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ve 중기 ㅣ 경제일반
프리미엄보다 실속·가성비…유통 전략 통했나
소비심리 위축 분위기 반영해 유행은 따르되 가격대는 다양하게
- 기사입력2025-01-23 12:04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명절 선물세트에도 영향을 미쳤다. 유통가 최대 특수 중 하나인 명절 선물세트의 구성이 점차 실속형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이는 소비자 반응이 프리미엄보다는 가성비 위주의 제품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호텔·백화점, 고객 유입 위해 가격대 등 선택지 폭 넓혀“이번 설 선물세트는 고급스러움보다는 평소에도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제품 위주로 찾고 있어요. 10만원~20만원의 예산 안에서 좋은 거 없을까요?”한 맘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겉치레보다는 가족 모두 즐길 수 있으면서 가격까지 저렴한 상품을 찾는 주부의 말에 공감을 표하는 댓글들이 대거 달렸다.이런 소비심리는 유통가 분위기에도 영향을 끼쳤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500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1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에 따르면, 전망치는 기준치인 100을 밑도는 77로 집계됐다. 이는 전 분기보다 3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많은 기업이 긍정보다는 부정적으로 경기 전망을 바라본 것이다. 특히, 백화점·대형마트·슈퍼마켓의 전망치 하락 폭이 컸고, 불황에 강했던 온라인쇼핑과 편의점 업계도 이런 분위기는 비껴가지 못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전반적으로 씀씀이가 줄어든 탓이다.이는 설 명절 소비인식 조사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났는데, 대한상의가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설 선물 구입 기준으로 68.2%의 응답자가 ‘가성비’라고 답했고, 65.2%가 ‘대형마트’에서 선물을 구입하겠다고 답했다.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그동안 프리미엄과 고급스러움을 메인 전략으로 내걸었던 호텔, 백화점 업계도 실속과 가성비를 내세운 아이템으로 소비 심리를 자극했다.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올해는 가성비 있는 제품을 찾는 고객부터 품격 있는 선물을 찾는 고객까지 그 층이 다양해 가격대를 폭넓게 출시했다”며, “트렌드는 반영하면서도 고객의 다양한 기호와 목적에 맞출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월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했기 때문에 선물세트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연휴 이후에 알 수 있지만, 고객의 폭을 넓힌 만큼 잘 팔릴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최근 위축된 소비심리는 유통가 선물세트에도 영향을 끼쳤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실제로, 백화점 업계는 가성비를 노린 선물세트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추석에 인기를 끌었던 유명 매장과 협업한 세계 디저트 설 선물세트를 다시 선보였다. 단, 이번에는 품목을 전년대비 10% 가량 확대해 소비자의 선택권도 높였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약과, 개성주악 등 K-디저트 선물세트로 가격 부담은 상대적으로 낮추면서 고급스러움은 추구할 수 있는 세트를 선뵀다.이런 전략은 호텔가도 마찬가지다. 롯데호텔앤리조트는 20만원대부터 100만원대의 한우세트를, 호텔신라는 150여종의 선물세트를 선보였다. 특히 인기가 좋은 한우의 경우 30년 이상 경력의 한우 정형 전문가가 엄선한 프리미엄 세트부터 스테이크 요리가 가능한 시즈닝 세트 등 구성을 다양화했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셰프와 호텔리어가 엄선한 90여종의 다양한 카테고리의 상품들을 선보였는데, 10만원대의 실속형 제품부터 프리미엄 고급형까지 선택지를 넓혔다.