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예상못한 금리인하 “환율 변동성 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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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시장이 예상못한 금리인하 “환율 변동성 유의” 한국은행 “경기 하방리스크 완화가 적절”

기사입력2024-11-29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한국은행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3.25%에서 3.00%로 인하하기로 했다. <한국은행 웹사이트 캡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시장의 ‘동결’ 예상과 달리 0.25%p 인하됐다. 1400원대를 오가는 고환율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의 우려가 심화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재의 3.25% 수준에서 3.00%로 하향 조정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고 28일 밝혔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란 전망이 더 우세했다. 금융투자협회가 11월 중순 채권보유 및 운용관련 종사자 58개 기관 100명에게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 중 83%는 동결을 전망했다. 17%는 0.25%p 인하할 것이라고 답했다.

금투협은 이에 대해 “원달러 환율이 1400원 대에 진입하며 고환율 고착화 우려 및 미 연준 금리인하 기대 감소에 따라 11월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예상이 전월대비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10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한 뒤, 11월 미 대선까지 겹치면서 원달러 환율이 크게 치솟은 탓이다.

시장의 예상과 마찬가지로 한은은 “환율 변동성이 확대”된다고 짚었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의 안정세와 가계부채의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성장의 하방압력이 증대됐다”며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 경기의 하방리스크를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경기부진 심화 우려…내년 성장률 1.9%대로 낮춰 잡아

환율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의 향방을 예상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은은 “세계경제는 미국 신정부의 경제정책 향방에 따른 경기 및 인플레이션의 불확실성이 증대됐다”며,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주요국의 정책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졌지만, 미 장기 국채금리가 큰 폭 상승하고 달러화도 상당폭 강세를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결국 변수는 “미국 신정부의 경제정책 추진양상,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국내경제의 전망도 나빠지고 있다. “내수 회복세가 완만한 가운데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성장 흐름이 약화”됐다는 평가다. 심지어 고용 역시 “실업률이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취업자수 증가규모는 점차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 마저도 낮아졌다. 한은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해는 2.2%로, 내년에는 1.9%로 예상했다. 지난 8월의 전망치(올해 2.4%, 내년 2.1%)보다 낮춘 것이며, 특히 내년 성장률은 1%대에 그칠 것으로 봤다.

주된 원인은 수출이다. 수출 증가세가 “주력 업종에서의 경쟁 심화,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의 이유로 당초 예상보다 낮아질 것으로 본 것이다. 한은은 “이러한 성장경로에는 통상환경 변화 및 IT 수출 흐름, 내수 회복 속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물가상승률은 안정세를 이어갈 것으로 봤다.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각 2.3%, 1.9%로 지난 8월 전망치(2.5%, 2.1%)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기준금리 결정에 주된 변수로 꼽히는 주택가격과 가계대출 역시 둔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판단했다. 주택가격은 “수도권에서는 상승폭이 축소되고 지방에서는 하락세가 이어졌다”고 했다. 가계대출은 “계절적 요인 등으로 증가규모가 소폭 확대되었지만 거시건전성정책의 영향이 이어지면서 주택관련대출을 중심으로 당분간 둔화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은은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향후 정책방향을 예고했다.

특히 “국내경제는 물가상승률이 안정되는 가운데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은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가계부채 둔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환율이 높은 변동성을 나타낼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향후 통화정책은 금리인하가 물가와 성장, 가계부채와 환율 등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과 정책변수 간 상충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앞으로의 인하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인하를 지속하겠지만, 환율 등의 상황에 따라 속도조절이 가능하다는 맥락을 확인할 수 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