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번역·면접·안전’ 이제 내가 책임 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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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미래 ㅣ HIT! 이 기술 “휴먼, ‘번역·면접·안전’ 이제 내가 책임 질게” AI 기술과 산업의 미래…국제인공지능대전(AI EXPO KOREA 2025)

기사입력2025-05-19 11:30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많은 관람객이 궁금했던 과학정보를 그래디언트의 과학 지식플랫폼에 묻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작업자가 위급상황에 놓이면 알려줘!’라고 요청하자마자, 작업자가 바닥에 누워 쉬고 있는지 통화를 하고 있는지 전체 상황을 인지하고, 상호 관계를 분석해 제대로 된 정보를 AI(인공지능)가 알려준다. 또한, 채용 시즌만 되면 면접 일정 때문에 업무 마비가 걸릴 정도로 바쁜 기업을 위해 AI가 면접관으로 변신해 면접자의 답변을 분석하고, 평가해 조직 적합도와 직무 적합도를 분석한 후, 평가해 준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단순한 챗봇을 넘어,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복잡한 작업을 자율적으로 계획하고 수행함으로써 업무의 효율성을 극대화 하는 데 필수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 14일부터 3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인공지능대전(AI EXPO KOREA 2025)은 최신 AI 기술과 적용 사례를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중기이코노미가 현장을 찾아 산업의 중심에 서 있는 국내 AI 관련 기업들을 만나봤다.

‘휴먼’처럼 생각하고 분석하며…스마트 워크 꾀한다

사용자인 인간의 의도를 명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수준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기능은 산업 현장이 원활하게 돌아가는데 중요한 필수 능력이다. 이런 기본적인 능력이 제대로 탑재되지 않으면 수시로 이벤트가 발생해 오히려 AI가 업무에 방해만 될 때도 있다. 마치 온갖 상황을 이벤트 상황으로 간주해 화재 알람을 수시로 울려 ‘또 오탐’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화재 감지기와 같다.

라온피플㈜은 학습시킬 필요 없이 전체 상황과 흐름을 인식해 인간처럼 생각하고 판별해 주는 차세대 AI 영상관제 솔루션인 오딘 AI(Odin AI)를 들고나왔다.

라온피플의 오딘 AI. 사람들을 분석해 특정 인상착의를 말하면 찾아 트래킹까지 해준다. ©중기이코노미

이 솔루션의 개발팀장인 감명곤 이사는 “기존의 지능형 CCTV는 딥러닝 기반으로 개체를 탐지한 후,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이벤트를 인지한다. 하지만, 오차가 커서 잘못된 알람이 빈번해 실제 현장에서는 알람을 꺼 놓는 경우가 많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예를 들면, ‘쓰러짐’을 이벤트 상황으로 설정했을 때, 사람이 누워 있는 형상이 되면 쓰러짐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작업자가 누워서 쉬고 있어도 응급상황으로 간주해 버리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각 현장에 맞춰 학습을 추가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를 가지고 학습시킨 후, 인증을 받으면 90% 이상으로 정확도는 잡을 수 있지만, 환경에 맞게끔 데이터를 수집해 학습을 시켜야 성능을 제대로 올릴 수 있다.

이에 상황 이해를 할 수 있는 생성형 AI의 중요도가 올라가고 있다고 감명곤 이사는 강조했다. 오딘 AI는 비전언어모델(VLM)과 초거대언어모델(LLM)이 합쳐져 있기 때문에 사용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비정형 이벤트 탐지와 같은 정교한 상황 인식이 가능하다. 또한, 새로운 환경에서도 학습을 따로 할 필요가 없다. 만약, 특수하게 새로 개발된 모델이어서 AI도 모르는 뭔가가 있다면 제로샷 러닝(Zero-shot learning)을 통해 설명만 해주면 바로 인식이 가능하다.

트래킹(tracking) 기능도 즉각적으로 이뤄진다. 실제로 라온피플 부스에서 감명곤 이사가 “안경 쓴 사람을 찾아줘”라고 말하자, 특정인을 표시해 계속 따라다니며 어떤 행동을 하는지 지속적으로 추적 관찰할 수 있게 도왔다.

