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에 시달리는데 다른 빚으로 그 빚 갚으려 한다면

프린트

라운지 ㅣ 미국을 읽다 빚에 시달리는데 다른 빚으로 그 빚 갚으려 한다면 Literature Metaphor ③Good Samaritan. throw the first stone, prodigal son, Judas kiss, excruciating, rob Peter to pay Paul

기사입력2021-04-13 11:26

이창봉 객원 기자 (cblee@catholic.ac.kr) ㅣ다른기사보기

이창봉 교수(가톨릭대학교 영어영문학부)

신약 성경(New Testament)은 예수(Jesus Christ)의 탄생에서부터 수난과 죽음과 부활에 이르기까지의 스토리텔링을 집대성한 책이다.

신약에서 유래한 은유 확대 표현들을 살펴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표현이 ‘Good Samaritan(착한 사마리아인)’이다. 이는 누가복음(Luke 10:25-37)에 나오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에서 유래한 은유 확대 표현이다.

이야기의 줄기는 강도에게 당해서 길에 버려져서 고통에 처한 사람을 길을 가던 제사장(priest)과 종교지도자는 못 본체 지나갔으나, 한 사마리아인(Samaritan)은 이 사람을 불쌍히 여기고 나귀에 태워서 주막으로 데려가 정성껏 치료하고 돌보아 주는 선행을 베풀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 속 주인공인 ‘Good Samaritan’은 현대 영어에서 ‘자비와 선행을 베푸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널리 쓰인다.

지난 겨울 눈이 펑펑 내리는 추운 어느 날에 추위에 떠는 노숙자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자신이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서 입혀준 시민 모습이 어느 기자의 사진에 찍혀서 SNS에 공유돼 큰 화제가 됐다. 그 선행을 접하고 느낀 감동을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I was deeply moved by what he did. He took off his coat and gave it to a poor old homeless person shivering with cold. He was a Good Samaritan.

성경에서 유래한 또 다른 잘 알려진 표현이 ‘throw (cast) the first stone’이다. 이 표현은 요한복음(John 8:7)에 나오는 ‘간음하다 잡힌 여인 이야기’에서 나온 것이다. 예수는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라고 얘기한다. 여기서 유래한 표현이 ‘throw the first stone’으로서 현대 영어에서 그 뜻이 은유 확대돼 ‘to be the first person to criticize or punish someone(누군가를 비난하거나 벌을 주는 첫 번째 사람이 되다)’라는 뜻으로 널리 쓰인다.

이 표현은 일상에서 자신의 잘못은 인지하지 못하고 섣부르게 남 탓을 하는 사람을 묘사할 때 널리 쓴다. 예를 들어서 회사에서 팀이 추진하던 일이 실패했을 때 자기가 가장 먼저 나서서 비방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팀장이 모범을 보이며 열심히 일하지 않았다면 다음과 같이 비판할 수 있을 것이다.

I don't want to throw the first stone, but the boss failed to lead us by showing a good example. He didn't work hard at all.

미국 사람들이 일상에서 잘 쓰는 또 다른 표현으로 ‘The prodigal son returns ~’가 있다. 이 표현은 누가복음(Luke 15:11-32)에 있는 유명한 ‘방탕한 아들’ 이야기에서 유래한 표현이다. 아버지로부터 큰 재산을 물려받은 아들이 먼 땅에 가서 방탕한 생활로 재산을 탕진하고 돌아왔는데, 아버지께 자신이 지은 죄를 진정으로 반성하고 용서를 얻는다는 것이 이야기의 줄거리다. 현대 영어에서는 원래 이야기에서 ‘방탕했던 과거’ 부분의 뜻이 약해지고 친하게 함께 살던 누군가가 먼 곳에 갔다가 다시 돌아오면 ‘son’ 대신에 그 부분의 주어를 달리 해서 그 사람이 마침내 원래 장소로 돌아왔다는 뜻으로 잘 쓴다.

