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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특별법·가맹사업법과 금투세·종부세

결국 ‘22대 국회’로 미뤄진 민생법안들 

기사입력2024-06-03 17:01
김주호 객원 기자 (dream@pspd.org) 다른기사보기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 팀장
21대 국회가 임기를 마무리했다. 코로나19와 함께 임기를 시작해, 그 어느 때보다 민생국회가 되겠다는 다짐이 컸던 국회였다. 집합금지·제한조치로 인해 폐업위기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하도록 한 코로나19 손실보상법’,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법률·금융지원 등을 하도록 한 전세사기특별법’, 하도급 계약 체결 전에 기술탈취 행위가 있었을 경우에도 이를 제재하도록 하고 기술유용에 대해서는 손해액의 5배까지 배상책임을 부가하도록 하는 하도급법 개정안등 크고 작은 민생법안이 실제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회 임기 막판에 이어진 여당의 법안 휴업사태와 야당의 법안 단독처리, 대통령의 14회에 이르는 거부권 행사로 인해 21대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은 것 같다. 여야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던 연금개혁이나 정치개혁도 끝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최근 20년간 각 회기별 법안 처리율 추이를 보면, 17대 국회 57.9%에서 1854.7%, 1944.9%, 2037.9%로 계속 떨어지더니 21대 때는 36.7%로 최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달갑지 않은 보도도 있었다. 그만큼 국회의 입법 발의건수가 증가하고 입법 전문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도 있지만, 처리를 위한 노력을 다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국회 마지막 본회의는 늘 조용히 끝나는 법이 없지만, 이번 21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는 그 어느 때보다도 혼란스러웠다. 대부분은 여야가 어렵게 합의점을 찾거나 시민사회가 강력히 반대해왔던 법안을 마지막 날 100여개씩 무더기 처리하며 혼란을 겪었다면, 이번엔 단 5개의 법안을 처리하는데 그쳤는데도 혼란에 혼란의 연속이었다.

 

이중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후 재의결 절차를 밟았으나, 의원 3분의 2를 넘지 못해 끝내 처리되지 못했다. 또 전세사기특별법과 한우산업지원법, 농어업회의소법, 민주유공자법은 어렵게 본회의에 회부돼 처리됐으나, 바로 그 다음 날 윤 대통령이 속전속결로 거부권을 행사함에 따라 폐기됐다. 어렵게 상임위를 통과해 본회의까지 부의되었으나 결국 본회의 문턱 앞에서 상정이 무산돼 폐기된 법안도 있었는데, 바로 가맹점주들의 단체협상권을 보장하는 가맹사업법이었다.

 

전세사기특별법, 가맹사업법은=전세사기특별법은 지난 해 5월 말 국회를 통과했다. 전국에서 3만명 이상 발생한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국가가 공식적으로 피해자로 인정하고, 피해주택을 매입해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피해자들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거나 공공이 피해주택을 매입해 피해자들의 장기거주를 지원하는 한편, 법률·상담지원, 기존 전세대출의 저리대출로의 전환하는 등의 금융지원이 담긴 법안이었다. 그러나 피해자들의 잇따른 죽음으로 여야가 빠른 법안의 처리를 우선하면서 피해자들의 요구는 반에 반도 담기지 못했다. 특히 다수의 사기 피해를 피해자가 입증해야 하는 인정요건, 우선매수권 부여, 피해주택 매입 등은 까다로운 조건으로 인해 사실상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일단 추진되었다. 대신 6개월 이내에 법안을 실행해보고 부족한 부분이 확인되면 개정을 하겠다는 약속을 담았다.

 

그러나 약속한 6개월이 지나도록 정부와 여당은 대책없이 시간만 끌었다. 야당들이 피해자와 시민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른바 선구제 후회수방안을 법안에 담았는데, 정부·여당은 별다른 대안도 없이 재정부담과 형평성을 이유로 묻지마 반대를 하다가 결국 법안의 본회의 처리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야 부랴부랴 또 다시 실효성 없는 대책을 내놓으며 거부권 행사의 명분을 쌓았다. 결국 1년 만에야 처리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21대 국회가 임기를 마무리했다. 22대 국회가 열리자 여야가 모두 ‘민생’을 앞세우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반민생’으로 역행하는 분위기다.   ©중기이코노미

 

가맹사업법의 경우, 3당의 동의로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3분의 2의 찬성을 얻어 본회의에 올라왔지만, 김진표 의장이 본회의 처리만을 앞둔 상황에서 여야의 합의를 고집하다가 결국 본회의 상정도 못해보고 그대로 폐기됐다.

 

국민의힘은 점주단체와 가맹본사 간에 상생협의를 의무화하면 점주단체에 무소불위의 권한이 생기고 점주단체와 상생협의가 난립하면서 프랜차이즈 산업 자체가 위축될 것이라며 반대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상생협의 테이블을 여는 것에 불과할 뿐 본사가 여기에 적극 응하지 않으면 얼마든지 무력화할 수 있는 수준의 법안이었다. 가맹점에 퇴직금이나 대출금까지 투자해 말그대로 목숨을 건데다가 영업시간도 자유롭게 조정하지 못해 가족까지 동원해 점포를 운영하는 점주들이 단체를 난립시켜 가맹점의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주장은 자영업 현장을 너무나도 모르는 반대를 위한 반대였다. 그러나 김진표 의장은 이러한 국민의힘의 억지주장에도 여야합의만 고수하다가 점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금투세와 종부세가 민생법안인가=22대 국회가 열리자 여야가 모두 민생을 앞세우고 있지만 현실은 반민생으로 역행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31일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1호 당론 법안으로 ‘5대 민생 패키지 법안을 발표했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을 뜯어보면 대다수 국민들의 민생보다는 소위 가진 사람들의 세부담을 줄여주는 내용이 가득하다. 국민의힘이 폐지 입장을 밝힌 금융투자소득세의 경우 마치 대다수 서민들이 피해를 입을 것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금투세 적용대상은 주식양도소득으로 5000만원 이상의 소득이 발생하는 전체 투자자의 0.9% 수준에 불과하다. 월급과 사업으로 5000만원의 소득이 발생하는 직장인들과 중소상인들이 약 12%의 세금을 내는 것과 비교하면 상위 1%의 투자자들에 대한 과도한 특혜인 셈이다. 반면 야당안을 폐기하고 대안으로 제시한 전세사기특별법안은 이미 실효성이 없다고 판명된 LH 매입안을 재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선거에서 이기고 나면 외연을 확장한다며 부유층에 구애하는 습관이 또 반복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종합부동산세 완화. 박찬대 원내대표를 포함해 몇몇 민주당 의원들은 민주당도 서민 정당이미지를 탈피해 중산층 정당으로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면서 1주택자의 종부세 면제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지난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기본공제금액을 12억원까지 상향하고 최고세율을 낮추면서 시세가 25억원에 달하는 대치동 아파트 소유자가 부담하던 200만원 대 종부세도 0원으로 줄었다.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를 면제하면 소위 똘똘한 한 채를 위해 강남, 용산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수요가 몰리게 되고 지방은 물론 서울 내에서도 자산 양극화는 더 심해지게 된다. 민주당이 내세우는 지역균형발전정책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셈이다. 종부세 납부 대상자가 상위 2%에 불과하다는 점을 봐도 이들이 과연 민주당이 말하는 중산층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22대 국회의원들의 평균재산이 33억원, 부동산 재산만 18.9억원에 달한다는 조사결과가 그냥 우연일까? 그들이 말하는 중산층과 민생이 과연 누구를 향해 있는지 되짚어봐야 할 때다. (중기이코노미 객원=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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