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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위 가계부채, 성장 발목 잡으면 이미 늦어

DSR 확대하되 저소득층 별도 대책 마련해야 

기사입력2023-07-22 00:00
야당이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추경을 제안했지만 정부의 반응이 부정적이다. 추경 자체의 찬반은 논외로 하더라도, 가계부채 문제는 더 이상 손놓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시기를 놓쳐 가계부채 문제가 우리 경제 전반을 짓누르는 짐이 되기 전에 막아야 한다. 

한국의 가계부채 확대가 하루이틀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가계부채가 크게 증가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최근 내놓은 ‘장기구조적 관점에서 본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과 영향 및 연착륙 방안’ 보고서는, 지난해 4분기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5.0%로 스위스와 호주에 이어 주요 43개국 중 3위의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가계부채 문제가 금융위기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점에 초점을 두기도 한다. 실제로 보고서는 “가계부채로 인해 금융불안정이 확대될 위험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가계부채 문제가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로 번졌던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와 비교해보면, “채무상환능력이 낮은 저소득층에게까지 신용이 확대됐던 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채무상환능력이 높은 고소득·고신용 차주를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이뤄져왔다”는 이유에서다. 

가계대출이 대규모 부실로 연결돼 금융기관의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낮다는 것은 다행이지만, 그렇다고 가계부채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보고서는 해외의 실증분석 연구를 근거로, “가계부채가 GDP의 50~80%를 초과할 경우 가계부채가 누적될수록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미 100%를 넘어선 한국의 가계부채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기 시작하면 이미 때는 늦었다는 의미일 수 있다. 

대응이 시급한 이유가 또 있다.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도 연구로 검증된 바다. 보고서는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를 넘어섰던 7개국들을 살펴보니, 가계부채 비율이 100% 미만으로 하락하기까지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18년이 걸렸다고 밝혔다. 시간이 오래걸리니만큼 중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다양한 수단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미래에 대한 우려뿐만이 아니다. 보고서는 “소득수준에 따른 대출접근성 격차가 존재하는 상황” 때문에 “대출접근성이 높은 고소득층의 자산이 저소득층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함으로써 자산불평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소득수준 상위 20%에 속하는 5분위 가구는 새롭게 차입을 선택한 가구의 순자산증가폭이 2.8억원으로 부채가 없거나 부채를 상환한 가구를 앞질렀다. 이보다 소득이 낮은 다른 소득분위의 경우 차입이 자산증가로 연결됐는지가 명확하지 않았다. 

이쯤되면 한국의 가파른 가계부채 확대의 원인이 궁금해진다. 여러 원인이 있지만, 대출을 받는 차주 단위의 규제가 다른 나라보다 늦었다는 사실이 단연 두드러진다. 주요국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2~2014년 사이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연간소득 대비 상환원리금 비율)이 도입됐다. 하지만 한국은 2018년부터 시범 도입됐고 투기과열지구의 고가 주택 등을 중심으로 적용이 점차 확대됐다. 또, 주요국들은 대부분의 대출에 DSR을 적용하지만 한국은 전세자금이나 중도금 대출 등 상당수의 대출에 DSR 적용을 하지 않고 있다. 

보고서는 “DSR 예외 대상 축소, DSR 시행 이전 대출에 대한 DSR의 점진적 적용 등 DSR 규제정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당국이 귀기울여 듣고 시급히 정책에 반영해야 할 대목이다. 

이 과정에서 “저소득층은 DSR 규제, 통화정책 정상화 등으로 인하여 자금조달에 있어 애로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빼놓아서는 안 된다. 금융접근성이 낮은 저소득층 대상 정책자금은 정부가 나서서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가계부채 문제 해결에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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