이 솔루션은 작년에 개발하기 시작해 지난 3월 정식 버전을 출시했고 제조, 물류, 건설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또한, 지자체와 인천국제공항 셔틀트레인, 군부대 등에 납품하며 안전 관리와 화재 조기 탐지 등에 쓰이고 있다. 글로벌 진출도 꾀하고 있는데, 얼마 전에는 태국 주정부와 협약을 맺고 재난 감시 및 범죄예방 솔루션 등 다중탐지 기술을 적용해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링크제니시스 관계자가 AI 시스템을 통해 품질관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제조 공정의 마지막 단계인 품질관리(QC) 분야 역시 AI로 넘어가는 추세다.

불량품을 제대로 가르는 기술은 제품의 품질은 물론, 기업의 신뢰도를 높인다. 하지만, 기존에 사용하던 비전은 불량을 가르는 정확도가 떨어질 때가 있어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술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링크제니시스(LINKGENESIS) 관계자는 “비전의 경우, 조명 밑에 먼지가 끼어 있을 때, 동일한 화이트임에도 불구하고 아예 다른 색깔로 인식을 하는 경우가 있다. 즉, 불량의 범위가 아닌데도 불량으로 처리해 버리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공장 운영이 멈춰버리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에 최근에는 AI가 활용되고 있다. 거의 모든 대기업에 다 들어간 상태”라고 했다.

면접을 돕는 AI도 기업에서 환영하고 있다.

㈜무하유 김주홍 프로는 “면접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현업부서, 인사팀, 지원자가 시간 약속을 잡아야 하는데, 수시로 채용이 진행되거나 면접 일정이 몰려 있을 때는 스케줄을 잡기도 어렵고, 면접에 쏟는 시간이 너무 크다”며, “이럴 때 AI가 기업을 대신해 면접을 본 후, 결과지를 전달해 주면 기업에서는 선별된 인재만 2차 면접을 볼 수 있어 훨씬 업무가 수월해진다”고 강조했다.

무하유의 AI 면접 시스템 ©중기이코노미

무하유의 AI 면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꼬리 질문 기능이다. 지원자의 대답을 AI가 실시간 분석한 뒤, 세부적으로 꼬리 질문을 하는 식이다. 이런 꼬리질문의 갯수는 기업에서 설정한 만큼 진행할 수 있다. 두번 째 기능은 기업에서 사전에 세팅한 공통 문항과 지원자의 자기소개서에 따른 문항, 인성검사를 통해 나온 문항 등을 통해 질문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면접 세팅이 이뤄지면 지원자에게 링크가 발송되고, 지원자는 본인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면접을 진행할 수 있다.

김주홍 프로는 “기업에서 직무기술서나 인재상을 전달해 주면 각 기업 환경에 맞게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며, “유통기업, IT 기업 등에서 AI 면접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통하며 생활을 스마트하게, 비즈니스를 원활하게

최근 로봇이 공공기관과 기업, 식당 등에서 호스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로봇의 주 기능은 소통이다. 최근에는 AI가 진화해 더욱 창의적이고 고도화된 작업 수행은 물론, 영상 생성까지 뚝딱 만들어주는 모델로 발전하고 있다.

이스트소프트 관계자가 대화형 AI에 질문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AI 휴먼 서비스 전문업체인 ㈜이스트소프트는 AI 휴먼을 통해 대화형 AI, 텍스트로 비디오를 생성하는 AI 스튜디오, 영상을 시스템에 넣으면 각국의 언어로 더빙을 해주는 AI 비디오 트랜스레이터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 회사의 김승엽 AI 사업본부 매니저는 “AI 휴먼이란, 실존 인물을 그대로 복제해 만드는 AI 클론, 여러명의 인물을 합성해 세상에 없는 인물, 초상권에서 자유로운 페르소나 AI로 나뉜다”며, “이렇게 만들어진 AI 휴먼을 대화형 인터페이스 혹은 영상 제작 시스템이나 다국어 변환 서비스에 넣어 활용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대화형 AI 휴먼의 경우, 기업행사 시 안내를 해줌으로써 게스트와 호스트 간의 상호작용 효과를 줄 수 있다.

또한, 기업의 인사팀에서는 직원 교육 영상을 만들기 위해 섭외를 하고, 촬영을 해 콘텐츠를 만들 필요 없이 텍스트 입력만으로 손쉽게 영상을 만들 수 있어 시간을 절감해 준다. 번역 또한 실시간으로 가능하고, 대화할 때도 GPT4가 장착돼 있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대화 구현이 가능하다. 만약 기업에서 LLM 적용을 하고 싶다면 GPT 대신 LLM으로 챗봇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김승엽 매니저는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 지자체에서 민원을 받아주는 역할 등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며, “소기업의 경우 자신이 만든 제품을 홍보하는 마케팅 도구로 사용하거나 글로벌 진출을 원하는 크리에이터에게 많은 수요가 있는 서비스”라고 했다.

