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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금리·러 전쟁…한 치 앞 안 보이는 대외경제

“컴퓨터, 전자 등 韓 주력업종 충격”…수출에 부정적 영향 확대 우려 

기사입력2022-05-12 00:00
“단기적으로 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미 연준의 예상보다 빠른 통화정책 정상화, 그리고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른 중국의 경기둔화 가능성 등이 통화정책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4월 취임사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한층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 회복세가 기존 전망보다는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대외경제 상황을 거론했다. 

실제로 지난 5월 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다. 추가 금리인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세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대외경제 상황의 불확실성 증가는 특히 수출을 중심으로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단기적인 대처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인 대응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 전쟁에 중국 봉쇄까지…불안한 국제경제 상황

러시아는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금융거래 제한, 기술·부품 유입 제한,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금지, 운송·물류 제한, 국제경제 질서에서의 배제 등 제재를 받고 있다. 국제제재는 제재 참여국들의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의 대러시아 수출은 이번 사태로 인해 자동차, 철강 등을 중심으로 1년 새 70% 이상 감소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특히, 러·우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러시아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독립국가연합(CIS) 회원국 등 인근 국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고, 그 파급효과가 우리나라 수출입에도 전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예를 들어 우즈베키스탄은 러시아 이주 노동자의 송금액이 자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러시아 경기가 침체되거나 국가간 송금이 제한되면 경제 전반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경우 코로나19 확산 심화에 따른 대대적인 봉쇄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상하이 지역 봉쇄가 한달 이상 지속되고 있으며, 그 여파 등으로 4월 대중국 수출이 3.4% 감소했다. 상하이는 중국의 최대 물류 중심지이기 때문에 여파가 더욱 크다. 4월1일부터 10일 사이 화물물동량 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1% 감소했다. 아울러,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도시봉쇄가 주요 지역으로 확산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팜유 수출제한에 따른 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 4월 자국내 수급불안에 대응해 팜유 수출을 금지했다. 산업부는 수출금지 대상인 인니산 팜유가 주로 비식품용으로, 한국 식품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팜유는 화장품, 세제, 바이오디젤 등의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어 파급효과가 다른 분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글로벌 공급망과 국내수급 등에 대한 점검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얀마의 경우, 국제사회 제재로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통화가치 하락이 지속되자 3월초 모든 외화계좌에 대해 현지화 환전을 강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개인, 기업 및 해외정부기관이 보유한 모든 외환계좌로 송금 받은 달러화는 영업일 기준 1일 이내에 현지화로 환전해야 한다. 이 조치 이후 미얀마 은행은 외화거래를 중단했고, 제조업은 원자재 수입대금 지급이 어려워지면서 생산차질을 겪고 있다. 소비재 수입업체 역시 현지 판매가 어려워지는 등 수출입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커지는 추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 연준의 통화정책 그리고 중국의 경기둔화 가능성 등 대외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수출을 중심으로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지난 4월17일 우크라인 긴급구호연대가 서울 주한 러시아대사관 인근에서 개최한 전쟁 중단 촉구 집회.<사진=뉴시스>

미 통화정책과 러시아 전쟁…장기화될수록 부정 영향

KDI가 5월 발표한 ‘대외 불확실성이 국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수리모형 분석 결과 미국 통화정책과 러시아의 전쟁 등 지정학적 위험 관련 불확실성은 모두 실물경제에 작지 않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통화정책과 러시아 전쟁의 불확실성 충격이 1% 증가하면 한국의 전산업생산이 각각 -0.011%p, -0.006%p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최근 지표상으로 확인되는 미국 불확실성 충격은 30% 이상, 러시아 불확실성 충격은 100% 이상 증가했음을 감안하면, 대외 불확실성 충격이 우리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분서결과, 산업별로는 컴퓨터, 전자기기 및 광학기기와 운송장비 등 투자와 밀접한 한국의 주력 업종에서 충격을 크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음식료품, 섬유 및 가죽제품 등 소비 관련 산업은 부정적 영향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북미 수출비중이 높은 산업과 유럽 수출비중이 높은 산업간에도 차이를 보였다. 비금속광물은 북미 수출비중이 13.4%로 유럽(5.6%)보다 상대적으로 높아,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에 대해 비교적 큰 영향을 받을 업종으로 꼽혔다. 반대로 화학제품은 유럽 수출비중이 22.2%로 북미(12.1%)보다 높아, 러시아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러시아의 불확실성 사태가 장기화되면 피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1분기 수준의 불확실성이 올해 말까지 유지될 경우, 한국의 전산업생산 증가율은 1.4%p, 수출 증가율은 5.1%p 하락하며 우리 실물경기에 상당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두 요인에 따른 불확실성이 모두 단시일 안에 축소되는 경우에도, 전산업생산(-0.3%p)과 수출(-1.8%p)에 작지 않은 하방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봤다. 특히 미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 장기화가 러시아 전쟁의 불확실성보다도 더욱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준형 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은 “산업별로는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 등 투자와 밀접한 한국의 주력 업종에서 충격을 크게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대외 불확실성이 국내 실물경제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바, 주요 불확실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관련 정보를 수집·공유하며 투명성을 높이는 한편, 글로벌 공급망 교란에 취약해지지 않도록 대응체계를 구축·활용하는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외 위험요인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제공은 경제 심리가 지나치게 위축될 가능성을 축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며, “이와 함께 핵심 원자재 및 부품에 대한 수급 안정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며, 하방 위험이 실현되더라도 그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대응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 등 강력한 방역조치로 글로벌 공급망 교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주요 원자재 및 부품에 대한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한편, 수입선 다변화를 비롯한 공급망 안정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와 같은 대응체계의 구축은 위험이 실현되기 이전에도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기 하방 압력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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