게 신고해 관세를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황 관세관은 그러나 “빠른 통관을 위해 일단 세관이 원하는 대로 가격을 올리는 업체들이 있는데, 함부로 가격을 올려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한번 신고가격을 높이면 향후 신고 시 높은 가격이 기준가격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황 관세관은 이런 경우에는 일단 담보를 걸어두고 최대한 협상을 하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

설비부품을 수출하는 한 업체는 관세환급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품목으로 신고한 뒤, 중국 세관의 조사 과정에서 잘못을 인정한 후 뒤늦게 한국 관세관의 도움을 청했다. 이 업체는 중국의 관세환급제도(퇴세율)를 이용하려다 곤욕을 치른 경우다. 황 관세관은 “이 경우 현지 관세관에게 도움을 청해 품목분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황 관세관은 “법규 준수가 최소의 비용”이라며 “뇌물로 해결하려하기 보다는 법규 내에서 순리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진핑 주석 취임 이후 대대적으로 부패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 정부의 최근 분위기상 법규 준수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세관원 별로 주관적인 견해 차이가 통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산업자원부의 ‘무역장벽 보고서’에서도 “도수가 21도인 주류 제품에 대해 A해관은 도수를 높이라고 하고 B해관은 도수를 낮추라고 요구한다거나, 동일 해관 내에서도 해관장이 바뀌면 이전 관행에 의해 관리되어온 부분은 무시되고 정책이 바뀌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며 통관절차의 일관성 결여와 자의적 집행을 지적했다.

황 관세관은 “이 경우 ‘다른 해관에서는 이렇게 하는데 여기는 왜 다르냐’고 따지기 보다는 주관성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