조선호텔앤리조트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지난 추석에 온라인 전용상품으로 첫선을 보인 조선호텔 한우 오마카세가 높은 인기를 끌어 이번 설에도 재출시했다”며, “10만원대의 가격으로 살치살, 안심, 갈빗살, 제비추리, 업진살 등 다양한 특수부위를 맛볼 수 있는 데다, 100g 단위로 소포장해 500g으로 구성해 실용성도 높였다”고 소개했다.이어 “호텔의 품격을 담아 최고 품질의 상품과 셰프의 비법이 담긴 특별한 제품, 호텔에서의 경험을 선물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을 다양한 가격대와 카테고리로 선보여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히는 데 중점을 뒀다”고 덧붙였다.MZ도 실속…일상생활에서 활용도 높은 상품 중심 불티실속을 중시하는 씀씀이는 2030 소비에도 영향을 미쳤다. 트렌디한 디자인으로 사랑받았던 스타벅스는 웰니스(wellness) 트렌드를 반영하면서도 실용성을 강화한 제품으로 구성한 설 선물세트를 내놔 인기를 끌었다.특히 두툼한 두께감의 유리 재질과 세로 9cm, 높이 16.3cm의 크기로 텀블러를 쥐는 듯한 그립감, 580ml의 용량에 100ml 단위로 눈금 표시가 돼 있어 편리성까지 가미한 ‘샐러드 자(salad jar)’와 700ml의 대용량과 성인 손이 들어갈 정도의 넓은 투입구로 세척 편리성을 높인 ‘데일리 쉐이커’는 언제, 어디서나 들고 다니며 가볍고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어 소비자의 많은 선택을 받았다. 요구르트나 시리얼 등을 담아 먹기 좋아 작년에 높은 인기를 얻었던 ‘글라스볼 세트‘에 기동력을 강화한 것이다.스타벅스 코리아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설 선물세트 구매 패턴을 보면 일상생활에서 활용도가 높은 상품을 중심으로 선호도가 높아졌다”며, “건강하게 새해를 맞이하라는 의미로 새로 출시한 데일리 쉐이커와 샐러드 자의 인기가 좋다. 더불어 지난 추석에 처음 선보인 핸드타월 세트도 인기가 좋아 재출시했다”고 설명했다.
스타벅스 ‘샐러드 자(salad jar)’ <사진=스타벅스>이어 “올해 설 선물세트의 사전예약 기간은 작년 설에 비해 3일이 짧았는데도 사전예약 매출이 약 70% 증가했다”며, “특히, 예약 주문 시 원하는 발송일을 지정할 수 있고, 여러 곳으로 배송할 수 있는 다중 선물 기능이 서비스 만족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뿌듯해했다. 이어 “많이 구매할수록 할인되는 다다익선 혜택을 적용한 점도 좋은 반응을 이끈 요인 중 하나”라고 했다.아웃도어 브랜드 몽벨 역시 일상에서 활용 가능한 제품으로 2030의 수요를 잡았다. 기능성과 트렌디한 패션 스타일을 모두 잡고 싶은 MZ의 선택을 받은 덕분이다.몽벨 코리아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에 “경량 패딩, 경량 백팩 등 아웃도어 제품의 기능성은 갖추면서 세련된 스타일을 추구할 수 있는 제품이 높은 가성비로 MZ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며, “의류에서는 경량 다운, 방수 재킷 등 블랙컬러와 빅사이즈 제품의 판매가 집중되고 있고, 경량 가방 및 소형 파우치류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도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라고 분위기를 전했다.이어 “대형 텐트와 장비 중심의 오토캠핑 수요는 감소한 반면, 올웨더자켓을 포함한 경량다운과 가방 같은 액세서리 위주의 제품 판매율은 오르고 있다”고 했다.이런 인기를 증명하듯, 작년 9월에 더현대에서 7일간 진행했던 팝업스토어는 누적 방문객 3000여명을 기록하며 약 1억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인기 제품들은 품절 사태를 겪었다. 특히 방문객 중 80% 이상이 2030세대로 확인돼 뚜렷한 고객 연령층 변화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몽벨 관계자는 “이런 추세를 몰아 1~2월에는 매장별로 프로모션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플래그십의 경우 침낭과 캠핑용품 관련 프로모션을, 직영점의 경우 계열사 할인 등을 통해 고객 방문 유도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또한, “올해 직수입 브랜드로 완전하게 전환함에 따라 2030을 타겟팅으로 주력 제품인 인슐레이션, 경량다운, 방수 재킷, 소형가방류 중심의 제품 구성을 비롯해 이슈 아이템의 물량 확대와 주력 카테고리의 빅사이즈 비중을 증가시킬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