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공급망 차질로 비용 늘어 채산성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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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글로벌공급망 차질로 비용 늘어 채산성 악화↑ 하반기에도 부정 인식 우세…리스크 커지는데 기업 대비 불충분

기사입력2022-07-29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인한 생산감소는 크지 않지만, 비용증가에 따른 채산성 악화는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최근 글로벌 공급망 차질의 특징 및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는 “산업별 가동률을 보면 4월 기준으로 자동차, 기계업 등 일부 부문을 제외한 대다수 산업에서 가동률이 코로나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도 생산감소가 크지 않았다는 의미다.

자동차는 지난해말 이후 생산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중국 봉쇄조치에 따른 일부 부품의 공급차질로 3월 이후 감소로 전환됐다. 건설업의 경우, 지난해 이후 자재가격이 크게 오른 가운데 러시아 의존도가 높은 유연탄 수급불안정 등이 가세하면서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기계장비업의 경우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 도입 지연 등의 영향으로 특수목적용 기계를 중심으로 생산이 감소했다.

이처럼 생산감소는 제한적이지만, 비용 측면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차질 영향이 모든 산업에 걸쳐 폭넓게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심화된 원자재·중간재 가격 상승세가 자재, 부품 가격으로 이어지면서 대부분 산업에서 비용부담이 가중되고 채산성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특히 에너지, 철강, 목재, 화학 등 최근 공급차질이 심화된 부문의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화학, 건설, 기계 등 주요 산업에서 매출액 증가에도 불구하고 생산단가 상승으로 영업이익이 지난해에 비해 줄어들거나 소폭 증가하는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협회의 5월 중 조사결과를 보면, 기업들도 비용 문제를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2021년 수출실적 50만 달러 이상 2000여개사에 공급망 관련 어려움을 물었는데, 물류난(36%)과 원자재 가격상승(28%) 응답 비중이 높게 나타난 반면, 수급차질(12%)이라는 응답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앞으로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최근 중국 내 봉쇄조치가 해제되고 공장들이 재가동하면서 공급망 차질에 대한 우려가 다소 완화됐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중국 제로코로나 정책 유지, 글로벌 식량수급 불안 가능성 등이 리스크 요인으로 잠재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특성상 “이러한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물가오름세가 심화되고 생산에 대한 영향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글로벌 공급망 상황과 국내 산업의 취약성을 면밀히 점검해 예상치 못한 충격에 사전 대비하는 한편 향후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커지는 공급망 리스크…한국기업 대비 충분하지 않다

하지만 한국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 대해 충분히 대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전경련이 매출액 상위 1000대 제조기업 중 15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사 공급망 경쟁력에 대한 평가 수준은 낮은 반면 2022년 하반기 공급망 여건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이었다.

기업들이 자사의 현재 공급망 경쟁력에 스스로 매긴 점수는 100점 만점 기준으로 평균 58점에 불과했다.

하반기에도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이에 대한 한국 기업의 대비는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항목별로 보면 ▲유연성(팬데믹, 재해와 같은 돌발상황에 잘 대처함) ▲분산성(특정 국가 또는 업체에 편중되지 않음) ▲신속성(권역별 공급망 현지화로 신속하게 대응함) 등에 대해 56~58점으로 평가했다. 특히 ▲디지털화(공급망의 디지털 전환 및 데이터 통합이 잘 이뤄짐) ▲ESG 대응성(탈탄소 공정과 같은 주요국·업체의 ESG 요구사항 강화에 잘 대응함) 등은 가장 낮게 평가(각 55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2년간 글로벌 공급망 문제로 피해를 본 기업들은 코로나19로 인한 특정지역 봉쇄 등 팬데믹 리스크(35.3%)를 가장 주요한 요인으로 꼽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국제정세 불안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30.7%), 운송 지연이나 파업 등 물류·운송 리스크(27.5%)가 뒤를 이었다.

글로벌 공급망 재조정 검토 여부에 대해서는 대책 검토 중(44.0%)이라는 기업이 가장 많았고, 향후 검토 예정인 기업은 35.3%로 나타났다. 반면 14.7%는 검토 계획이 없다고 밝혔으며, 이미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했다는 기업은 6.0%에 그쳤다.

올해 하반기 글로벌 공급망 여건은 상반기 상황과 비교해 비슷(48.0%)하거나 악화(42.7%)할 것으로 보는 기업들이 많았다. 상반기 대비 약간이라도 개선될 것으로 보는 기업은 9.3%에 그쳤다.

하반기 중 공급망 환경이 가장 우려되는 지역의 경우, 생산·수입 측면에서는 중국·대만( 51.4%)이 첫 손에 꼽혔고, 러시아·독립국가연합(24.0%)과 EU(3.3%)가 뒤를 이었다. 판매·수출 측면에서는 러시아·독립국가연합(31.3%), 중국·대만(26.7%), 미국(7.3%) 순이었다.

공급망 개선을 위해 기업들이 중요하게 추진 중인 내부 대책은 ▲복수의 기업으로부터 재료·부품 조달을 통한 대체 공급망 구축(38.3%)이 가장 많았다. 이어 ▲동일 제품을 타 거점에서도 생산(22.1%) ▲재료·부품·제품 재고 확대(12.1%) ▲스마트 제조 및 생산 자동화율 확대(11.1%) ▲공급망 관리체계의 디지털 전환(11.1%) 등이다.

공급망 개선을 위해 필요한 정부 지원정책으로는 ▲수급처 다변화를 위한 거래처 정보제공 및 지원(32.3%) ▲글로벌 공급망 모니터링 및 위기경보시스템 강화(22.0%) ▲공급망 리스크 민감 품목 관리·지원체계 고도화(17.3%) ▲재료·부품의 국산화율 제고를 위한 지원 및 테스트베드 확대(15.7%) ▲해외기업의 국내 투자유치 확대(4.7%) 등을 주문했다.

공급망 관련 전문가들은 전경련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올해 하반기도 글로벌 공급망 불안은 계속될 것이며, 정부와 민간 차원 모두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문일경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하반기에도 공급망 혼돈은 지속될 것”이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올해 안에 종료되더라도 파괴된 공급망이 회복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주요국의 전략 자원에 대한 무기화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범부처적인 통일된 공급망 컨트롤 타워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전문가인 김영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에 따른 희귀가스 가격 폭등,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제재를 계기로 한 반도체 소재의 국산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높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 반도체용 희귀가스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높아져 중국과 관계가 악화될 경우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며 “수입 중인 해외 제품과 대체 불가능한 반도체 장비도 다수인만큼, 공급망 민감 품목을 면밀히 모니터링 해야 한다”고 했다.

김윤상 하이투자증권 기업분석부장(철강·비철금속 전문)은 “코로나19,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악화된 원자재 공급 차질은 중국의 석탄, 알루미늄 증산 등으로 최악의 국면은 벗어났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러시아 의존도가 높은 주요 금속의 수급 차질이 해소되지 않아 하반기 공급이 큰 폭으로 개선되기는 어렵고, 긴축에 따라 전반적인 수요 역시 둔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향후 가파른 수요증가가 예상되는 배터리용 소재와 자원 민족주의의 중심에 있는 희유금속의 공급망 내재화는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