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외이동 로봇 통행…예상치 못한 문제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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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미래 ㅣ HIT! 이 기술 실외이동 로봇 통행…예상치 못한 문제 없을까 사회적 논의와 제도적 정비 필요…로봇과 공존하는 스마트 시티㊦

기사입력2024-03-18 00:00

안수영 기자 (syahn@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사람처럼 보도를 걷는 ‘실외 이동 로봇’은 카메라로 건물과 사람, 주변 상황을 인식한다. 그렇다면 이 과정에서 촬영된 영상은 어떻게 쓰이는 걸까?

최근에는 배달 로봇이 촬영한 영상정보 원본을 자율주행 인공지능 학습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지난 1월2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ICT규제샌드박스 제33차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를 열고, 자율주행 인공지능의 학습 용도로 영상정보의 원본을 활용할 수 있도록 의결했다. 이는 행인이 찍힌 영상이 가림 처리되지 않고, 원본 그대로 인공지능 학습에 쓰인다는 뜻이다.

카메라로 주변 상황을 인식하는 로봇…보행자의 초상권은

사람이 복습을 통해 실수를 방지하는 것처럼, 실외 이동 로봇도 보행자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주행 안정성을 높이려면 데이터 학습이 중요하다. 그런데 가림 처리된 영상을 활용할 경우, 보행자를 인식하는 정밀도가 떨어질 수 있어 발전에 제약이 따른다. 원본 영상을 활용할 경우, 가명처리 영상에 비해 평균 정밀도를 0.8~17.6% 가량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원본 영상을 활용하는 만큼 보행자들의 디지털 프라이버시 침해가 우려될 수도 있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원본 영상은 실증 특례를 통해 허용된 연구목적으로만 활용할 것 ▲개인식별 목적 활용 및 제3자 제공 금지 ▲외부망 접속이 차단된 분리 공간에서만 활용할 것 등의 조건을 붙였다. 적절한 조치이지만, 일반 시민이 이같은 내용을 인지할 수 있도록 알리는 것도 필요하다. 아울러 영상정보가 윤리적인 범위 내로 활용되고 있는지 꾸준한 모니터링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외 이동 로봇은 까다로운 인증, 보험 의무가입, 안전사고 모니터링 등을 바탕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그러나 미처 예상치 못한 문제가 일어날 수도 있으며, 이와 관련해 꾸준한 제도적 보완이 있어야 한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예상치 못한 문제는 없을까…보험·법률 꾸준한 정비 필요

이처럼 실외 이동 로봇은 까다로운 인증, 보험 의무가입, 안전사고 모니터링 등을 바탕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다만 미처 예상치 못한 문제가 일어날 수도 있으며, 이와 관련해서는 꾸준한 제도 보완과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지난 2월4일 보험연구원은 ‘인공지능 시대 보험의 역할과 과제’ 보고서를 발표하며, AI에 대한 책임법과 규제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보험과 관련한 요소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AI는 산업 전반에서 유용하게 쓰이기도 하지만, 기존에는 없었던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보험산업에서도 새롭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응할 필요가 생겼다. 해당 보고서는 AI에 따른 문제를 총체적으로 짚은 것이지만, 실외 이동 로봇 역시 AI를 기반으로 한 만큼 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아직까지는 실외 이동 로봇이 운행 중에 겪을 수 있는 사고에 관한 데이터가 없는 상황이다. 만약 앞으로 사고가 발생한다면 과실비율 산정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한 사고 발생 시 보행자와 관련한 기존의 법리를 실외 이동 로봇에 얼마나, 어느 범위까지 적용할 수 있는지도 논의해야 한다. 이 같은 문제가 불거졌을 때를 대비해, 실외 이동 로봇의 운영실태를 지속적으로 살피고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험연구원은 인공지능 발전 단계별로 보험법, 책임법, 규제법적 측면의 쟁점을 검토할 시기가 도래했다고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장기적으로 ▲인공지능 활용으로 초개인화된 보험상품을 제공할 경우 기존 보험법 법리를 적용할 수 있는지 ▲보험 소외계층이나 계약자 차별이 발생하지 않는지 ▲인공지능에 따라 모집이나 보험금 지급 심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불완전판매나 부당한 보험금 지급 거절 등이 발생한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은 누가 부담하는지 ▲인간의 행위를 전제로 마련된 기존의 영업행위 규제가 인공지능 시대에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등 근본적인 문제를 폭넓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길에서도 로봇을 만날 수 있을 만큼, 로봇과 공존하는 시대가 도래할 전망이다. 실외 이동 로봇 도입으로 인한 사회적 변화에 촉각을 기울이고, 모든 사회구성원이 함께 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로봇과 공존하는 ‘스마트 시티’ 온다…사회적 논의 있어야

이제는 길에서도 로봇을 만날 수 있을 만큼, 로봇과 공존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할 전망이다. 실외 이동 로봇은 앞으로 점점 활성화돼 서비스 업계에 정착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늘었으며, 저출생·고령화로 노동인력이 부족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로봇과 AI기술의 발전, 이를 뒷받침하는 법안 개정 등으로 관련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스 앤 마켓스가 2021년 발표한 ‘서비스 로봇시장 2026 글로벌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서비스 로봇시장은 2021년 362억 달러 규모에서 연평균 23.3% 성장해 2026년 1033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ASTI 마켓 인사이트’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만 별도로 살펴볼 경우 2021년 기준으로 3.6억 달러 규모에서 2026년에 10.3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실외 이동 로봇의 보도 통행이 허용됨에 따라, 향후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기술이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사물인터넷은 사물에 센서를 부착해,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술이나 환경을 일컫는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사람의 손이 닿지 않더라도 인터넷에 연결된 모든 사물이 서로 자동으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만약 실외 이동 로봇과 주변의 인프라, 도로 교통정보 등을 사물인터넷으로 연계한다면 시민들에게 보다 다양한 편의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안전과 보안을 강화하는 용도로 활용할 수도 있다.

한편 실외 이동 로봇이 크게 확대될 경우, 배달이나 택배 등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한파나 폭염 등 기상상황이 좋지 않거나 무거운 짐을 옮길 때 주로 활용하거나, 위험한 장소의 순찰과 방범을 맡는 등 인간 노동자의 어려움을 덜고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기여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실외 이동 로봇 도입으로 인한 사회적 변화에 모든 사회구성원이 촉각을 기울이고, 정부와 기업, 시민 간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 중기이코노미 안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