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초보’가 제로웨이스트 숍에 가서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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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친환경 ‘초보’가 제로웨이스트 숍에 가서 보니 “그 모든 일회용 플라스틱은 가라”…제로웨이스트 숍 탐방

기사입력2022-04-07 11:30

정기영 기자 (sksmsskly@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 평소 친환경에 관심이 있었던 30대 직장인 ‘초보’씨. 과거 그는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지 않고 텀블러를 사용하기로 다짐했다. 그러나 당시 구매했던 3~4개의 텀블러를 찬장에 고이 모셔놓았을 뿐, 막상 실행에 옮기는데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직장 근처 한 마트에서 ‘제로마켓’을 둘러보게 됐고, 다시 자신감을 얻어 천연수세미, 대나무 칫솔, 스테인리스 빨대를 샀다. 가격대도 부담이 없고 바로 사용할 수 있어 제로웨이스트 초심자용으로 안성맞춤이다. 다음엔 가격대는 좀 있어보이는 샴푸바(샴푸 비누), 그 다음엔 세제 리필도 꼭 시도해보리라 다짐했다.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일상생활에서 1회용 플라스틱 컵, 용기, 포장재 등이 필요 없도록 해 생활폐기물을 감량하기 위한 활동이다. 궁극적으로는 그 어떤 쓰레기도 매립되거나 바다에 버려지지 않도록 하는 사회운동이다.

지난 4월1일부터 카페, 제과점 등 식품접객업 매장에서 1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서울시는 ‘다회용컵 무인회수기’를 600대 설치하고, ‘제로카페’ ‘제로식당’ ‘제로마켓’의 규모를 확대하는 등 제로웨이스트 문화 정착을 앞당기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산업현장에서도 변화된 분위기가 읽힌다. 기업인들은 ‘친환경’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수식어처럼 제품 앞에 걸고 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친환경적으로 제품을 만들지 고심한다. 언뜻 격세지감마저 느껴진다.

기자가 서울 성수동 일대를 돌아보니, 홈플러스 합정점에 ‘제로마켓’이 입점해 있고, 인근 망원동에는 ‘알맹상점 1호점’, 성수동에는 국내 최초 제로웨이스트 숍인 ‘더피커’가 있어 전국에서 제로웨이스트에 관심 있는 이들이 찾아온다. 이 일대가 마치 제로웨이스트의 메카가 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곳은 친환경 ‘초보’씨가 둘러 본 ‘제로마켓’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유통업체와 ‘포장재가 필요 없는 친환경 소비문화 확산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유통매장 내 제로마켓 시범사업을 시행해 왔는데, 현재 10곳에서 100곳으로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기존의 제로웨이스트 숍은 접근성과 홍보 부족 등으로 친환경적 소비에 관심이 높은 시민들만이 주로 방문했으나, 제로마켓은 시민들의 일상생활에 맞닿아 있는 기존 생필품 유통매장 내에 위치해 일반 시민들도 포장재가 없는 친환경 소비를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다.

홈플러스 합정점에 입점한 제로마켓(사진 위)과 제로마켓에서 판매하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친환경 샴푸바, 린스바. ©중기이코노미

제로마켓은 일회용 포장재 없이 리필이 가능한 제품을 전용용기 또는 개인용기에 필요한 만큼 무게를 재서 판매하는 친환경 매장이다. 리필이 가능한 제품은 주방세제, 세탁세제, 섬유유연제, 샴푸, 린스, 바디워시 등이다. 이외에도 대나무 칫솔, 천연수세미, 다회용 빨대, 주방비누, 샴푸바, 손수건 등 친환경 생활용품도 함께 판매한다. 고객 수요를 반영해 배쓰밤 등 뷰티용품과 유기농 양말·수건 등 일상생활 전반에 걸친 제품군으로 다양하게 꾸미고 있다.

합정점 한 관계자는 “천연수세미가 잘 팔리고, 샴푸바(샴푸 비누)도 인기가 좋다”고 했다. 기자가 과거 경험을 들추며 “샴푸바가 흐물흐물, 잘 녹아버리진 않나”고 물어보니, “이렇게 망에 넣어서 걸어놓고 사용하면 위생적이고, 망에 넣은 상태 그대로 사용하면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망을 걸 수 있는 자석고리도 판매하고 있었다. 세제 리필에 대해서는 “손님들은 리필 용기를 직접 가져오거나 비치된 용기를 사용해 세제를 담아 간다”고 전했다.

이곳엔 플라스틱이 없고, 일회용품 포장재가 없다. 제로마켓의 역할은 또 하나 더 있다. 재활용 가치가 높지만 일상에서 쉽게 버려지는 폐이어폰, 폐충전선 등을 회수해 재활용하고 쇼핑용 종이가방과 유리병 용기를 공유 사용하는 등 지역 내 자원순환 거점으로써의 역할도 할 계획이다.

제로마켓은 백화점, 유통매장, SSM(체인형 슈퍼마켓) 등 대형 유통매장을 거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홈플러스 월드컵점은 기존 필수 생활용품을 대체하는 리필 샴푸, 코코넛 세제, 대나무 수저세트 등 다양한 제로웨이스트 상품과 친환경 제품을 전시·판매한다. 사용한 종이·플라스틱 장바구니를 회수해 모으고, 필요한 사람은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해 시민 스스로 제로웨이스트 문화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운영된다.

