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공정 의심되는 판결 ‘50억 뇌물혐의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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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법의 공정 의심되는 판결 ‘50억 뇌물혐의 무죄’ 사법부, ‘유착설·눈치보기’ 의심으로부터 자유로울 방법 강구해야

기사입력2023-02-21 15:16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국민의힘 곽상도 전 의원의 뇌물수수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1심 법원의 판단을 두고 후폭풍이 거세다. 지난 8일 재판부는 2021년 화천대유에서 근무하다가 퇴사한 곽 전 의원의 아들 퇴직금과 상여금 명목으로 받은 50억원을 알선 대가나 뇌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회 통념이나 상식으로 비춰 봤을 때 납득이 가지 않는 결정이다. 서른넷 나이 청년이 7년 정도 근무한 직장에서 퇴직금으로 50억을 받았다(?), 길거리 누구를 잡고 물어봐도 퇴직금이 아니라 뇌물일 것이라는 의심이 상식이고 통념인 것이다.

그래서 무죄 판결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당연하다. 재판부는 따로 살고 성년이라서 경제적 공동체로 볼 수 없어 뇌물죄가 성립될 수 없다고 하지만, 아버지가 오랫동안 정권 실세를 역임한 곽상도 전 의원이 아니라면 이렇게 큰돈을 7년의 퇴직금으로 줄 수 있겠는가,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화천대유 대주주였던 김만배씨의 ‘병채 아버지가 돈달래. 병채 통해서’라는 녹취 내용은 뇌물을 판단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곽씨의 법정 증언과 다르다는 이유로 김만배씨의 녹취 내용을 증거로 인정하지도 않았다.

재판부의 판결을 두고, 윤석열 정권 불공정과 편파성을 연결지어 성토하는 여론도 적지 않다. 대통령 일가를 둘러싼 사건과 야당 인사를 둘러싼 검찰의 수사는 지나치게 편파적이고 불공정하다. 그러나 삼권분립이 엄연히 헌법으로 명시된 국가에서 재판부의 판결을 정권의 편파성과 섣불리 연결 지울 수는 없는 일이다. 윤석열 정권의 불공정과 편파성이 재판부에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건 확인할 수 없는 예단일 뿐이다. 성토는 정권이 아니라 사법부를 향해야 한다. 권력 실세 아들에게 간 뇌물성 퇴직금 50억원에 면죄부를 준 사법부, 법의 존엄을 내세운 폭거다. 사법부는 지탄받아야 한다.

사법부의 판결 뒤에 따라 붙는 관용구가 있다. 법의 존엄은 훼손돼서는 안되며, 법관은 판결로 말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의 존엄과 법관의 양심과 자질을 동일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누가 하나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을 내놓고 법의 존엄만 내세우는 건, 법을 앞세운 사법 권력 지키기일 뿐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법관의 잘못된 판단, 편파적인 판결을 성토하고 바로 잡을 제도적 장치는 없다. 대통령이나 행정관료의 탄핵 같은 절차나 입법부의 국회의원 제명과 같이 법관의 탄핵이 직접 거론된 적도 거의 없다. 곽상도 전 의원의 50억 뇌물 혐의에 무죄를 준 재판부, 이런 판결을 지켜만 보고 있어야 하나 낭패감은 국민이 잘못된 사법 판단에 어떤 역할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곽상도 전 의원의 50억 뇌물 혐의 무죄 판결, 비록 1심 재판이지만 국민들에게 사법부의 불신을 주기에 충분하다. 권력과 돈만 있으면 있는 죄도 없애준다는 말조차 나돈다. 불신이 커지면 헌법 존엄의 가치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공정과 정의가 보장되고 국민 모두에게 판결이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재판, 법관의 양심에만 맡겨 놓기에는 윤석열 정부 검찰의 폭주처럼 될까 미덥지 못한 구석이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법의 중립과 공정이 의심되는 판결이 연이어 나온다. 물론 정권 유착설이나 정권의 눈치보기라고 예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법부도 이런 의심에서 자유로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국민들 또한 사법부의 석연찮은 판결을 법의 존엄으로 못 본채 해서는 안 된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 법원의 중립과 공정, 줄탁동시(啐啄同時)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중기이코노미=안호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