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든, 스포츠든, 회사 직원이든 최고는 에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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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미국을 읽다 게임이든, 스포츠든, 회사 직원이든 최고는 에이스 Game Metaphor ①ace, ace up one's sleeve, wild card, ante up and play one's hand, play into the hands of ~

기사입력2020-09-03 10:36

이창봉 객원 기자 (cblee@catholic.ac.kr) ㅣ다른기사보기

이창봉 교수(가톨릭대학교 영어영문학부)

호이징아는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라는 유명한 책을 남겼다. 분명히 놀이를 좋아하고 즐기는 성격은 모든 인간의 보편적인 속성이며, 인간들은 각자 다른 문화권에서 모여 살면서 특유의 다양한 놀이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미국 사람들도 당연히 그렇다. 미국 사람들은 어떤 놀이를 좋아할까? 놀이는 크게 보면, 실내에서 하는 것들과 실외에서 하는 각종 게임이 있다. 실외에서 하는 대표적인 게임이 스포츠 게임이다. 미국은 거대한 스포츠 문화 국가다. 이 부분은 추후에 따로 분석과 논의를 이어가기로 하고, 이번부터는 미국 사람들이 실내에 모였을 때 즐겨 하는 놀이와 게임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미국 사람들이 실내에서 즐기는 놀이와 게임은 광범위하고도 다양하다. 한국 사람 못지않게 미국 사람들도 도박성 게임을 즐기는데, 대표적인 것이 카드(playing cards)로 하는 포커(poker) 게임이다. 한국과 다른 점은 미국 사람들은 친한 친지나 친구들과 함께 포커를 치는 경우는 드물고, 주로 카지노(casino) 등 주로 집이 아닌 외부의 장소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게임을 한다는 점이다. 어쨌든 미국인들 중 이 게임을 모르는 사람들이 없을 정도로 그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게임이다. 이 익숙함이 그들의 일상 언어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이 게임에서 일단 카드의 종류 중 에이스 카드는 가장 서열이 높은 카드인데, 어느 조직이나 팀에서 가장 우수한 사람을 가리킬 때 널리 쓴다. 아마도 가장 익숙한 예는 야구 분야에서 팀의 최고 투수(pitcher)를 ‘ace pitcher’라고 부르는 것일 것이다. 회사 같은 조직에서도 팀 내에서 가장 우수한 사원을 ‘ace’라고 부를 수 있다.

She‘s the ace of our team.

포커 게임에서 ‘ace’ 카드를 게임 후반에 받는다면, 결정적으로 승부를 뒤집을 수 있기 때문에 미국 사람들은 ‘an ace up one's sleeve’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Clothing metaphor’ 부분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 표현은 소매에 ‘ace card’를 숨기고 있다가 결정적인 때에 쓰는 속임수 행위를 묘사한 데에서 파생한 것으로서 ‘a hidden or secret advantage(숨겨진 비밀의 이점)’을 뜻한다. 즉 한국어의 바둑 은유 표현으로 ‘비장의 수’ 혹은 ‘묘수’의 뜻에 가까운 표현이다.

예를 들어서 회사에서 중요한 일을 앞두고 책임을 맡은 상사가 그 일을 성사시킬 수 있을지 없을지 걱정하는 동료에게 그녀가 늘 마지막 순간에 비장의 수로 일을 잘 마무리하곤 하니 걱정하지 말라는 취지의 말을 다음과 같이 할 수 있다.

Don't worry about her. She always has an ace up her sleeve at the last minute. She'll get it done.

카드의 종류 중 에이스 카드는 가장 서열이 높은 카드인데, 어느 조직이나 팀에서 가장 우수한 사람을 가리킬 때 널리 쓴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카드 중 가장 특이한 카드가 ‘joker’다. 이 카드는 정식 포커 게임에서는 보통 쓰이지 않지만, 다른 카드 게임 등에서는 여러 가지 성격과 종류의 카드로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쓰일 수 있기 때문에 ‘wild card’라고 부른다.

스포츠 분야에서 ‘wild card’는 본래 출전 자격이 안 되는데 한 두 명의 예외를 허용해 특별히 출전이 허용이 되는 선수들을 뜻한다. 예를 들어서 올림픽 축구 국가 대표팀 선수들은 23세 이하여야 하는데, 지난 2016년 브라질 리우 올림픽 때 나이 제한 없이 손흥민 선수를 ‘wild card’ 선수로 선발한 것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그리고 야구 분야 등에서 플레이오프(playoff) 진출 팀들 중 각 조의 우승팀 이외에 전 리그를 통틀어서 성적이 그 다음으로 좋은 팀들을 선발해서 한 두 팀을 더 진출시키는 것도 wild card team이라고 하는데, 그 뒤에는 이 팀들이 정규 시즌 중 성적으로는 어쨌든 하위 그룹에 있기 때문에 포스트 시즌 중에는 어떤 성적을 낼지 예측할 수 없는 배경이 깔려 있다.

이 예측불가능성과 변칙성 때문에 ‘wild card’는 일반적으로는 ‘an unknown or unpredictable factor(불확실하거나 예측하기 어려운 요인)’을 뜻하는 상황을 묘사하기 위해서 잘 쓴다. 예를 들어서 현재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 관련 논쟁이 가장 뜨거운 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는데, 부동산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를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앞으로의 대선에서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는 말을 다음과 같이 할 수 있을 것이다.

Real estate issue will be the wild card in the upcoming presidential election.

포커 게임은 돈을 거는(betting) 과정을 거쳐서, 쌓인 돈을 최종 승자가 독식하는 전형적인 도박성 게임이다. 자기 차례가 왔을 때 상대방의 ‘betting’을 그대로 받기만 할지(call) 더 많이 올릴지(raise) 혹은 죽을지(fold, die) 매 번(round) 결정하는 플레이를 하게 되는데, 이것을 ‘play one's hand’라고 표현하며 이렇게 해서 중앙에 자기 돈을 쌓는 것을 ‘ante up’이라고 한다.

상대방의 패를 읽고 서로 눈치를 보고 결심을 하는 모든 과정에서 기울이는 시도와 노력을 그리는 상황적 뜻을 은유 확대해서 ‘ante up and play one's hand’는 ‘give it a try(시도해 보다)’의 뜻으로 잘 쓴다. 예를 들어 시험에 도전했다가 실패해서 의기소침해 있는 친구에게 이 은유를 써서 다시 시도해야 한다고 용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다.

You still have a chance. You‘ve got to ante up and play your hand again.

또 하나 잘 쓰는 표현은 ‘play into someone's hands’ 혹은 ‘play into the hands of ~’ 이다. 이 표현은 포커뿐만 아니라 모든 카드 게임에서 자신의 손 안에 들고 있는 카드가 아니라 상대방의 카드에 이롭게 플레이를 한다는 뜻으로서, 이 상황적 의미가 확대돼 ‘to act or behave so as to give an advantage to an opponent(적에게 이득이 되도록 행동하다)’는 뜻을 잘 나타낸다.

예를 들어서 어느 회사가 경쟁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기로 했는데, 종국적으로 그들을 역으로 돕는 꼴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I'm afraid we are playing into the hands of our rival company. (중기이코노미 객원=가톨릭대학교 영어영문학부 이창봉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