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은 체감경기…실질소득 ‘감소’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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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꽁꽁 얼어붙은 체감경기…실질소득 ‘감소’ 탓 치솟는 물가에 소득 오히려 줄어…이것도 경제위기다

기사입력2024-06-04 00:00

소상공인들의 6월 경기전망 BSI가 67.4 포인트로 한달만에 7포인트나 하락했다. 꽁꽁 얼어붙은 경기에 비관적인 전망이 크게 늘어났다는 의미다. 소비심리가 위축된 탓인데, 고물가와 소득감소의 결과 가계경제가 쪼그라들다보니 소상공인들이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다.

최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5월 소상공인시장 경기동향(BSI) 조사보고서를 내놓았다. 5월 중 17개 시도의 소상공인 사업체 2400곳과 전통시장 내 점포 1300곳을 대상으로 소상공인 BSI와 전통시장 BSI를 각각 조사한 것이다.

소상공인들의 경기전망 BSI가 60포인트대로 내려낮은 것은 올해 들어서만 2월(65.2)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 2022년 2월 68.6포인트를 기록한뒤, 이후 2023년까지 한 차례도 60포인트대를 기록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2년만인 올해 2월에 이어 6월까지 연거푸 60포인트대까지 하락했다. 심각한 경기부진에 소상공인들의 경기전망이 크게 나빠졌다는 의미다.

다음달 경기의 전망 BSI 뿐만 아니라 이번달 경기의 체감 BSI 역시 크게 악화됐다. 올해 1월의 체감 BSI는 48.1포인트까지 떨어졌고, 3월(64.5) 들어 60포인트대를 회복했지만 여전히 지난해보다는 부진한 상황이다. 5월(64.4)의 체감경기는 지난해 5월(70.3)보다 5.9포인트 떨어졌다.

체감경기가 악화된 이유나 전망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보는 이유 모두 1위는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이었다. 응답비중이 40%를 넘어서며 압도적이다. 소상공인들의 체감경기나 전망경기는 날씨나 계절성 요인, 비수기 영향, 유동인구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는데, 어떤 요인보다도 위축된 소비심리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게 소상공인들의 판단이다.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소비심리 위축이 소상공인들의 주관적인 인식이냐면 그렇지도 않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1년전에 비해 3.0% 늘어났다. 그런데 이는 명목지출의 숫자일 뿐이고, 물가를 고려한 실질지출은 0%를 기록했다. 지출의 양을 1년전과 똑같이 유지했는데, 실제로 지갑에서 나간 돈은 3%나 늘어났다는 의미다.

명목과 실질지출의 차이가 가장 큰 항목은 식료품·비주류음료였다. 실질지출은 0.6%로 아끼고 아꼈는데, 명목지출은 7.2%나 늘어나버렸다. 가장 필수적이어서 가격과 상관없이 일정량을 소비하게 되는 식료품에서, 추가 지출이 이렇게나 컸다.

물가의 영향은 실제 소비지출의 양에서 뿐만 아니라, 소비지출을 할 수 있는 능력에서도 크게 드러났다. 가구당 월평균 실질소득은 1년 전에 비해 1.6%가 감소했다. 명목소득은 1.4% 늘어났지만, 소득보다 물가가 더 가파르게 치솟아 물가를 고려한 실질소득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소득 유형을 보면, 근로소득이 1.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리지갑인 월급쟁이들의 소득이 감소했다는 의미다.

통계청에 따르면, 실질소득은 2017년 1분기 -2.5%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실질근로소득은 1분기 기준으로 2006년 이후 최저인데, 이 해는 1인가구가 포함된 통계를 처음 발표한 해다. 따라서 현재 통계 기준으로는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물가충격에 소득이 크게 감소한 결과 소비까지 위축됐으니, 물가를 안정화시키기 전에는 소비활성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부도나 해고와 같은 거대한 위기만 경제위기가 아니다. 월급쟁이들과 소상공인들이 함께 고물가와 소득감소, 소비위축에 따른 피해를 입고 있는 이 상황 역시 경제위기다. 심각한 경제위기를 하루라도 빨리 종식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대응이 간절한 상황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