그런데 이 표현을 쓰면 본래 이야기에서 전해지는 ‘prodigal(wastefully extravagant)-방탕한’의 뜻이 연상이 될 수밖에 없으므로 막역하고 친한 사이에서만 쓰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서 대학 기숙사에서 술도 자주 마시고 다소 방탕하게 형제처럼 친하게 지내던 룸메이트가 방학 중 집에 갔다가 돌아왔다면 다음과 같이 웃으면서 다소 익살스럽게 인사할 수 있다.

Welcome back~!!! My prodigal roommate returns~!!!

예수의 제자인 베드로(Peter)와 바울(Paul)에게서 유래한 어구가 ‘rob Peter to pay Paul’이다. ‘빚으로 빚을 갚다’의 뜻으로 쓰이게 됐는데, 예를 들어 빚에 시달리는 친구에게 어떤 빚을 갚기 위해 다른 신용카드 빚을 지는 것이 현명하지 않다고 일깨워 줄 때 활용할 수 있는 표현이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신약 성경의 하이라이트는 예수의 죽음과 부활 이야기다. 예수는 인간의 죄를 대신해 영원히 살 수 있는 구원의 길을 열기 위해 스스로 십자가에 못 박혀 죽는 운명을 맞이한다. 마태오복음(Matthew 26:48-50)에 예수의 제자 중 유다(Judas)가 어떻게 예수를 배반했는지 그 이야기가 상세히 묘사돼 있다. 군중 가운데에서 유다가 예수에게 입을 맞췄고 무리들이 달려들어 예수를 붙잡았다. 유다가 미리 그들과 짜고 자기가 입맞추는 사람이 바로 예수라고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유래한 ‘Judas kiss’ 혹은 ‘the kiss of Judas’가 ‘a traitorous action disguised as a show of affection(애정 행각으로 가장한 배신행위)’를 뜻하게 됐다.

예를 들어서 어떤 사람이 친구로서의 진정성이 없이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만 얻어내기 위해 가식적으로 친한 척하고 있다면, 이 표현을 써서 정색을 하고 엄중하게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Don't act like my friend. It's just a Judas kiss. I can read your real intention. You're trying to get some necessary information from me.

현대 미국 영어에서 ‘말 못할 고통’의 뜻을 나타낼 때 ‘excruciating pain’이라는 표현을 널리 쓴다. 여기서 형용사 ‘excruciating’의 어원이 바로 예수가 십자가(cross)에 못 박힌 형벌을 받으며 겪은 고통을 뜻하는 데에서 온 것으로서, 이 표현의 말 그대로의 의미가 ‘십자가로부터’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서 허리(lower back)가 아픈 고통은 그것을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형언하기 힘들다고 한다. 요즘 심한 허리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말을 다음과 같이 할 수 있다.

I've been suffering from an excruciating pain in the lower back.

예수 사후 그리스도교(Christianity) 신앙의 초석을 다진 가장 중요한 인물을 고르라면, 누구나 베드로(Peter)와 바울(Paul)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베드로는 예수의 수제자(chief disciple)로서 천국의 열쇠를 받은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바울은 그리스도교 교리의 초석을 다진 대 사상가이자, 전 유럽을 돌아다니며 교리를 전파한 대 선교사였다.

이 두 명에게서 유래한 어구가 ‘rob Peter to pay Paul’이다. 직역을 하면 ‘베드로에게 빼앗아서 바울에게 주다’라는 뜻이 되는데, 현대 영어에서는 ‘to borrow money from one person to repay the debt of another(어떤 사람에게서 돈을 빌려서 또 다른 빚을 갚다)’ 즉 ‘빚으로 빚을 갚다’의 뜻으로 쓰이게 됐다.

왜 이런 표현을 쓰게 됐을까? 설이 분분한데, 가장 유력한 어원 설명은 16세기 영국 런던 소재 성 바오로 성당(St. Paul's Church)에서 급하게 보수할 일이 생겼지만 재정이 바닥난 형편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로마의 성 베드로 성당(St. Peter's Church)에서 나오는 수입을 전용했다고 한다. 다른 설은 아예 두 성당에 부과된 세금을 돌려서 쓴 데에서 유래했다는 설명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