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과 구직자 간 ‘미스매칭’ 해소가 먼저

프린트

Live 중기 ㅣ 지금 중기에선 중소기업과 구직자 간 ‘미스매칭’ 해소가 먼저 회사 업무에도, 본인 적성과도 맞지 않는다…외국인 인력 활용방안은

기사입력2024-07-27 00:00

“우리 같은 제조업은 인력이 많이 필요한데, 오는 사람이 없어요. 이게 20여년 전부터 계속 나오고 있는 문제거든요. 그래서 외국인 근로자라도 받아볼까 하는 심정으로 채용을 의뢰하지만, 막상 투입되는 근로자 대다수가 회사 업무에 맞지 않을뿐더러, 근로자 역시 적성에 안 맞는다는 이유로 이직률이 상당히 높습니다. 이게 중소제조업체의 현실입니다.”

30년 넘게 수도권에서 중소제조업체를 운영해 온 한 대표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한 말이다. 소위 ‘3D 업종’이라고 하는 제조업 기피 현상이 확산하면서 중소제조업체의 한숨은 늘어만 가고 있다. 숙련공의 은퇴와 낮은 청년 채용이 맞물리면서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까다롭던 비자 정책 완화해 전문인력 늘린다는 정부

최근 중소벤처기업부는 기업의 이런 고민을 해소하기 위해 ‘국내 외국인 유학생 활용 방안’을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얼마 전에는 현장의 의견을 듣기 위해 한국공학대, 충북보건과학대, 대교협·전문대교협, 중소기업 5곳의 대표와 간담회도 가졌다.

중기부 지역기업정책관 인력정책과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최근 외국인 유학생이 증가하면서 국내에 취업을 희망하는 수요도 함께 늘고 있다”며, “이런 학생들을 잘 활용하면 중소 제조업체 인력난 해소에 도움이 될 거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유학생 비자(D2)를 받은 학생은 17만명이고, 이들 중 35.4%가 국내 취업을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취업하기 위해서는 취업비자를 별도로 받아야 하는데, 그 과정이 녹록지 않다. 특히 숙련 비자인 E7을 받으려면 직종과 관련된 분야에서 석사 이상의 학위를 취득하거나, 직종과 연관이 있는 학사 학위 소지자이면서 1년 이상 관련 업종에서 근무해야 한다. 혹은 연관 있는 직종에서 5년 이상의 근무 경력이 있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전문대학교 이상을 졸업한 학생들을 전문인력으로 양성하는 게 목표”라며, “현장에서도 이들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이 부분에 대한 정책이 강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미스매칭’ 채용 시스템”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력 양성도 중요하지만, 기업과 취업자 간 미스매칭 해결이 우선돼야 한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이번 간담회에 참가한 한 중소제조업체 A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제조업에서 진짜 원하는 것은 숙련공이 아니더라도 업무가 적성에 맞고, 특기가 업무와 관련성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적성에 안 맞는다는 이유로 1~3개월 이내에 퇴사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비일비재하다. 결국, 해당 외국인 노동자를 받은 기업도, 취업했던 외국인 노동자도 괴롭긴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마저도 내국인 근로자 비율로 외국인 근로자를 뽑아야 하는 쿼터제 때문에 많은 인원을 공단에 신청하지도 못하는 것이 중소업체의 현실이다.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A 대표는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주 52시간을 지키며 납기일까지 맞춰야 한다”며, “가뜩이나 요즘 선사 잡기도 어려운데, 수출 납기일을 맞추는 게 중소업체에서는 큰 스트레스 중 하나”라고 토로했다.이어 “가격, 품질 등 기업의 경쟁력을 따지는 수많은 조건 중에서도 납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정부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지원해 주면 어느 정도 인력난 해소는 되겠지만, 인력만 늘린다고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기업과 외국인 취업자 간 ‘미스매칭’ 문제를 해결해야 이들이 숙련공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A 대표는 “용접, 미장, 목공 등 분야별로 전공과 적성에 맞게 지원해 준다면 이직률은 떨어지고, 기업의 비용은 줄어들어 경쟁력은 올라갈 것”이라며, “중간에서 매칭 역할을 해주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비자 신청 및 연장 등 각종 행정처리를 대응해 주는 곳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일인다역의 업무가 힘든 중소제조업체의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중기부 관계자는 “간담회 때 기업과 유학생 간에 정보가 서로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에 매칭 부분을 강화하고, 기업에서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 A 대표는 우리 사회에 숨겨진 숙련공을 발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현장에서 일을 오래 했거나, 나이가 있는 사람들은 컴퓨터와 친하지 않다. 이들은 취업만 되면 열심히 일할 준비가 돼 있는 사람들이지만, 요즘에는 모든 정보가 디지털화돼 있기 때문에 취업을 알선해 주는 곳을 찾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아직도 입에서 입으로 묻고, 물어 직업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무슨 일이 생기면 119를 부르듯이, 디지털 취약자를 배려한 통일된 플랫폼이 시마다 생기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그러며, “아직은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병행돼야 한다”며, “이를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취약자를 배려하는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문인력’ 양성에 나서기도

요양 서비스 분야에도 외국인 전문 인력 채용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인력 부족 현상은 비단 제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업무 강도가 세기로 소문난 요양서비스 분야도 이런 고민은 있어 왔다. 최근, 정부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면서 요양서비스 스타트업인 케어링은 외국인 인력 양성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케어링 홍보 담당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얼마 전, 보건복지부와 법무부가 국내에서 사회복지학과, 작업치료학과 등 국내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 유학생의 요양보호 분야 취업을 허용하는 특정활동(E-7) 비자 정책을 발표하면서 이들의 국내 취업 길이 열렸다”며,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미국계 투자기업인 TWG 그룹, 부동산 개발 전문업체인 SDAMC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이 담당자에 따르면, TWG는 베트남 현지 업체와도 업무협약을 맺으며 베트남 네트워크를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TWG가 협약을 맺은 업체는 베트남에서 독일, 일본 등으로 간병 인력을 보내는 아웃소싱 비즈니스를 하는 곳이다.

케어링이 참고하는 모델 역시 일본, 독일 등 외국인 요양보호사에 열려 있는 국가다. 특히, 우리보다 고령화가 먼저 진행된 일본의 선진화된 시스템과 모범 사례를 국내 실정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한다.

홍보 담당자는 “일본에서는 외국인 인력에 대해서도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구축해 놨고, 시골처럼 인프라가 떨어지는 지역에서도 노후의 삶을 안정적으로 살 수 있도록 사회 기반이 잘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일단, 케어링은 양질의 돌봄서비스 제공을 위해 교육 프로그램에 집중할 계획이다. 협업기관을 통해 베트남에 한국어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첫 스텝이다. 한국인 요양보호사 교육과 정기보수교육 등을 진행한 케어링의 노하우를 살려 대면과 비대면으로 요양보호 관련 교육도 진행한다.

케어링 홍보 담당자는 “이후, 자격과 비자를 취득한 학생이 나오면 케어링이 보유하고 있는 주간보호센터 등에 취업 연계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