알맹상점 1호점의 리필 스테이션. ©중기이코노미

NC백화점 강서점은 에코 리필 세제, 방부제 등 화학제품 무첨가 비누, 식물성 리필 치실 등 최신 유행하는 제로웨이스트 상품을 전시·판매한다. 즉석식품 매장과 협업해 1회용 플라스틱 용기 대신 다회용기를 이용해 포장하는 ‘용기내챌린지’ 행사를 진행한다.

GS더프레시 고덕그라시움점은 가까운 단지내 상가에 위치하며 계산원이 필요 없는 사물인터넷 기반의 자동 리필스테이션을 운영해 언제든지 누구나 쉽고 편하게 샴푸, 린스, 세제 등 필수 생필품을 소분(리필)해 구매할 수 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제로마켓에서 친환경 제품을 구매한 고객은 2400명을 넘어섰다. 해당 기간 리필 세제 품목매출은 205% 뛰었으며, 비누 품목은 27% 신장했다. 고객의 70% 이상이 여성이었고, 월 평균 1.5회 이상 방문하는 단골고객은 점포당 10%의 비중을 차지했다.

한편, 서울시는 제로마켓 100일 기념으로 이벤트를 한다. GS더프레시에 입점한 셀프 세제충전소 매장은 4월11일부터 4월30일까지는 셀프 세제충전소 사용 시 100원에 100ml를 구매할 수 있는 할인행사를 진행한다. 홈플러스(홈플러스 월드컵점, 합정점, 신도림점) 입점 매장은 문화센터와 연계, 제로웨이스트를 실생활에 응용해 체험할 수 있는 유리병 재사용 꽃꽂이 클래스, 소창행주 자수 클래스 등의 참여형 제로웨이스트 강좌를 개설한다.

천연수세미 등 천연 주방용품을 판매하고 있는 알맹상점 1호점. ©중기이코노미

◇‘없는 거 빼고 다 있는’ 알맹상점=“총 453kg의 자원을 되돌렸습니다.” 알맹상점 1호점(망원점), 2호점(서울역)에서 한달 동안 회수된 폐자원을 재활용한 2022년 3월 기준 결산내용이다.

알맹상점 1호점인 망원점에 방문해보니, 친환경 성분의 세제 리필을 위해 공병을 구비한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깨끗이 씻어서 가져 온 공병에 세제를 덜어 저울에 잰 다음 g단위로 무게를 기록해 계산하는 식이다. 주방세제, 샴푸, 린스, 베이킹소다, 토너, 로션, 수분크림 같은 제품은 물론 마시는 차(茶)도 리필을 할 수 있다. 매장의 50%가 리필 스테이션이고, 나머지 공간에는 다양한 플라스틱 프리 제품들이 아기자기하게 진열이 돼 있다.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은 옥수수 치실, 미세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치약 튜브 짜개 등도 눈에 들어왔다.

알맹상점은 폐기물 회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우유팩과 두유팩을 깨끗이 씻어서 모아가면 화장지로, 실리콘은 전자제품 버튼으로, 운동화 끈은 천 주머니 끈으로, 양파망은 파우치로, 말린 커피가루는 커피 화분과 연필로 재사용하거나 재활용된다.

알맹상점에 방문한 누리꾼들은 “우유팩을 재활용해서 휴지를 만들 수 있다고 가르쳐주니 친구들과 이렇게 많이 모아왔네요”, “빈 용기 재활용은 라벨 떼고 깨끗이 씻고 정말 곤욕스럽지만 알맹상점에서 주방세제, 화장품, 바디워시 리필이 끝나니 뿌듯뿌듯해요”, “비건용 제품도 다양해서 정말 좋았어요” 등의 의견을 보였다.

알맹상점의 모토는 ‘껍데기는 가라. 알맹이만 오라’다. 말 그대로 플라스틱, 비닐 등의 포장재가 없이 알맹이를 파는 제로웨이스트 숍이다. 김수영 시인의 대표적인 저항시 ‘껍데기는 가라’는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라고 끝맺음되는데, 지금 이곳은 ‘그 모든 일회용 플라스틱은 가라’ 정도가 되지 않을까. 중기이코노미 정기영 기자

탄소중립실천포인트 ‘챙겨요’

환경부는 리필스테이션 및 다회용기 사용 등 탄소중립 생활을 실천하면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는 ‘탄소중립실천포인트’ 제도를 올해부터 도입했다. ‘탄소중립실천포인트’ 누리집에 회원가입을 하고, 실천 활동을 이행하면 1년에 최대 7만원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리필스테이션 이용 시 2000원/회 적립, 다회용기 사용 시 1000원/회 적립, 친환경상품 구매 시 1000원/회(그린카드)이 적립이 된다. 한국환경공단 안병옥 이사장은 “가정에서 에너지 절약 시 인센티브가 지급되는 탄소포인트제와 자동차 주행거리 절감량에 따라 지급되는 자동차 탄소포인트제까지 함께 하면 일상 속 저탄소 생활 실천은 더욱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