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리후생급여, 재직요건 추가 통상임금 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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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복리후생급여, 재직요건 추가 통상임금 부정 판례 변경…대법원 통상임금 판결, 제로섬게임의 승자는

기사입력2014-01-15 06:00

박현진 객원 기자 (kpla123@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노무법인 ‘사람과 사람’ 박현진 노무사

말도 많았던 통상임금과 관련된 대법원의 지난해 말 전원합의체 판결은 정기상여금 사건(2012다89399)과 복리후생 명목 급여사건(2012다94643)에 관한 것이다. 두 사건 모두 (주)갑을오토텍 근로자들이 제기했다.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해당성 여부에 대한 대법원 판결의 요지가 ‘예외적인 경우에만 통상임금이다’라는 점은 앞서 설명한 바 있고, 이제 복리후생적 명목의 급여가 통상임금에 해당되는지 살펴보자.

대법원에서 쟁점이 됐던 복리후생적 급여는 김장보너스, 하기휴가비, 선물비, 생일자 지원금, 개인연금지원금, 단체보험료 그리고 설·추석상여금이다.

(주)갑을오토텍 단체협약에 따르면 회사는 김장철에 김장보너스를 지급하며, 지급금액은 노사가 협의해 결정한다. 단체협약에 따라 회사는 노사협의를 통해 2007년, 2008년, 2009년은 각각 22만원, 2010년에는 24만원의 김장보너스를 지급했다. 이와 같은 사실관계를 근거로 대법원은 김장보너스가 모든 근로자들에게 일률적으로 정기적으로 지급됐지만 그 지급액이 사전에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 즉 통상임금 요건인 고정적 지급 형식을 갖추지 않았다고 보아 통상임금성을 부정했다.

법원이 통상임금 요건으로 ‘고정적 지급’을 요구하는 이유는 통상임금이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 가산임금을 산정하기 위한 기준금액 즉 통상임금의 본질적인 기능에 따른 것이다. 예컨대 ‘시급 1만원’이라는 시급이 사전에 확정돼 있어야 1시간의 연장·야간·휴일근로시 시급 1만원을 기준으로 50% 할증임금 5000원이 확정되기 때문이다. 연장·야간·휴일근로를 제공하기 이전에 기준금액(통상임금)과 할증금액이 확정된 것을 전제로 사용자는 추가부담을 감수하고 연장근로 등을 시킬지, 근로자는 추가임금을 받고 연장근로 등을 할지를 결정한다는 논리다.

이와 같은 고정성 관련 법리는 종래 대법원의 판례를 재차 확인한 것으로서 충분히 예견됐던 결과다.

©중기이코노미

뜻밖의 사단은 단체협약에 따라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지만 김장보너스 경우와는 달리 지급금액이 사전에 확정됐던 설·추석상여금, 하기휴가비, 선물비, 생일자 지원금, 개인연금지원금, 단체보험료의 통상임금 해당성 여부에 대한 판단에서 벌어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법원은 이들 복리후생적 금품이 재직자에게만 지급되고, 각 금품 지급일 전에 퇴사한 근로자에게는 이를 지급하지 않았으므로 고정성이 부재하다고 보아 통상임금성을 부정했다.

복리후생급여가 재직요건이면 통상임금 아니다

대법원은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고정성 지표의 기준으로 새롭게 ‘재직요건’을 추가했다. 대법원은 “복리후생적 명목의 급여가 지급일 당시 재직 중일 것을 지급조건으로 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심리하지 아니한 채 해당 급여(효도제례비, 출퇴근보조여비, 연말특별소통장려금)가 단체협약 등에 의하여 일률적·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는 사정만으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대법원 2007.6.15.선고 2006다13070판결’ 등을 비롯한 같은 취지의 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와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고정성 지표와 관련 대법원이 새롭게 추가한 기준인 ‘재직요건’이 합리적인가에는 많은 이견과 논란이 있다. 법리논쟁은 복잡하니까 생략하고 대법원의 판례 변경에 따라 드러난 결과를 보자.

매년 1회 일정 시기에 전체 근로자에게 일정액으로 지급한 체력단련비(94다19501, 95다2227) 및 월동보조비(94다19501) 그리고 설과 추석에 지급되는 효도휴가비 및 매월 지급되는 교통보조비(2003다40859)는 종래 판례에 따르면 통상임금이었지만,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로 더 이상 통상임금이 아니다.

“복리후생급여 관련 소송 자체가 원천 봉쇄됐다”

지금까지 문제가 됐던 대다수의 통상임금 관련 소송은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복리후생 수당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고 지급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또는 퇴직금 지급청구였다. 청구의 인용여부는 사안의 구체적 사정에 따라 갈리긴 했지만 최소한 소송을 통한 권리구제의 길은 열려 있었다. 그런데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재직요건이 추가됨으로써 복리후생 급여가 통상임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은 더 멀고도 험해졌다.

6월에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하기휴가비를, 9월에 퇴직하는 자에게 월동보조비를 근무일수에 비례해 지급하는 회사가 몇이나 될까?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로 ‘복리후생 급여 관련 통상임금 소송 자체가 원천적으로 봉쇄됐다’는 비판이 아주 틀린 말이 아니다.

통상임금 관련 (주)갑을오토텍 사건은 한국사회 사용자와 근로자 전체의 이해관계가 정면으로 충돌했던, 일방이 손해를 보면 딱 그만큼의 이익이 타방에게 귀속되는 제로섬 게임이었다. 이번 게임의 승자는 누구인가?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복리후생급여는 통상임금에서 사실상 제외됐고, 통상임금이었던 정기상여금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통상임금이 됐다. [노무법인 ‘사람과 사람’ 대표 공인노무사 박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