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쓸쓸함에 ‘고독 한 스푼’ 더 넣은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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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도시의 쓸쓸함에 ‘고독 한 스푼’ 더 넣은 코로나 고독한 도시인의 그림과 영화…에드워드 호퍼와 ‘셜리’㊤

기사입력2021-12-22 10:08

안진국 객원 기자 (critic.levahn@gmail.com) ㅣ다른기사보기

안진국 미술비평가(‘불타는 유토피아’, ‘비평의 조건’ 저자)

[에드워드 호퍼와 ‘셜리’㊤]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지속되면서 사람들의 모임은 줄어들었고, 홀로 지내는 시간이 늘었다. 지금은 잠시 멈춰섰으나, 얼마 전까지 ‘위드코로나’로 함께 모여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할 수 있는 인원이 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혼자 내지는 둘이 있는 상황이 대부분이다.

사실 코로나19 이전부터 그랬다. 도시의 삶은 고독을 짊어지고 상실을 벗 삼아 살아가는 삶이었다. 혼밥과 혼술이 늘어났고, 1인 거주가 전혀 낯선 일이 아닌 곳, 아닌 시대가 됐다. 현대의 도시는 이전부터 쓸쓸했다. 코로나19는 이 도시의 쓸쓸함에 고독 한 스푼을 더 넣은 것에 불과하다.

혼자 내지 둘이 모여 각자의 스마트폰만 바라보는 외롭고 공허한 현대의 도시. 이 모습 속에서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1882~1967)의 그림이 떠올랐다. 그는 사무실, 집, 극장, 호텔, 카페 등 도시적인 공간에서 고독과 상실에 젖은 도시인의 모습을 그렸다. 차가운 도시의 공기가 흐르는 그의 작업은 외로우면서도 아름답다.

에드워드 호퍼, ‘좌석 열차’, 1965, 캔버스 위에 유채, Christie's Images.

◇도시를 바라보는 무심한 시선=에드워드 호퍼는 미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풍요로웠던 시기인 192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도시의 고독한 시민의 모습을 그렸다. 유럽은 1930년대 2차 세계대전과 경제대공황으로 큰 혼란을 겪었지만, 대서양 건너편에 있는 미국은 대공황을 잘 극복하고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특히 1950년대 미국은 빠른 속도로 발전해 초강대국이 됐다. 1882년 뉴욕에서 태어난 호퍼는 미국이 경제성장하던 시기에 뉴욕이 대도시로 변해가는 과정을 지켜봤다. 높은 건물이 세워지고, 거기에 말끔한 사무실이 들어서고, 곳곳에 화려한 극장과 호텔이 문을 열고, 현대식 바와 카페가 생기고, 밤늦게까지 꺼지지 않는 도시로 변모하는 뉴욕을 호퍼는 경험했던 것이다. 화려한 대도시로 변해가는 뉴욕을 보며 호퍼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가 그린 그림을 통해 우리는 그가 느꼈던 도시를 알 수 있다. 바로 고독, 쓸쓸함, 상실, 소외, 외로움 등이다. 경제 성장을 이룩하던 시기, 모두 풍요로움을 느끼던 시기에 화려하게 변하고 있는 도시와 호퍼가 보여준 그림의 정서는 사뭇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도시인이라면 모두 느낄 것이다. 도시는 화려하지만, 존재는 점점 초라해지는 느낌을…. 사람들이 도시에 몰려들면서 타인을 경계하며 자신만의 영역을 갖기 위해 분투하고, 자신이 그 누구도 피해 주거나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익명인으로 존재하길 원해서 타인과 관계 맺기를 꺼리는,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시민으로 변모하는 도시의 삶 말이다.

영화 ‘셜리에 관한 모든 것’의 한 장면.

삶은 윤택해졌지만, 더욱 고립되는 것이 도시인의 삶이다. 호퍼는 도시의 화려하고 활기찬 모습을 그리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 모습과 정반대인 도시의 그림자, 즉 빈곤한 뒷골목의 모습도 그리지 않았다. 그는 도시의 외양이 아닌, 도시가 지닌 속성을 그렸다.

호퍼의 그림은 명암과 보색 대비로 강렬한 인상을 주지만, 언제나 관찰자 시점을 유지한다. 그는 익명의 도시인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시선으로 그림을 그린다. 그림 속 인물은 언제나 혼자 내지 둘 정도이며, 그들은 대부분 정면을 보지 않는다. 그 인물들은 그를 바라보는 이(화가, 감상자)에게 말을 건네지 않는다. 침대에 걸터앉은 여인은, 신문을 읽는 남자는, 기차를 타고 책을 읽는 여인은, 창밖을 바라보는 여인은 입을 굳게 닫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안진국 미술비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