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상황 심각한데 사장이 인지하지 못한다면

프린트

라운지 ㅣ 미국을 읽다 회사 상황 심각한데 사장이 인지하지 못한다면 Literature Metaphor ②scapegoat, black sheep, as old as Adam, as wise as Solomon, David and Goliath situation, writing on the wall, one's days are numbered

기사입력2021-03-29 10:22

이창봉 객원 기자 (cblee@catholic.ac.kr) ㅣ다른기사보기

이창봉 교수(가톨릭대학교 영어영문학부)

그리스도교 신앙(Christianity)은 미국이라는 나라의 정신적 지주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미국인들 중 전 인구의 90%가 그리스도교인이며, 개신교 신자(Protestants)가 60% 정도이고 가톨릭 신자(Catholics)가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미국사람들 중 성경을 읽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다.

성경(The Holy Bible)은 종교적으로는 하느님의 말씀과 예수님의 생애와 가르침을 기록한 그리스도교 경전임과 동시에 인류 역사상 가장 빼어난 고전 문학작품이다. 미국 영어에 성경에서 유래한 은유 확대 표현이 널리 퍼져 있는데, 이번에는 구약(The Old Testament)에 실린 스토리텔링이 은유 확대된 표현들을 분석해 본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표현이 ‘scapegoat’이다. 이 표현은 성경에서 유래한 용어 중에서 일상에서 가장 자주 쓰는 용어다. 구약 레위기(Book of Leviticus 16:10)에 보면, 유대교 속죄일 행사를 묘사하는 부분이 있는데 신에게 제물로 바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양 한 마리였다. 주인을 대신해 죽임을 당한 존재라는 본래 의미가 은유 확대되어서, 현대 영어에서 어떤 단체가 조직에서 나쁜 일이 일어났을 때 한 개인이 책임을 뒤집어쓴 상황 속에서 남이 받아야 할 비난까지 떠안게 된 억울한 사람(one that is made to bear the blame of others)의 뜻으로 널리 쓰인다. 한국어에서도 ‘희생양’ 혹은 ‘속죄양’으로 번역해 같은 맥락의 뜻으로 널리 쓰인다.

구체적인 예로 회사에서 어느 프로젝트가 실패했는데, 다양한 요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아서 해고를 당하는(give me a boot) 부당한 일을 당했다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They gave me the boot because they chose me as a scapegoat for the project that failed miserably.

성경에서는 인간과 신의 관계를 양과 목자의 관계로 묘사한 부분이 많이 있다. 구약성경의 시편(Psalms) 23편에는 “The Lord is my shepherd. I shall not be in want(주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라는 유명한 구절이 나온다. 성가 가사로 널리 인용되는 부분이다. 하느님을 목자로 비유한 것을 거꾸로 해석하면 인간은 신의 인도를 받는 양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서양 역사에서는 일반적으로 순한 양을 하느님의 뜻을 따라 착하게 사는 인간의 모습으로 비유하곤 했다. 그런데 하얀 털을 가진 순한 양의 한 가운데에 검은 양이 섞여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 검은 양을 ‘선하지 않은 사람’ ‘골칫거리’ ‘문제아’ 등의 은유 확대 의미로 쓰게 됐다. 순한 양들 틈에서 은밀하게 못된 짓을 하는 시커먼 양을 연상하면 쉽게 이 은유 확대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구체적인 예로 미국 사람들은 집안에서 자식들 중 유독 자기만 골칫거리로 미움을 받았다면 다음과 같이 흔히 말하곤 한다.

I think I was the black sheep of my family.

현대 영어 표현에는 ‘as+형용사+as ~’의 동급 비교 문형으로 된 관용어구들이 많다. 흥미로운 것은 비교의 대상이 성경 특히 구약의 유명한 스토리에서 유래한 표현들이 적지 않게 발견된다는 사실이다. Adam은 구약 성경 속 최초의 인간이다. 영어 관용 표현으로 ‘as old as Adam’이 널리 쓰이는데, 말 그대로 인류 최초의 인간인 아담만큼 오래되었다는 뜻이니 ‘매우 오래된 혹은 진부한’의 뜻으로 은유 확대돼 잘 쓰인다. 일상생활에서 너무 오래되고 진부한 것들에 대한 싫증을 과장해서 표현할 때 잘 쓴다.

