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새 토허제 뒤집기…한은도 경고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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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한달새 토허제 뒤집기…한은도 경고했었는데 부동산·가계대출 우려되는 금리인하 시기에 혼란 초래

기사입력2025-03-22 00:00

“가계대출은 당분간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나, 서울 일부 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 금융권의 가계대출 관리조치 완화 및 대출취급 확대 등이 주택가격 상승 기대 및 가계부채 증가세를 다시 자극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계속 경계할 필요가 있다.”

지난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토허제)의 해제가 주택가격과 가계부채를 자극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경계를 늦춰서는 안된다는 경고가 담겼다.

경고로 끝이 아니었다. 지난 19일 정부는 부동산 관계기관 회의를 개최하고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 지정한다고 밝혔다. 강남·서초·송파·용산구 소재 전체 아파트를 대상으로 24일부터 9월 30일까지 약 6개월 간 지정하되, 필요 시 지정 연장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한다.

정부가 이처럼 강도높게 대응에 나선 이유가 있다. 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 자료를 보면, 올해 2월초만 해도 서울에서 아파트 가격이 상승한 지역은 강남3구를 포함해 11개구였다. 하지만 2월 셋째주 들어 17개구로 늘어나더니, 3월 둘째주에 들어서는 23개구로 확대됐다. 서울 25개구 중 대부분의 지역에서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강남 일부 지역에 대해 “과열 조짐”이 나타났다는 진단까지 내놓았다.

서울 많은 지역에서 아파트 가격이 상승전환한 2월 셋째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널리 알려져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다고 발표한 것이 2월 12일의 일이다. 당시 서울시는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 4개동에 위치한 아파트와 일부 재건축 사업지 등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즉시 해제한다고 밝혔다. 이외 지역도 순차적으로 해제할 계획이라고 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한다는 결정이 어떻게 내려졌는지 과정도 의문이다. 해제한다는 발표는 서울시가 보도자료로 내놓았는데, 불과 한달만에 오히려 확대한다는 결정에는 서울시와 함께 국토부, 기재부, 금융위, 한국은행, 금감원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경제·금융·통화당국이 일제히 한자리에 보여 부동산 대책을 논의한 결과다.

당연한 일인 것이, 기준금리 인하 등의 추이와 부동산 정책 간에 손발이 맞지 않으면 부동산 가격만 부풀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투자까지 부진할 우려가 있으니 금리인하로 경기부진을 타개해 나가는 것은 필수적인 상황이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한마음으로 부동산 관리에 신중을 기해야 했을 시기다.

앞선 한은 보고서 역시 “대출금리 하락 등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기대가 강화되고 가계대출 증가규모가 재차 확대될 가능성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거듭 정책 조합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고금리를 고수할 수는 없다.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투자로까지 이어지면 경기부진이 장기화될 수 있다. 물가와 부동산을 효과적으로 관리한다는 전제 하에서, 체감경기를 회복하고 민생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리인하와 추경 등 모든 수단이 동원돼야 하는 시기다. 이런 때에 부동산 정책에 섣불리 손을 댄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우선은 토허제 해제를 한달만에 뒤집게 된 경위를 국민에게 소상히 알리고 사과할 부분은 사과하고,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아야한다. 서울시가 토허제 해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경제·금융·통화당국과 제대로 의사소통을 했는지를 공개해야 하며, 한달만에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할 정도로 미흡했던 의사결정 과정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뜻하지 않은 서울 부동산 상승세가 금리인하 속도를 늦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얼어붙은 소비와 투자심리를 살릴 수 있는 대책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 경기부진과 금리인하라는 엄중한 시기에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정책 급변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는 앞으로 두고두고 거울로 삼아야 할 일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