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발령 일정 기간 지난 후 당연퇴직 정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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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대기발령 일정 기간 지난 후 당연퇴직 정당한가 징계해고나 경영상의 해고처럼 해고의 정당성 요건 따져봐야

기사입력2022-11-10 00:00

이동철 객원 기자 (leeseyha@inochong.org) ㅣ다른기사보기

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해고는 근로자의 의사에 반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계약을 종료하는 것을 말한다. 크게는 근로자의 책임에 의한 해고와 사용자의 경영상 이유에 따른 해고로 나눠 볼 수 있는데, 근로자의 책임에 따른 해고는 다시 ‘징계해고’와 ‘통상해고’로 나눠진다.

통상해고란 근로자가 근로계약상 약속한 근로제공의 의무를 이행할 능력이 없는 경우, 사용자가 근로계약을 성실하게 이행할 적격이 없다는 이유로 해고하는 것이다. 노동현장에서는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 혹은 개별 근로자와의 근로계약상 인사 조항을 두어 계약상 근로제공을 어렵게 하는 질병, 업무능력 부족 등을 통상해고의 요건으로 정해 놓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사용자와 근로자가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등을 통해 해고의 요건을 미리 정해 놓았고 근로자가 해당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상 해고의 요건을 충족했다 해, 그 해고가 무조건 정당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 특히 업무능력 부족을 이유로 하는 경우,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해 해고를 제한하고 있는 만큼 취업규칙 등의 해고의 요건 정당성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

최근 대법원은 선박건조업체 대선조선이 저성과 근로자를 대기발령 이후 취업규칙상 해고조항에 따라 해고한 사건에 대해 판결(대법 2018다251486, 선고일자 2022.9.15.)을 통해, 대기발령 후 일정 기간이 경과하도록 보직을 다시 부여받지 못한 경우를 취업규칙상 해고사유로 정한 경우, 그 취업규칙 조항에 따른 해고가 정당한지를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했다.

◇사건의 경위=사건의 피고는 부산광역시 소재 선박건조업체 대선조선이며, 원고는 피고 회사에서 근로를 제공하다 직무수행능력 부족을 이유로 대기발령 후 해고당한 근로자다. 피고 회사의 인사규정에 따르면, 구조조정이나 직제개편 등으로 직제 및 정원의 감소사유가 있는 경우, 또는 직무수행 능력이 부족하거나 인사고과평가 성적이 하위 5% 이내인 경우, 그 해당자에 대해 보직을 부여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보직이 제한된 자에 대해 대기발령을 할 수 있다. 피고의 취업규칙에 따르면, 사원이 무보직으로 3개월이 경과했을 때는 해고한다(제59조 제1항 제6호).

원고는 피고 회사에 근무하던 2015년 1월경 2014 하반기 인사고과평가에서 관리직 총 254명 중 253위로 최하위 D등급을 받았다. 이는 하위 5%에 해당하며 2015년 1월20일~23일까지 실시된 업무역량 및 리더십역량에 대한 다면평가에서도 피평가자 총 35명 중 33위로 최하위 D등급을 받았다.

피고 회사는 2015년 2월 조직개편을 통해 원고가 소속된 팀을 폐지해 직제개편 했다. 피고 회사는 인사위원회를 통해 원고를 포함한 대기발령 대상자 4명을 확정하고, 원고를 2015년 3월1일자로 경영기획본부 인사총무팀 소속으로 대기발령 했다. 피고 회사는 대기발령자 근무수칙에 따라 원고에게 2015년 3월 연장수당을 제외한 임금 전액을 지급했으나, 2015년 4월부터 2015년 5월까지 기본급만을 지급했다.

원고는 2015년 3월 피고 회사의 추가 업무과제 평가 결과 D등급을 받았으며, 업무테스트 수행과제에서 업무부적격 기준인 40점에 미달하는 31점을 획득했다. 이에 피고는 2015년 6월 인사위원회를 통해 무보직으로 3개월이 경과한 원고를 2015년 7월17일자로 해고하기로 의결하고 원고에게 이를 통보했다.

