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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다며, 수조원 ‘재건축 부담금’은 깎아줬다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은 여야 합의 못하면서, 특혜 법안은 일사천리 

기사입력2023-12-06 00:00
김주호 객원 기자 (dream@pspd.org) 다른기사보기

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
지난 8월 서울 고속버스터미널과 반포 한강공원 사이에 자리 잡은 래미안 원베일리입주가 시작됐다. 1970년대 말 지어졌던 12층 내외의 아파트들은 재건축을 통해 지하 4, 지상 최고 35층의 최고가 아파트 단지로 재탄생했다. 주택가격은 불과 2년 만에 약 2배가 뛰어 올해 8월 입주권이 46억원에 팔리기도 했다. 반포 고속버스터미널로 인해 상습정체 구간이었던 반포대교 남단과 해당 지역의 올림픽대로 구간의 교통정체에 대한 우려 그리고 반포한강공원 조망권 문제가 제기됐지만, 용적률 300%의 고층아파트 재건축 개발은 강행됐다.

 

개발이익이 수조원인데, 부담금은 0=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을 근거로 참여연대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이 단지에서 발생한 개발이익은 14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여기에는 해당 아파트가 정상적으로 오른 가격 상승분, 공사비 및 조합운영비, 공공시설 등 각종 부담금을 뺀 금액이기 때문에 사실상 재건축을 통해 벌어들인 초과수익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마저도 가구당 초과이익이 3000만원을 넘지 않으면 부담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의 고위공무원, 연예인들도 대거 거주 중인 이 단지의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금액은 0원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재건축이 시행됐던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구 가락시영), 서초 리더스원(구 서초우성1)이 각각 약 4조원과 27000억원의 재건축 초과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환수금액은 똑같이 0. 강남3구 지역의 재건축 3개 단지에서만 재건축 초과이익을 약 28000억원 환수할 수 있었음에도 정부와 국회는 거듭 재건축 부담금 면제를 위한 임시특례를 통해 부담금 부과를 미뤄왔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는 한술 더떠 지난해 9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재건축 부담금 완화 방안을 발표하더니, 여야 국회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합심해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을 개정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지난 11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개정안에 따르면, 가구당 3000만원이던 면제구간을 8000만원까지 상향하고, 부과율 구간범위도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올리는 것은 물론, 10년 이상 장기보유 시 부담금의 50%를 감면할 예정이다. 이 법안은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이번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인데, 그렇게 되면 전국의 부담금 부과대상 재건축 단지가 111곳에서 67곳으로 40% 가량 줄어든다. 가구당 평균 환수금액도 8800만원에서 4800만원으로 거의 절반 가까이 깎아줄 예정이다.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해서는 여야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국회가 재건축 조합에 특혜를 주는 법안은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전세사기 선구제가 포퓰리즘이라는데=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개악에 앞장섰던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지난 4월 야당과 전세사기피해대책위가 요구한 선구제 후회수방안을 두고, “보증금의 국가 대납은 안된다. 포퓰리즘이다라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선구제 후회수 방안을 검토하라는 야당 의원의 요구에 무슨 돈으로요?”라며 반문하기도 했다. 심지어 원희룡 장관은 선구제 후회수를 통해 채권을 매입할 때 감정평가액이 낮으면 피해자들이 용납하겠냐는 취지의 발언도 내놨다.

 

이러한 발언들만 봐도 정부와 여당이 과연 법안 논의의 파트너인 야당의 법안 내용을 얼마나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피해자들과 시민사회의 요구를 얼마나 귓등으로 듣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모르면 만나서 물어라도 보면 될텐데, 피해자들의 거듭된 면담요청에도 묵묵부답이다. 그 대신 지난 30일에는 전국의 피해상황을 고루고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전세사기 피해자를 섭외해서는 생중계 현장간담회로 피해자들에게 정작 도움도 되지 않는 정부의 성과 홍보에나 열을 올렸다. 곧 총선에 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원희룡·한동훈 장관은 “20년간 감옥에 가게 될 것이라는 허황된 소리만 일삼았다.

 

그러나 선구제 후회수대납포퓰리즘도 아니다. 선구제 후회수는 부실채권 매입사업을 이미 하고 있는 한국자산관리공사(이하 캠코)가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보증금 채권을 평가액만큼의 가격에 매입해 피해자에게 돌려줘 새 출발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이후 1~2년에 걸치는 경공매를 통해 정부가 회수하는 방식이다. 만약 채권 평가액이 기대보다 낮다면 피해자는 채권을 캠코에 굳이 매각하지 않을 것이고, 보증금을 비록 일부만 돌려받더라도 빨리 새출발을 하고 싶은 피해자는 보증금의 일부만 돌려받더라도 매각을 할 것이다. 이것은 피해자가 자신의 상황에 맞춰 선택을 하면 되는 것이지, 원희룡 장관이 말하는 것처럼 용납의 문제가 아니다. 게다가 무자본 갭투기 임대인들에게 대출을 해줬다가 부실에 빠진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은 매입을 하면서, 정부의 책임이 분명한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채권은 매입하기 어렵다는 논리는 이해하기 어렵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법 완화가 포퓰리즘=정부·여당과 일부 보수언론은 재건축 부담금이 대다수 재건축 단지에 해당되는 문제이고, 마치 이것 때문에 마땅히 진행돼야 할 재건축이 진행이 되지 않는 것처럼 포장하기 바쁘다.

 

그러나 한국부동산원이 작성한 재건축 부담금 예정액 검증보고서를 보면, 2023년부터 2029년까지 준공인가 예정인 전국의 재건축 아파트 48곳 중에서 30%14곳은 애초에 초과이익 환수대상이 아닌데다가, 상위 5개 단지가 전체 초과이익의 약 71%4조원을 가져간다. 결국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을 개정하면 1가구당 평균초과이익이 5억원에서 7억원 구간 사이인 일부 단지의 부담금이 절반가량 줄고, 초과이익이 5억원 미만인 가구들은 초과이익의 절반 수준인 부담금을 사실상 거의 다 면제받게 되는 셈이다.

 

즉 어차피 사업성이 있는 강남의 주요 단지들이 재건축으로 엄청난 떼돈을 벌고 있으니, 사업성이 약간 부족한 지역도 재건축을 활성화해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여기 어디에도 미래 도시환경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 주변 교통·교육·환경 인프라와 조망권·용적률과 같은 공공의 가치에 대한 고려는 없다. 사실상 이것이야말로 재건축 조합원들에게 1~2억원의 부담금을 면제해주고, 다가올 총선에서 표를 사자는 명백한 포퓰리즘인 것이다.

 

분노스러운 것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해서는 여야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국회가 재건축 조합에 특혜를 주는 법안의 처리에는 일사천리라는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넘는 나라에 사회적 재난을 구제할 돈이 없을 리는 없다. 받아야 할 곳에서는 총선을 의식해 통 크게 깎아주고, 정작 써야할 때는 갖은 핑계를 대면서 인색한 윤석열 정부, 과연 포퓰리즘을 입에 담을 자격이 있는가. (중기이코노미 객원=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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