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자본투자에 의한 기술유출 우려해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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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미래 ㅣ HIT! 이 기술 외국인 자본투자에 의한 기술유출 우려해 통제 주요국, 핵심기술 유출 막기 위해 M&A 등 자본투자 통제 정교화

기사입력2025-04-21 12: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기술패권’을 둘러싼 국가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주요국들이 핵심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 역시 국가 핵심기술과 품목을 지정하는 것 등을 비롯해 민간부문의 규제 대응과정에서 불확실성을 낮추기 위해 제도적 틀을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주요국의 핵심기술 보호 정책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미·중 패권경쟁으로 긴장이 고조되며 ‘경제안보’라는 개념이 부상하면서, 주요국에서 핵심기술 보호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가별로 정한 핵심기술의 범위와 수준에는 차이가 있지만, 기술보호 대상은 중국으로 제한된 것이 아니라 자국 산업경쟁력의 현재와 미래를 유지·강화하는 분야를 포괄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주요 핵심기술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지속적으로 감소했으나. 중국의 영향력은 현저하게 확대됐다. 특히 10대 핵심기술에서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정체가 두드러졌다.

©중기이코노미

10대 핵심기술은 ▲첨단IC설계 및 제조 ▲자연어처리 ▲양자컴퓨팅 ▲고성능가공공정 ▲첨단항공기엔진 ▲드론, 군집·협동로봇 ▲전기배터리 ▲태양광발전(PV) ▲유전공학 ▲첨단무전(RF)통신 등이다. 10대 핵심기술 분야에서 미국은 2003~2007년에는 모두 1위를 차지했지만, 2011~2015년에는 7개, 2019~2023년에는 3개로 감소했다. 반면 중국은 미국과 달리 최상위권을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다.

보고서는 중국경제의 부상에 따라 미중 패권경쟁에 대응해 주요국은 제조기반을 강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산업·기술 경쟁력의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의 성장원천이 되는 핵심기술을 지정하고,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국, 핵심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조치’ 강화

2020년 들어 경제안보와 기술주권의 중요성이 부상하면서 주요국들은 핵심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관련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기술유출에 대한 관리 강화, M&A 등 자본투자 통제 정교화, 연구안보의 강화 등이다.

◇기술유출에 대한 관리 강화=미국은 2018년 수출통제개혁법(ECRA)을 제정해 특정 제품의 수출, 재수출, 국내 이전에 대한 통제 권한 일체를 대통령에게 영구적으로 위임해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했다. 지난해 9월에는 첨단기술 관련 수출통제규칙안(IFR)을 제정해, 상무부가 신흥·기반기술(EFTs)을 대상으로 지정하고 4대 부문에 대한 수출규제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미국은 양자, 첨단반도체, GAAFET(Gate-All-Around FET), 금속적층제조기술 활용 소재·부품·장비·SW까지 해외유출을 금지하고 있다.

일본 또한 반도체 제조장비 23개 품목을 수출 통제대상에 추가함으로써 사실상 미국과 연계해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견제하고 있다. 일본은 외환법에서 전략물자 수출통제제도를 도입해, 행정명령에 명시된 품목·기술뿐만 아니라 군사적 용도로 사용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품목·기술에 대해서도 경제산업성이 수출통제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M&A 등 자본투자 통제 정교화=미국은 외국인 투자가 미국내 첨단기술 분야에 미칠 영향을 사전에 평가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투자를 규제하고 있다. 2018년에는 외국인 투자 위헌심사현대화법(FIRRMA)을 제정해, 비지배적 투자자와 외국인 부동산투자에 대한 개입 근거를 마련했다. 또, 2022년 핵심기술·핵심인프라·민감개인정보를 대상으로 외국인투자위원회의 권한을 확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해, 외국자본의 미국기업에 대한 인수합병 및 자본투자를 광범위하게 심사하고 있다.

EU는 2023년 6월에 발표한 경제안보전략에 기반해, 자본투자에 의한 기술유출을 통제하고 있다. EU집행위원회는 10대 핵심전략기술에 대한 경제안보이니셔티브를 발표했고, 집행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회원국들은 투자심사법 등을 개정해 통제조치를 취하고 있다. 영국도 국가안보와 투자법에 의해 기술통제를 추진하고 있는데, 영국 투자안보국의 안보 리스크 구성요소를 보면 인수대상, 인수자, 그리고 통제방법 등이다.

©중기이코노미

◇연구안보의 강화=트럼프 1기에는 중국인을 잠재적인 산업스파이로 간주한 차이나이니셔티브를 시행하기도 하는 등 미국은 2022년부터 적극적으로 연구자산유출 위험에 대한 사전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정부는 해외펀딩을 받거나 공동연구를 행하는 과정에서 보안, 정보유출 등을 관리하고 있으며, 핵심기술 관련 인력에 대해서도 상세한 지침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첨단반도체, 양자, AI기술 등 기술발전 초기단계이지만, 일단 개발에 성공하면 상용화 또는 실제 적용까지 기간이 매우 짧고 파급력이 큰 특징을 갖는 신흥기술·핵심유망기술에 대해 개발단계부터 관리하겠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EU도 2024년 1월 연구경제안보 전략 5대 이니셔티브를 발표하면서, 연구안보에 대한 실무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EU 정부가 지원하는 연구개발 프로그램에 대해 지식과 기술에 대한 통제권한을 선언하고, 핵심기술에 대해서는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하는 연구기관 뿐만 아니라 민간기업들도 보고·비밀유지 등의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보고서는 최근들어 국제협력 연구를 늘리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핵심기술 분야 국제 공동연구에서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핵심기술·기업·인력 유출…구체적인 지침 필요

한국도 관련 제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제도는 핵심·전략 기술의 육성·촉진·발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산업기술보호법’ 만이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를 입법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주요국들과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2기 트럼프 정부는 미국 우선주의와 강력한 미국산업을 강조하면서, 첨단산업·기술 뿐만 아니라 기간산업·기술에 대해서도 국외유출을 차단하고, 자국 내 산업기반 조성을 보다 강력하게 추진해 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핵심기술 유출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의 산업경쟁력을 훼손하는 것이므로 강력한 규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기업과 핵심인력에 대해서도 구체적이면서 명확한 지침을 제공해야 하며,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보상제도도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