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 뉴노멀 시대…中 의존도 줄여라

프린트

세계시장 ㅣ 중국 글로벌 공급망 뉴노멀 시대…中 의존도 줄여라 中 대체할 아시아 공급망…대만,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유력

기사입력2022-05-04 06:00

“글로벌 공급망이 ‘뉴노멀’을 맞이해 가치사슬의 패러다임이 각 대륙권별 주요 거점국과 신흥 생산허브를 중심으로 급변하고 있으며, 세계는 효율적인 가치사슬에서 안정적인 가치사슬(Stable Value Chain)로 전환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무역협회가 펴낸 ‘글로벌 공급망의 뉴노멀과 우리의 대응’ 보고서는 중국, 미국, 독일 등 지금까지 공급망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해왔던 주요국들의 변화에 주목했다. 이 국가들이 통상마찰과 팬데믹을 겪으며 보호무역주의와 자국우선 공급망 안정화로 태세를 전환, 글로벌 가치사슬이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전 세계에 넓게 퍼져있던 공급망이 각종 리스크에 노출”되면서, “가치사슬 글로벌화의 편익보다 비용이 더 크게 부각되었고 글로벌 패권경쟁 속에서 자국우선주의 정서가 확산”됐다고 분석했다.

변화의 중심에는 중국이 있었다. 중국제조 2025와 같은 산업고도화 정책으로 기술력 및 자본력을 확충해 기존 가공무역 중심지에서 벗어나 중간재 생산기지로 전환하면서, 글로벌 가치사슬(GVC, Global Value Chain)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나아가 핵심산업에서는 자기완결형 국가 가치사슬(NVC)을 구축하고자 노력에 나선 것이다.

가치사슬 재편은 많은 비용을 수반하는 변화다. 공장 이전에 따른 추가적인 비용, 현지 공장 안정화 기간 등 수익성 악화요인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원자재 수급처 다변화, 중간재 생산 공급망 안정화, 최종재 유통망 확보의 중요성이 더 큰 고려대상이 되고 있다는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글로벌 공급망의 ‘뉴노멀’이라고까지 부르는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기존 생산거점 대체하는 신규거점 부상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는 중국을, 북중미는 미국을, 유럽은 독일을 거점국가로 하는 역내 교역이 활발히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추세는 2017년을 기점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들고 나온데 따른 결과다. 여기에 팬데믹 쇼크까지 겹치면서, 기존 거점국들의 역할이 약화되기 시작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은 역내무역 비중, FDI(외국인 직접투자), 해당국 최종재 생산을 위한 권역별 부가가치가 2017년 이후 모두 하락했다. 독일 역시 FDI를 제외한 모든 지표가 하락하며, 기존 거점국들의 역할이 축소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권역별로 해당 지표에서 상승세를 보이며 대체 유망 공급망으로 급부상 중인 신규거점을 찾아볼 수 있었다.

보고서는 중국을 대체할 아시아 지역내 유망 공급망으로 대만이 가장 유력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순으로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특히, 대만은 아시아 주요국 중 2017년 이후 역내무역 비중이 V자 반등을 이루며 상승세를 나타낸 유일한 국가이며, 그린필드 FDI 비중과 최종재 생산을 위한 아시아내 부가가치 비중 모두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가장 유력한 신규거점이라고 판단했다.

북중미의 경우 미국을 대체할 북중미 지역내 유망 공급망 거점은 아직 뚜렷하게 보이지 않지만, 향후 멕시코가 신규거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멕시코를 거점으로 한 역내교역 비중과 그린필드 FDI 비중 모두 2017년 이후 하락세를 보이나, 멕시코 최종재 수출로 북중미권내 창출된 부가가치 비중이 2017년 이후 꾸준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의 경우 독일을 대체할 공급망으로 프랑스, 이탈리아 순으로 유망한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미국, 독일 등 지금까지 공급망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해왔던 주요국들이 변화하고 있다. 이 국가들이 통상마찰과 팬데믹을 겪으며 보호무역주의와 자국우선 공급망 안정화로 태세를 전환, 글로벌 가치사슬이 약화되고 있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산업별로 거점별 공급망 구조를 분석한 결과는 저마다 다른 양상을 보였다. 아시아의 경우 거론되는 생산거점들이 모두 제조업에 특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고무 및 플라스틱, 대만은 전기장비, 말레이시아는 석탄 및 석유, 인도네시아는 섬유 등을 중심으로 공급망이 형성됐다.

북중미의 경우 미국은 사업서비스 등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특화된 반면, 유망거점인 멕시코는 운송장비 등 제조업에 특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유럽 권역내에서 독일은 운송장비 등 제조업에 특화된 반면, 프랑스는 사업서비스, 이탈리아는 금융중개 등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특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의존도 높은 한국은 ‘위기와 기회’ 기로에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가치사슬의 재편 속에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은 위기와 기회의 기로에 서 있으며, 중간재 교역에서의 한국의 역할과 위상이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의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율은 2020년 54.4%로 2011년보다 5.7%p 하락했다. 또, 전방참여율과 후방참여율 간의 격차는 2011년 20.0%p에서 2020년 2.0%p로 두드러지게 축소됐다. 보고서는 이를 통해 “한국이 가공 후 수출하기 위해 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중간재 가치는 축소된 반면 다른 나라에서 가공 후 수출하기 위해 외국에 공급하는 중간재의 가치는 확대되고 있다”고 추론했다.

특히 한국의 전방참여율은 2015년 이후 가파르게 상승 중이며, 2018년을 기점으로 중국을 앞서기 시작했다.

한국의 중간재를 이용하는 아시아내 생산거점도 중국에서 대만,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로 이동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20년 기준 한국산 중간재에 대한 역내 생산거점 국가의 의존도가 중국(1.5%)보다 대만(4.0%), 말레이시아(5.6%), 인도네시아(2.7%)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러한 추세가 “對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공급망 리스크의 완충 기능을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아울러, “글로벌 공급망 재편 추세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보호무역주의, 미중 통상분쟁, 자국 공급망 강화, 리쇼어링 등과 함께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축의 전환”이라며, 한국 기업들은 생산네트워크의 재편 등을 전략적으로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첫손에 꼽히는 대응은 공급망 다변화다. 무역의존도가 높고 자원이 부족한 한국은 자체 완결형 공급망을 구축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며, “중국 중심의 기존 공급망을 잘 유지함과 동시에 신규거점 국가로 공급망을 다원화하는 유연한 생산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특히, “공급망 안정성 강화를 위해서는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고 역내 핵심 소재·부품·장비 가치사슬 구조 상에서 ‘허브 국가(Supply Hub)’를 발굴해 대체 가능한 지역생산네트워크를 다원화 하고 중간재 수급선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조 산업별 특화전략도 필요하다고 봤다. 거점국가를 둘러싼 공급망에서 특화된 산업별 특성을 고려해 글로벌 가치사슬(GVC), 지역가치사슬(RVC), 신뢰가치사슬(TVC), 자체 완결형 공급망(NVC) 등을 적재적소에 분산 배치하고, 각 시나리오에 최적인 생산거점을 선정하는 유연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산업별로 유망거점이 상이한 것으로 나타나 우리 기업의 대응전략도 차별화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