예를 들어서 회사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일하는데 누군가가 옛 노래를 반복적으로 틀어 놓았다면 다음과 같이 농담조로 말할 수 있다.

Can we change the music? These songs are as old as Adam.

구약을 통해 알려진 가장 유명한 스토리텔링 중의 하나가 솔로몬의 지혜(The Judgment of Solomon) 이야기일 것이다. 너무도 유명한 이야기이므로 이곳에서 소개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 유명한 이야기에서 파생한 표현으로 미국 사람들은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을 묘사할 때 ‘as wise as Solomon’이라고 말한다.

베사살 왕의 연회 이야기에서 유래한 중요한 표현이 있다. ‘나쁜 징조’ 혹은 ‘불길한 예감’을 뜬하는 ‘writing on the wall’이다. 회사 상황이 심각한데 사장이 그것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를 활용해 표현할 수 있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어떤 사람이 아는 것도 많고 지혜가 뛰어나서 많은 사람들이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상의하러 가는 사람이 있다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She is as wise as Solomon. Everyone goes to see her for advice.

구약을 통해 알려진 스토리텔링 중 다윗(David)과 골리앗(Goliath)의 싸움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최고의 용사인 골리앗을 상대로 불굴의 용기를 내서 싸운 양치기 소년의 대결은 결과가 뻔한 승부였지만, 예상을 뒤엎고 다윗이 돌을 던져 골리앗을 죽이며 전쟁을 승리로 이끌게 된다. 이 상황적 뜻이 은유 확대돼 현대 미국 영어에서 상대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강적을 상대로 약자(underdog)가 의외의 승리(upset win)을 이끌어 냈을 때 특히 스포츠 분야에서 널리 쓰인다.

예를 들어서 월드컵 본선 진출 후 1회전에서 만나게 되는 팀들을 추첨을 통해서 정하게 되는데 한국이 세계 최강 독일을 만났다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Germany in the first round? It's a David and Goliath situation.

끝으로 다니엘 서(Book of Daniel) 5장에 나오는 고대 세계 제국의 황제였던 베사살 왕의 연회 이야기에서 유래한 2가지 중요한 표현이 있다.

왕궁에서 큰 연회를 베풀었을 때 문득 공중에 사람의 손이 하나 나타나 왕궁 벽에 글씨를 쓰고 사라지는 기현상이 벌어진다. 이 글을 제국 최고의 술사를 포함해서 아무도 해석하지 못하자 왕은 다니엘을 불러 그 뜻을 묻는다. 여기서 유래한 은유 확대 표현이 지금도 미국 영어에서 널리 쓰는 ‘writing on the wall’이다. 이 표현은 ‘나쁜 징조’ 혹은 ‘불길한 예감’이라는 뜻으로 잘 쓰인다.

예를 들어서 회사 상황이 심각한데 사장이 그것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The company is in serious condition, but the president refuses to see the writing on the wall.

이야기 속으로 다시 들어가자. 다니엘이 벽에 쓰인 메시지를 해석해냈는데 그 글자는 “God has numbered the days of your reign and brought it to an end(신이 당신의 통치의 날을 세어서 끝을 내셨다)”는 뜻이었다고 한다. 이 불길한 메시지는 실제로 사실이 됐다. 그날 밤 쿠데타가 일어나 베사살은 다리오 손에 죽고 다리오가 새로운 황제가 됐다. 이 메시지에서 유래한 표현이 바로 미국 사람들이 널리 쓰는 ‘One's days are numbered’ 이다. 그들은 이 표현을 ‘no longer remain in a position of power(직책에서 더 이상 머물지 못하다)’는 뜻을 나타내기 위해 자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