기업 내 연구소에서 자체 개발한 LLM을 들고나온 기업도 있다. 내부 데이터베이스부터 구글 등 오픈 소스를 통한 최신 정보, 사용자가 원하는 특정 웹사이트, 논문 자료 등을 연동해 통합적으로 답변을 생성해 준다.

㈜코난테크놀로지 박혜란 과장은 “우리는 오픈소스 기반이 아닌, 자체 개발한 모델을 기반으로 기업 자체 서버에 구축해 주는 형태로 서비스하고 있다”며, “내부망에서만 돌아가기 때문에 데이터 유출의 염려 없이 회사 내에서 생성형 AI를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로 공공기관, 금융 관련 기업, 내부의 보안 제조 매뉴얼이 있는 기업에 적합하다. 게다가 출처를 명확히 제시함으로써 정보의 신뢰성을 보장하고, 이전 질문을 고려한 연관 질문을 추천해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찾아준다. 더 나아가 대화 흐름을 파악해 일관된 맥락에서 자연스러운 소통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박혜란 과장은 “이제 출시한 지 한 달 정도 된 이 서비스는 국내 PC 제조사인 TG삼보와 협력해 개인도 인터넷 연결 없이 각종 문서를 LLM을 이용해 요약, 번역, 질의응답 등에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AI가 과학자와 일반인을 지식적으로 이어주는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의 역할도 한다. ㈜그래디언트는 AI 과학 지식 플랫폼인 쏙(SOAK, Scientific Odyssey Along the Knowledge)을 들고나왔다.

이 회사의 백두성 수석은 “과학에 쏙 빠졌다고 해서 SOAK이기도 하고, 10년 이상 기초과학을 알리기 위해 활동해 온 공익 재단인 카오스(KAOS)를 거꾸로 배열해 창의적인 과학 활동을 더 많이 알리겠다는 뜻에서 만든 말”이라며, “2년간의 개발 과정을 거쳐 지난 4월21일에 정식 오픈한 쏙은 성인, 과학교사, 학생 등 과학에 관심있는 사람 누구나 볼 수 있는 ‘과학 넷플릭스’”라고 소개했다.

국내 100여명의 과학자들을 섭외해 각 질문의 답을 과학자들이 답변했고, 이를 토대로 AI 툴을 이용해 시나리오화하고, 생성해 이미지를 만들고, 모션을 합쳐 5분 정도의 영상으로 제작했다. 특히, 정확한 모션을 위해 생성 단계까지 과학 전공자들이 직접 하고, 디자인을 다듬는 작업은 디자이너들과 함께 했다. 또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은 원고를 쓴 저작자의 목소리로 과학을 즐길 수 있고, 제작자는 세월에 따라 바뀌는 부분만 수정해 재생성하면 손쉽게 영상을 업데이트할 수 있다.

현재 한국어, 영어, 스페인어 등 3개국어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고, 앞으로 다국어 서비스는 더 늘려갈 예정이다. 백두성 수석에 따르면, 다국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유는 공교육에서 과학교육이 잘 지원되지 않는 나라들이 과학교육의 대체재로써 쏙을 활용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 중, 영어, 스페인어를 우선적으로 서비스하는 이유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인터뷰 중간에 지구과학이 전공인 백두성 수석이 알래스카에 가서 본 오로라를 토대로 만든 콘텐츠를 보여줬는데, 자신이 오로라를 보고 느낀 점을 과학적으로 쉽게 풀어내 원리를 이해하기 쉬웠고, 자막과 함께 다국어 서비스도 백두성 수석의 목소리로 나와 이질감이 없었다.

백 수석은 “이번 달 내에 YBM퍼블위즈와 MOU를 맺을 계획이고, 다음 달에는 인천시 교육청과 MOU를 맺고 각 학교에서 수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며, “학생이 아니더라도 일반인도 QR코드만 찍고 들어가면 누구나 스마트폰, 태블릿, PC를 통해 과학 공부를 할 수 있다”고 뿌듯해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