최근 대법원은 대기발령 후 일정 기간이 경과하도록 보직을 다시 부여받지 못한 경우를 취업규칙상 해고사유로 정한 경우, 그 취업규칙 조항에 따른 해고가 정당한지를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사건의 쟁점=원고는 이 사건 대기발령 및 이 사건 해고가 모두 “인사권의 남용”이라 주장하고 있으며, 이 사건 대기발령과 해고의 무효확인 및 대기발령 기간 정상적으로 근로제공 했더라면 지급받을 수 있었던 임금과 대기발령 기간 임금 차액 등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따라서 이 사건의 쟁점은 피고 회사의 원고 근로자에 대한 대기발령과 이 사건 해고의 정당성 여부다.

◇법원의 판단=원심판결(부산고등법원 2018.6.20. 선고 2017나56196 판결)은 이 사건 대기발령에 대해 피고 회사의 조직 개편 및 원고에 대한 인사고과평가에 따른 것으로 “피고의 인사규정에 근거한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로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 사건 해고에 대해서도 “이 사건 대기발령이 정당하고 대기발령 기간에도 원고의 추가 과제수행에 대한 낮은 평가 결과로 인해 능력 회복이 되지 않아 대기발령 사유가 소멸하지 않았으며 원고에 대한 평가가 자의적이거나 불공정하게 이루어 졌다 볼 수 없다”는 점을 들어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앞서 이 사건 대기발령에 대해서는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 인정했으나, 이 사건 해고의 정당성 여부에 대해서는 다른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원고의 근무성적 부진의 지속 기간과 다른 근로자와 비교를 통해 최소한에도 미치지 못하는지 여부, 개선 가능성, 피고회사의 원고 근로자에 대한 근무능력 개선을 위한 기회부여의 정도 등을 원심판결이 제대로 심리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며, 이 사건 해고에 대해 정당하다 판단한 원심의 판결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판단의 근거로 2018년 현대중공업 해고 사건의 판례를 법리로 제시했다. 당시 대법원 판례(선고 2018다253680)는 근무성적 불량으로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다고 규정한 취업규칙에 따라 근로자를 해고할 경우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무성적이 불량하다 판단한 평가는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하며, 근로자의 근무성적이 타 근로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정도를 넘어 상당 기간 동안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최소한에도 미치지 못하고, 향후 개선될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등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 경우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판례에 따르면, 이때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는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 업무의 내용, 그에 따라 요구되는 성과나 전문성의 정도,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부진한 정도와 기간, 사용자가 교육과 전환배치 등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 개선을 위한 기회를 부여하였는지 여부, 개선의 기회가 부여된 이후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의 개선 여부, 근로자의 태도, 사업장의 여건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은 이러한 법리가 근무성적 부진에 따른 대기발령 후 일정 기간 경과에도 보직을 부여받지 못하는 경우 해고 한다는 규정에 따라 근로자를 해고할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설시했다.

◇판결의 의의=노동현장에서 직무능력 부족을 이유로 한 대기발령 후 당연퇴직 사안은 해고 사건에서 주된 쟁점사항이다. 사용자는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불량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 해고할 수 있다고 취업규칙에 정해 근로자를 규율한다. 일반적으로 직무능력이 부족한 근로자를 대기발령 조치를 통해 업무에서 제외시키고, 일정 대기발령 기간을 충족하는 경우 이를 당연 퇴사의 요건으로 정해 통상해고 하는 것이다.

이는 겉으로 보면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상 근로자의 질병이나 사망처럼 당연퇴직의 요건으로 보인다. 그러나 근무능력에 대한 사용자의 평가가 전제가 된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징계해고나 경영상의 해고처럼 그 정당성 요건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이번 판결은 그 정당성 요건에 대해 판단 기준을 구체화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